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08월06일(토) 23시39분02초 KDT 제 목(Title): 왜 서울대 주변에는 그렇게 여관이 많지? 학부 저학년 시절에 다른 학교 학생을 모셔다 관악 캠퍼스 주변을 구경시켜 주고 나면, 꼭 이 두가지 질문을 받고는 했다. 1. 서울대 생은 밥만 먹습니까? (학교내에 기숙사나 교수식당을 빼고도 식당이 7개나 되는 것을 비꼬는말.) 그거야... 관악 캠퍼스는 외부로 나가기가 쉽지 않아서 거의 전원이 교내에서 밥을 먹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3만명에 육박하는 쪽수를 생각해 봐라... 2. 서울대 주변에는 왜 그렇게 여관이 즐비해요? ( 어느 이대생이 의혹에 가득한 눈초리로.... ) 이 질문은 솔직히 그 당시에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학교 근처의 봉천동 사거리 와 신림동 사거리에는 여관이 엄청나게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니깐.. 이 질문을 한 사람은 아마 우리가 엄청 밝히기 (?) 때문에 주변에 여관이 많은 것으로 의심한 모양인데..(여관이 잠만 자는 장소가 아니란 것은 설마 다들 알겠지...)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가 그 여관들을 자주 이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칙칙한 이유가 아니라 주로 늦도록 술먹고 알콜에 젖은 해골을 누이거나 교수님과 경찰의 눈을 피해 밤새 도박판을 벌이는 데 이용한다. 사실 밤에 술먹고 잘 곳 구하는데 있어서 관악 캠퍼스 만큼 유리한 곳도 드물다. 한 집 건너 여관이고 두 집 건너 친구 하숙 집이니까.:> 일설에 의하면 XX 장 000 호실은 맞은편 여관의 창과 이상한 사각을 이루고 있어서 그 방에서 무엇을 하는지 다 들여다 보이는데 예약자가 1년이상 밀려 있고 예약자의 상당수가 서울대생들이란다....:> 믿거나 말거나... 그러면 왜 서울대 주변에는 여관이 많은 걸까? 수요가 있기 때문이란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이... 서울대생이 다른 대학보다 더 술을 많이 먹거나 더 밤샘도박을 즐기는 것은 아닐테고, 설마 더 밝히는(?) 것도 아닐텐데 왜 유독 봉천동 신림동에 여관이 많이 몰려 있는 가 말이다. 내가 아는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봉천동 신림동 일대가 서울대가 이전해 오고 주택가가 형성 되기 이전부터 유명한 홍등가 였기 때문이란 것이다. 관악 캠퍼스가 옛날에 누구누구의 골프장이었다는 사실은 많이들 알지만 ( 어디서 들으니 포항 공대는 묘지 자리였다면서? ) 그 주변이 유명나 홍등가 였다는 것은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해 준 첫번째 인물은 내 동기생 모군 이었는데... 이 친구는 아버님이 서울대 교수이셔서 관악 캠퍼스 이전당시 부터 신림동에서 살았단다. 그래서 자기가 어린 시절에 주변에 엄청난 수의 술집 (물론 그냥 술만 먹는 곳이 아닌...) 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도 신림동 시장 뒤쪽으로 한참 들어가면 그런 곳들이 남아 있다고 한다. 또 한사람은 우리과 교수님인데, 이 분은 학부는 지금의 대학로 자리에 있던 옛날의 문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시고 대학원은 관악 캠퍼스로 이전한 후에 졸업 하신 분이다. 그 교수님 말씀이 여름에 밤세워 실험을 하다가 신림천에 멱을 감으러 나가보면 (지금의 신림천보다 몇배나 깨끗했단다.) 근처의 술집에 있던 작부 아가씨들이 요즘의 오렌지 족들 조차 기겁을 해서 달아날 정도로 차리고서는 같이 신림천에 나와 멱을 감았단다. 한창 혈기있던(?) 당시의 기억 으로는 그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셨던 모양이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주변에 그런 술집들이 많았고... 요즈음은 그런 것들이 여관으로 탈바꿈을 했다는 것이다. 요것이 바로 서울대 주변에 그렇게 쓸데없이 (?) 여관이 즐비한 까닭이다. 그 무수한 여관이 우리 학교 남학생들 때문은 아니란 것을 알아 주시기를! ^_^ May the force be with you ! LANDAU ( fermi@power1.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