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의 가슴만큼이나 넓은 하늘엔 희망처럼 구름이 솟아오르고... - 고우영의 '삼국지'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지낸 지도 몇 주가 지났다. 우리 랩의 창문은 거의 벽 전체를 차지하는 커다란 통유리... 하지만 요즘은 따가운 햇살을 막기 위해 늘 블라인드를 쳐 두었는데 어쩌다 오늘 그걸 걷어보고 모처럼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른 아침이나 밤이 아니면 볼 틈이 없던 하늘... 그게 어느새 가을의 빛깔을 띠고 있는거다. 짙푸른 하늘빛에 포근해보이는 흰 뭉게구름. 냉방이 잘 되어 서늘한 공기... 이만하면 가을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길고 무더웠던 여름은 물러가고 있는 걸까. 유난히 이번 여름은 많은 흔적을 내게 남긴다. 금년 여름만큼 다양하고 진한 느낌들 속에서 지낸 일도 드문 것같다. 6월초부터 지금까지의 일기를 대충 읽어보면 답답함, 절망, 안타까움, 기다림, 기대감, 불안, 다시 절망, 될 대로 돼라, 한 가닥 희망, 커다란 기쁨, 불안한 즐거움, 섭섭함, 안타까움, 답답함, 반가움, 너무나 큰 기쁨, 즐거움, 기대감, 피로감, 엷은 미소, 즐거운 안절부절, 놀라움과 안타까움, 죄책감, 걱정, 그리고 그 끝에 다시 기대감과 즐거움... 이제는 서늘한 가을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잠시 꺾었던 펜을 다시 다듬을 수 있을 것 같다. 짙어가는 하늘을 한껏 감싸 안고 싶은...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