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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K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moon)
날 짜 (Date): 1997년10월04일(토) 15시45분08초 ROK
제 목(Title): The truth of Dr.Myung-Ho Kim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김명호씨의 진실 

‘기게스의 반지’가 교수를 살해하고 있다. 

희랍신화에 리디아의 왕 기게스는 원래 양치기였으나 어느 날 우연히 반 지  하나를 
얻어 신통력
으로 왕좌에 오른 인물이다. 그 반지는 요술을 부 렸다. 위에 달린 보석을 돌리면 
반지를 낀 사람
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이다. 기게스는 그 반지로  왕비를 유혹하고 그와 
공모하여 왕을 살해
하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다. 기게스의 반지는  소유자에게 양심과 정의의 
의무를 면제해 준
다. 그런 반지의 위력이 통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이다 . 기게스의 반지와 같은  
신통력을 가진 
부당한 제도 아래에서 의인은 식 물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누구든 금력과 
권력으로 기게스의 반
지를 얻으 면 그만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게스 반지의 위험한 신비는 도처에서 일어난다. 75년에 제정된 
군사독재의 유산
으로 지금껏 위력을 발휘하는 사립학교법의  ‘교 수재임용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제도는 
객관성과 합리성이 떨어져 학교쪽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눈엣가시’인 교수를 
내쫓는 기게스의 
반 지 노릇을 한다. 이 기게스의 반지에 한번 말려들면 빠져나올 방도가 없  다. 
탈락교수의 재심
청구마저 처음부터 막혀있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가 이 제도를 근본적으로 
수술하겠다고 밝힌 것
은 문제의 심각성을 받아들인 결과다. 


양심을 독살하는 기게스의 반지 


교수재임용제에 희생된 교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교수는 
대학교육의 당당한 주체
이다. 그럼에도 사립대학에서 교수는 재단의 일방 적  결정에 복종하지 않으면 
쫓겨날 것을 각오
해야 하는 실정이다. 대부분 의 재임용에 탈락하는  교수들은 악덕 사립학교의 
전횡에 맞선 대가
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심지어 학문적인 양심을 선택한 결과로 재임용에 탈 
락하는 일이 발
생하기도 했다. 재임용제도가 이런 식으로 작용하는 가운 데 효용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교수재임용제도는 국제적인 저널에까지 관심사로  떠올랐 다. 
수학저널인 <매스 
인텔리전서>(Mathematical Intelligencer)와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Science)에 
전 성균관대 수
학과 
조교수 김명호(41)씨 에 관한 기사에서  학문적 사망선고의 부당성을 밝혀  주목을 
끌고 있는 것 
이다. 95학년도 성균관대 본고사 수학문항 체점과정에서 문제의 오류(관 련기사 
<한겨레21> 제92
호)를 지적했던 김씨는 부교수 승진에서 밀려난 뒤 재임용에도  탈락해 현재 
미국에 체류하며 산
타클로즈 캘리포니아주립 대학에서 무보수 연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또한 이 
문제와 관련해 김
씨 가 학교를 상대로 낸 ‘부교수 지위확인 청구소송’ 항고심 선고공판(97. 
5.27)에서 법원은 “
학교쪽이 임용을 거부한 것은 교칙에 따라 이루어졌 다”는 학교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씨의 패
소판결을 내린 상태다. 재임 용 여부는 임용권자의  판단에 따른 재량행위에 
속한다는 대법원 판
례에 따른 것이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교수 승진을 둘러싼 학교당국의 행위를 
규제할 근거가 없
다는 이유로 수학문제의 오류, 논문심사의 부당성 등에 대해 눈을 감았다. 현재 
김씨 사건은 대법
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 다. 

대학당국은 김씨 사건에 대해 “입학시험  채점시 배타적인 태도로 혼란을  
야기하는 해교행위를 
저지르고 학사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등 교육자로서 자질에 의혹이 있어 교칙에 
정한 절차에 따라 
재임용심사가 이루어졌다” 며 재임용탈락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만큼 
법원의 최종판결
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구실이 재임용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학 문적 
비도덕성을 감
추려는 행위라면 사회적인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 다. ‘매스 인텔리전서’는 
국제적인 수학
자들의 연명으로 쓴 ‘정직의 대가(?)라는  제목의 편집자 편지에서 “불행하게도 
수학적  오류
에 
책임이 있는 고참 교수진들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김 교수와의 싸움 
을 선택한 결과 
김 교수는 승진기회를 박탈당하고 교수재임용이라는 그물 에 걸려있다”는 
표현으로 학교측의 결
정을 비판했다. 이 잡지는 또 “수 학자들은 실수를 할 수 있다. 실수가  
발견되었을 때는 겸허한 
마음으로 최대한 빨리 사고하고 그 실수를 고쳐가야 하는 것이다. 실수를 지적한 
동료에 대한 프
로다운 반응은 처벌 따위가 아니라 고마움이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사이언스> 
역시 랜덤 샘

란에 실린 기사에서 김씨 사건이 ‘ 정답에 대한 엄청난 대가’라며 대학당국과 
법원의 양식있는 
결정을 촉구 했다. 

학문적 양심에 따라 순조롭게 풀려야 할 사건이 국제적인 망신살을 뻗친 데는  
우리 학계의 비도
덕적인 풍토도 한몫 했다. 재판과정에서 법원은 사 건의 발단이 된 입시문제의 
‘수학적 오류 여
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한 수학회(충남대 수학과 주진구 교수가 당시 회장)와 
고등과학원(과학
원 
수 학과 명효철 교수가 원장대리) 등에  수학문제의 검토를 요구했지만 두 단  
체는 “한 대학의 
교수임용과 관련된 문제로 검토해야 할 강제성이 없다  ”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을 
뿐이다. 미국 
수학회 전 회장 로널드 그레이 엄  박사, 영국왕실학회 마이클 아티야경, 예일대의 
서지  랭 교수 
등 세계 적인 수학자와 재미과학자협회 등의 ‘수학적 검토 요구’에 대해서도 같  
은 답변을 되
풀이했다. 

이런 학술단체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서울대 자연대 수학과 계승혁 교수 등 전국  
44개 대학 1백
89명의 수학과 교수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김씨의 정당성을 내세우며 서명 날인해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대한수 학회 현 회장인 연세대  수학과 장건수 교수는 당시의 
결정에 대해서는 
답 변할 처지가 아님을 전제하며 “입학시험 문제가 재임용의 걸림돌이 되었 다고 
생각하지 않지
만, 법원에서 다시 의견을 요구하면 의논할 의향이  있 다”고 전향적인 자세를 
밝혔지만 잃어버
린 학문적 양심을 회복할 수 있 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학술단체도 진실 외면… 진실은 죽는가 



한국과학기술원 정보통신공학과 조장희 초빙석좌교수는 김씨 재임용탈락 사건에 
대해  “우리 사
회의 도덕성의 상실과 부패, 학연과 지연이 판치는 이기주의가 순수해야 할 
학문세계에까지 오염
된 결과”라며 이 사건의 진 상을 조사하고 바로잡는 것은 우리 학계에 정의와 
도덕이 아직도 살
아있 음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김씨가 부교수 승진에 탈락한 
직접적인 이유가 
된 학문적 평가를 객관적인 외부 교수들로 구성된  심사 위원회에 맡길 것을 
제안했다. 수학시험 
문제의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교 수가 논문심사위원으로 선정되어 공정한 심사가 
애당초 불가능했
기 때문 이다. 김씨는 부교수 승진 탈락에 이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지만 
교육부재심위원
회에서 일종의 경고인 견책으로 징계를 낮춘 것은 학교당 국이  얼마나 감정적으로 
대응했는지를 
보여준다. 

대학에서 교수사회를 지배하는 기게스의 반지가 존재하는 가운데 창조적 인  
연구와 비판적 지성
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학문의 양심에 따른  정직한 고백이 해교행위로 
매도되는 게 우리의 
학문적 풍토라면 대학의 미래를 기약하기에 역부족이다. 교수의 연구실적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 
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는 것도  대학당국의 ‘미운털 솎아내기’를 방조하고 
있다. ‘게으
를 수 있는 권리’를 맘껏 누리는 교수가 기게스의 반지를 믿고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떤 이유
로든 정당하지 못하다. 상아 탑을  뒤흔드는 기게스의 반지, 그것에 살해당한  
교수를 부활시켰을 
때 학 문의 양심은 비로소 회복될 것이다. 

김수병 기자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09일 제 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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