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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izWit ] in KIDS
글 쓴 이(By): whiz (quiz)
날 짜 (Date): 1998년 5월 26일 화요일 오후 02시 10분 45초
제 목(Title): 완전수. 그리고 천재 소년?


아노니에서 완전수에 대한 얘기들이 떠도는 모양이다.
'호기심 천국'에선가
홀수인 완전수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했다는 천재 소년 얘기가 나온 모양인데.

지겹다.

먼저 이 사건(?)의 주인공 정경훈 소년.
우연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이름이 같다. 제길.

작년 가을이던가?
하숙집에서 노닥거리고 있던 나에게 하숙집 아주머니가 말을 건다?
'학생. 완전수가 뭐래요?'
이렇게 해서 나는 하숙집 아주머니가 건네준 신문쪼가리를 읽게 되었다.

열세살이던가 하는 천재소년이 홀수인 완전수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했으며,
그 소년은 일기장에 그 증명을 실었고, 또 그 일기장에는
그 소년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많은 글들이 실려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소년의 증명은 '전문가'들도 맞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그 소년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으며,
두 번이나 학교를 옮겼고,
지금은 영재 교육을 하는 모양이란다.

그 기사를 읽고나서 난 수학을 포기하려고 했었다.
나 역시 완전수 문제에 다만 몇일이라도 손을 댄 일이 있었으니까.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공언을 했었다.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이 소년을 내가 뒷바라지 하겠다고까지...

pomp 를 만나서 이 얘기를 했었으니, 그가 증언해 줄 것이다.

어쨌거나, 일주일이 채 안 되었을 것이다.
주간조선이던가? 하여간 조선일보 계열의 잡지사에서 우리 지도교수를 찾아왔다.
이들은 무려 세 꼭지에 달하는 기사를 이 소년에게 할애한 초판본을 내밀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지도교수는 날 불렀다.
귀찮은 대답이 하기 싫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는 비로소, 이 소년이 말했던 바
'나는 홀수인 완전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였으나,
 돈이 없어서 신문에 내지 못하겠다. 그러나 일기장에는 내겠다'
는 문제의 증명을 읽어볼 수 있었다.

오호라. 2000년이 넘는 이 문제의 증명은 한 페이지도 아니고,
2단 편집된 기사로 고작 일곱줄.

당신은 상상이나 가는가?
고작 일곱줄로 된 '홀수완전수의 불가능성의 증명'을.
수많은 수학자를 잡아먹은 이 문제가 고작 일곱 줄에 증명이 된다고?

한 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신중하다.
그 증명을 읽기로 했다.
그 증명은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었다.

'홀수인 완전수가 존재한다고 하자.
그러면, n = 2^p-1 * (2^p -1) 에서 2^p -1 은 소수이다.'

정확한 그대로의 옮김은 아니겠지만, 시작은 대충 이러하였다.
수학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은 이 증명이 시작부터 우스꽝스럽다는 것을 알리라.

그리고, 그 다음을 메꾸는 이른바 '증명'은 저 옛날
유클리드 시대의 알려진 사실, 곧,
' n = 2^p-1 (2^p -1) 에서 (2^p -1 은 소수)이면, n은 완전수이다'
라는 사실의 증명의 복사였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수가 완전수임을 보이는 것은 껌이다.
다시 말해서 이 소년은 아무것도 한 것도 없을 뿐더러,
더구나 기존의 사실마저 이해를 제대로 못 한 것이었다.

아마도 내 기억에는 결국 이 증명 부분은 삭제되어 가판이 나간 것으로 안다.
그렇게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판매한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이 소년의 천재성을 씹고자 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그를 본 바도 없거니와, 저 언론이 하는 말을 믿을 수도 없기에.
 - 하긴 TV에서 한 번 보기는 했다 -
물론 그 소년은 자기 또래에 비해서 분명히 더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이고,
더 많이 공부나 연구, 생각을 했을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 소년과 그 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이상한 집단들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다시 처음의 그 신문의 기사로 돌아가자.
'전문가'들도 그 증명이 맞다고 인정했다고?
그 전문가는 과연 누구인가?
대학교수라도 된단 말인가?
미안한 얘기지만,
만약에 그러한 교수가 있었다면, 그 대학교수는 짤라야 한다.
수준 얘기를 하자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고등학교 선생님도 이 증명이 오류임을 아는 것은 쉽다.

그렇다면, 과연 '전문가'도 옳다고 인정했다는 기사는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여기에서 소위 언론이 부풀리고 오해하는
'과학'에 대하여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미 그들은 '페르마의 증명'에 관한 수없는 기사들에서,
기사를 쓸 때 충분히 주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주었다.
물론,
그들에게 그 증명 및 배경, 서술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백번을 양보해서,
언론의 생리인 '처음이냐 아니냐'의 속성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과학에 대한 기사라면 '정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과학자 집단은 얼마나 언론에 의하여 이렇게 유린되어야 하는가?
그들은 멋대로 과학을 재단하고,
그것으로 우리를 다시 닥달해 세운다.
이제는 그것에 신물이 난다.

그 소년으로부터, 그를 상품으로 만들어버린 저 언론집단으로부터,
이제는 우리를 보호해야겠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 소년도 보호해야겠다.
내가 보기에도 그는 여러 잡지나 신문에서, 그리고 TV에서 다루어져왔다.
이제는 그 소년의 앞날을 걱정한다.

각의 삼등분에 평생을 매달린 최익곤씨가 눈에 선하다.
초기에 바로잡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우리는 여실히 보아왔다.
아직도 그는 광고를 내고 있고, 광고가 실릴 때마다
수학과 교수,조교,학생의 일부는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완전수가 수학적으로 무슨 가치가 있느냐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그것은 논의의 중심도 아니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지는 않고자 한다.

다만,
다시 한 번 언론이 이 문제로 무책임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직도 후에도 이런 일이 있을 경우,
우리는 그들을 비웃어 줄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

이제는 공부해야겠다.

PS : 홀수인 완전수의 존재에 관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pomp님이 쓸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 이상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뜻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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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a pine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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