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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hyae (renum)
날 짜 (Date): 1994년12월03일(토) 01시40분06초 KST
제 목(Title): 오해에 관하여.....


나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많이 받는다.
잘난척한다고, 또는 무시한다고.

그러나 실상은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는 나의 방어본능이 
그들에게 그렇게 보일 뿐이다.

이런 태도는 내가 살아가는데 무척 많은 불편함을 만든다.
친구들과의 문제라면 오히려 별 걱정거리가 안돼지만
그것이 선생님이나 윗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고민거리이다.

대학원이라는 사회는 회사 만큼이나 서열과 인간관계를 따진다.
회사처럼 눈에 보이게 따지지 않는 곳이기에 더욱 무섭다.
남들이 열심히 선생님 눈에 들려고 노력하고 있을때
나는 그들 뒤에서 방관자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가 대학원에서 해야 할 일은 단 한가지..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하지 못할 공부를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K선생과의 만남은 현재의 내 궤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알게 해 주었다.

Visual communication을 전공하면서 왜 그렇게 전달을 못하나?

그가 지난 월요일 내게 던진 말이다. 그가 처음 학교에 왔을 때
나는 별로 기대를 걸지 않았다. 이전의 선생님들에게서 느낀 실망을 다시느끼지나 
않을지..
그런데, 그는 뭔가 새로운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이전의 선생님들이 권위를 보이거나 학생을 잘 이용하거나 하는데 주력한 반면
그는 먼저 학생에게 오픈된 자세를 보여 준다. 
그것이 처음 부임한 교수의 넘치는 의욕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아직 30대인 그의 나이 탓인지.. 알수없지만.

항상 그래왔듯이 나는 구석의 조용한(?) 학생이었고
다른 학생들처럼 K선생앞에 나서지 못했다.
논문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말도 거의 하지 못했다.
켎선생은 농담을 좋아한다.. 비록 그것이 썰렁한 것일지라도...
그 앞의 학생들은 성심껏 웃어주어야 한다..농담을 한 선생님의 성의를 봐서..
나같이 뻣뻣한 놈은 그럴때도 역시 눈치없이 썰렁한 티를 낸다.
그리구 ... 뒤돌아서서 중얼거린다..
"역시.. 이번에도.. 이쁜 여학생만 좋아하는 교수로구만.."

지난� 월요일의 일이었다 논문 종심� 앞둔 시기라서 심사위원 중 하나인 k선생을 
어쩔 수 없이 만나야만 했다...
논문의 지적사항에 대하여 약간의 견해 차가 있었다.물론 이럴 경우 
학생은 다소곳이 선생님 말을 듣는 게 관례인데..나는 무모한 짓을 했다.
나의 의견을 말한 것이다...

다음 순간, k선생은 의자에서 일어나 담배를 뻑뻑 피워대더니,

... 어떻게 그렇게 지식만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려 드나?  
넌, 사람을 대할때 너무 도전적이고 적대적이야.물론 너와 별로 말한 적은 없지만
동물적으로 오는 느낌이란 게 있어. 선생이 지적을 할 때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인데..... 구석에서 누군가 너의 � 진심을알아주겠지 � 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되나? 그렇게 가슴으로 말하지 말고 잘 전달을 해 봐...

충격이었다.... 내가 그렇게 보이나?
그 일 이후로 나는 더욱 조심스럽게 되었다.
아니, 더욱 사람을 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지금처럼 결정적인 시기,
하루하루의 행보가 인생을 결정짓는 시기에 나는 어째서 나에게 불리한 행동만 
하고있는 걸까�?
 
논문이 걱정되서가 아니다. ... 사실 나는 그래도 k선생을 존경했고
그의 의견을 존중했던 것이다... 다만 그의 지적사항에 대한 약간의 의문이 있었을 
뿐..그러나 이번에도 나는 그런 사실을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실패했다.

오늘은 논문결과가 나왔다.. 나는 이번 졸업식 때 파란 띠를 두를 수 있게 되었다.
원생들끼리 자축하는 자리에 갑자기 K선생이 나타났다..

.... 이 자리에 아직도 나에게 앙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어....]

음... 찔리는군.. 그는 내가 그 일로 화가 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지루한 횡설수설을 마쳐야 겠다..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선생님� 앞에서 좋은 쪽이건 나쁜 쪽이건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현재의 분위기가 나와 k선생을 서로 필터를 통하여 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음.. 역시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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