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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aran (버섯동자)
날 짜 (Date): 1994년11월29일(화) 19시25분44초 KST
제 목(Title): 버섯이 한 84년 시험 거부



소어도 이야기 하고 노니머해 님도 이야기 하고

해서 옛날 생각이 나는 군요. 노니모해님도 84학번 이신것 

같은데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닐까?

하여튼 84년 가을은 고딩어에서 막 대학에 진학한 버섯이하

84학번 학동들이 정말 '홍역'을 앓은 시기였습니다.

그당시의 이슈는 '총학생회 재건' 이었습니다. 관재 '학도호국단'

이 웬말이냐! 총학생회 쟁취하자! 였는데 소어 말마따나 2학년 이상은

대충 시험치고 (전공이니까... 하면서) 일학년들만 개기는 수업/시험 거부

였습니다. (일단 2주일 정도 수업거부를 하다가 중간 시험 기간이 돌아오자

시험 거부에 돌입했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저에게는 '운동'

에 찬성하는 생각이 있었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대학 신입생 특유의

막연한 동경과 반항이 주는 긴장감에 흥분한 그저 그런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수업 거부가 진행될때는 '나는 수업을 받겠다.' '나는 거부하겠다'는 일종의

가치관 싸움이었는데 시험 거부가 다가오자 분위기가 바뀌더군요. 졸정제 

입학생들 이라서 그리고 학점이 상대 평가일 때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죽어도 시험을 보겠다는' 소신파. 전 학기에 경고를 당해서 모두가 시험보라고

밀어 넣은 선수들. 그외 기타 등등. 저는 철저히 개겼습니다. 한 과목도 (아니

교련 과목은 봤습니다. 군대는 끌려가지 말자는 의견에 모두 가서 봤지요.)

시험을 안봤습니다. 

막상 시험이 끝나자 정말 분위기가 개판이 되더군요. 시험을 본 아이들은

미안하고 시험을 안본 아이들은 본 아이들이 얄밉고, 종합하여 본 결과

우리과의 50여명중 저같이 끝가지 개긴 녀셕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인내심 테스트 였다고나 할까요. 당시의 제 느낌은 '배신감'이었습니다.

시험 거부는 어느새 저에게는 '멸사봉공'의 단계까지 올라가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납니다. 순진했던 제 자신이 귀엽게 느껴지구요.

그때 섭섭했던 감정은 잠시후 녹아버렸습니다. 마치 며칠 굶은 후 식량을

가지고 아귀같이 싸우다가 먹을 것이 풍부해진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잊어 버리는 것과 같이 말이죠. 

그뒤에 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시지요? 저는 그 학기를 1.78이라는

장렬한 학점으로 학사 근신을 모면하고 경고를 맞았습니다. 시험을 안본

덕분은 아닙니다. 기말고사에도 공부를 안했지요. 왜 그렇게 공부를 안했는

지는 저도 의문입니다. 하하하

지금와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 일에 그렇게 심각하게 바보같이 개기던 제

모습이 쪽팔리기도 하지만 적어도 일관성은 유지한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이만총총.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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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의 탄원은 없다. 돌파하라!
                     - 짐 모리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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