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10월29일(토) 01시12분40초 KST
제 목(Title): 원진살.



지난 봄에 약간 맘에 두고 있던 어느 여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에게
상담했더니 ... 점 보는 것을 좋아하던 이 친구가 두 사람의 사주를 보면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다우야, 너하고 그 여자 사이에는 원진살이 끼어 있는데.....?"

나는 원진살이란 말을 그 때 처음 들어보았다. 원진살이 뭔데?

"그 원진살이란 것이 말이야.... 두 사람이 같이 있으면 뭔가 분위기가 나쁘고
자꾸 싸우게 되는데, 또 안보면 서로 보고 싶어 지고 그런거야. 사이가 
나쁜것두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고....."

나는 점을 완전히 불신하지도 않고 백프로 믿지도 않는 사람인데... 그 말을
들었을때는 정말 약간 뜨끔했다. 나하고 그 여학생 두 사람의 사이를 
정확하게 집어내는 이야기 였기 때문이다.

왠일인지 모르게 두 사람은 서로 어느 정도 호감이 있는 편인데도 계속 핀트가 
안 맞았다. 내가 열을 올리면 상대가 시큰둥하고... 저쪽에서 호의적일때는
내가 딴 생각에 정신이 팔려서 반응이 꽝이고... (원래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연이고 그 다음은 타이밍이라는 것이 내 지론이다. 여자에게 똑 같은
행동을 해도 언제 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내가 결정적으로 그 아가씨에게서 마음이 떠버린 이유는 옛날의 누구누구를
연상하게 만든다는 사실이었다. 누구나 그런 거 하나씩은 다있겠지만
나도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떫떠름한 인연이 하나 있었고 그 이후로 그런
타입의 여자하고는 상종을 하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이 여자를 보면 자꾸 그 사람이랑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자기 별명이 '토끼'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나는 옛날의 
그녀도 같은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섬뜩한 느낌마저 드는 것
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안보게 된 이후로는 (처음부터 헤어지고 자시고 할만한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내쪽에서 자꾸 그 토끼 아가씨 생각이 나고 아까운
여자 놓쳤다는 느낌이 새록새록 든다는 점이다. 사실 나무랄 데 없는 좋은
여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원진살 탓인가? :)

그리고 더 돌아 버릴 일은 그 여자가 잊어 버릴만 하면 한번씩 내 앞에 
나타나 내 정신을 휘저어 놓는 다는 사실이다. 나 스스로는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면서 그녀를 잊어버리려고 애를 쓰는데 간신히 성공했다...싶으면
또 내 앞에 나타나 나를 혼미 상태에 빠뜨리고 며칠씩 그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 사람이 꼭 일부러 그러는 것만도 아닌것이 ... 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일이 종종 생기는 탓이다. 어떤 때는 내가 먼저 메일을 띄우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갑자기 나에게 톡이 걸려오기도 한다. 전에 내가 한 말이 생각
났다면서......

하여간에 어찌어찌해서 실제로 마주치면 이상하게 분위기가 냉랭해진다.
서로간에 무엇인가 계속 핀트가 안 맞는 것이다.  이것도 원진살 탓인가? :)

며칠 전에도 갑자기 그 사람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바로 그 날 우연히
마주치는 바람에 한동안 혼란상태에 빠지고 말았다............아까와도
할 수 없으니 그 여자가 애인이라도 생겨서 내가 혼란하지 않게 해주던지
아님 뭐라도 발전이 있던지 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나에게 정열을 쏟을 다른
대상이 생기던지.

원진살이란 거... 생각보다 무섭다.


p.s. 오늘 낮에 자하연에 앉아서 잠시 끽연을 즐겼는데.... 단풍과 낙엽과
     기분 좋은 쌀쌀함이 겹치고 유난히 오늘따라 맑은 물 속으로 물고기
     떼의 모습이 훤히 비치는 것이....내가 대학 에서 8년 째 있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전설로만 내려오는 옛 문리대 캠퍼스의 아름다움이 이런 것이었을까?





                                                landau
                            
                               복종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18번이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