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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K ] in KIDS
글 쓴 이(By): myworld (김 준 영)
날 짜 (Date): 1994년07월27일(수) 16시21분38초 KDT
제 목(Title): 야밤에 드라이브하기..


안녕하세요?

제가 어쩌다가 차를 갖게 되었는지는 말씀드리자면 하루해가 
모자를거 같아서 그만두구 지금은 딴얘기입니다.

전 차가 생긴지 보름정도 지나서 어딘가를 다녀왔습니다.
근데 거리를 잘못 계산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니까 벌써 밤이더군요.
게다가 거긴 계곡이었기에 더빨리 어두워 졌습니다.

다시 돌아가려구 하니까 오던길로는 돌아가기가 죽어라구 싫었습니다.
그래서 가던길로 쭉가기로 했죠.
지도상에서 이리해서 저리가면 내가 사는 곳으로 돌아가겠구나하구
첨가는 길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때만해도 그길이 얼마나 꼬불거리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해는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어둠이 앞을 덮었습니다.
라이트를 켜니까 시야가 뿌옇게 변하는게 안개가 끼고 있었습니다.
비록 어둠속이었지만 라이트 사이로 비치는 계곡의 모습은 안개에 
젖어 더욱 아름다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길은 초보운전자가 경치관람하는 것을 더이상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점점 꼬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멀리 어둠속에 산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차는 그곳으로 향하는 거 같았습니다.

전 옆에 탄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지도에 나온 길들이 꼬불꼬불하게 그려져 있어?"
아내는 지도책을 다시 들여다 보면서 말했습니다.
"잠깐만.... 응..."
차를 돌려 다시 오던길로 가고싶었지만 이제 어쩔수 없었습니다.
만약 여기서 돌아가면 지금 가는 길로 가는거 보다 더많은 시간이 
걸릴것 처럼 보였습니다.

드디어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안개는 어느새 더 짙어져서 라이트의 사정거리 밖에는 무엇이 있는지 
분간할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산을 올라가는 길이 다 그렇듯이 180도 회전하는 길의 연속이었습니다.
산중턱부터 빗방울이 떨어진다 싶더니 갑자기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안개가 걷힐줄 알았는데 안개는 걷힐생각이 없나봅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횡하니 추월하는 차가 있었습니다.
"잘됐다.  저차 뒤꽁무니만 쪼차가자.."
그런데 그건 초보운전자의 생각일 뿐이고 그차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습니다.

드디어 내리막이 시작되었습니다. 
내리막은 오르막보다 더어려웠습니다. 
엔진브레이크를 걸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굽은 길을 돌때마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아까 쪼차가던 차가 바로앞에 있는겁니다.
그 앞에는 서너대의 트럭이 가고 있었고..
아무리 능력있는 운전자라도 180도 회전이 계속되는 길에서 트럭들을 
추월한다는 것은 간이 떨리는 일인가 봅니다.

앞차 꽁무니만 보고 내리막을 내려오니까 머리가 이상했습니다.
왼쪽으로 돌면 머리 속에서 뇌가 오른쪽으로 쏠리는 거 같구,
오른쪽으로 돌면 뇌가 왼쪽으로 쏠리는 거 같구..
운전을 계속한다는 것이 공부하는것보다 더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서 관둘수는 없었습니다.
억지로 앞차를 따라 갔습니다.

마침내 산에서 다 내려 왔습니다.
비도 그쳤고, 안개도 없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는 파김치가 되어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묘한건 그 후부터 전 야밤의 드라이브를 즐기게 되었다는 겁니다.
야밤에 도로에는 아무차도 없고 나만 주행중일때의 그 묘한 기분을
잊을수가 없었습니다. 
가끔 상향등을 켜서 도로주변의 가로수들이 그 불빛에 반짝일때의 
그 기분은 나를 자주 야간드라이브로 몰아가곤 했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생겨서 나갈수가 없어졌지만 지금처럼 비가 올듯이 
흐린날에는 야간에 느꼈던 그 감흥을 다시 느끼고 싶은 충동이
솟구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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