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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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bonjovi (반 조비)
날 짜 (Date): 1994년01월28일(금) 07시42분43초 KST
제 목(Title): [집중탐구] 덤 (Not dumn)  <계속>





주윤님 감사합니다.

활음조 현상 때문에 '이 어령'이라고 읽는군요.

그럼 계속해서 이어령님의 <푸는 문화, 신바람의 문화>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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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이 있는 문화"


덤을 좋아하는 동양인의 마음은 비단 물건을 사고 파는 데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덤>을 물질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사실 그것은 불로소득의

공짜를 바라는 심정이기 때문에 처사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덤>은 

오히려 물질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분야에서 더 널리 그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  서양의 종소리는 우리의 범종처럼 여운이 없다.  방정맞게 

땡그렁 거린다.  노트르담의 대종소리라 해도 그 은은한 에밀레종의 끝없는

여운에 비기면 거의 방울소리에 가까운 것이다.

  에밀레의 전설이 생긴 것도 따지고 보면 한국의 종소리가 유난히 

여운이 긴데서 생겨난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소리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울리는 여운은 <덤>으로 울리는 소리이다.
 
  회화도 마찬가지이다.  루브르 미술관의 그 다양하고 웅장한 미술품들을 

보면 누구나 압도를 당한다.  그러나 예외없이 실망하는 것은 그모든 그림에 

<덤>이 없어서 우리가 그 화폭에 들어가 쉴 자리가 없다.  화폭 전체가 

그림으로 메워져있다.  
  
  여백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술관 순례는 나를 예외없이 피곤하게 

만들었고 그럴 때마다 큰 화폭에 매화 한 가지나 난초 잎 하나가 여백 위에 

걸쳐진 동양화가 그리웠다.  붓을 안 댄 흰 공백,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소지의 그여백은 <시각의 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왜 동양인의 작별인사는 긴가"

  이러한 <덤>의 사상은 그대로 인간의 행동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인사법만 해도 그렇다.  서양 사람들은 간단히 헤어진다.  악수나 윙크 한 번 

하고 <아 드렝> <오르바르> <봉바야즈> 그때그때의 정도에 따라 적당한 

인사말을 주고 받으면 그것으로 작별이 된다. 
 
  하지만, 동양인의 작별인사는 보통 뜸을 들이는 것이 아니다.  여러모로 동양의 

변종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인만 해도 한번 헤어지려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방아를 찧듯이 수십번 인사를 한다.  이경우엔 덤이 너무 많아 어느 것이 

진짜 인사이고 어느 것이 덤으로 붙는 것인지 분간이 안가긴 하지만...   

  파리 카페 한복판에서 나는 한국식 인사법으로 비상한 각광을 받았던 

일이 있다.  관광차 파리에 잠시 들른 K교수와 길가의 오픈 카페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정중한 악수를 하면서 머리로는 

절을 했다.  어느 한 쪽만 하면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에 머리로는 동양식으로 

인사를 하고 손으로는 서양식 악수를 한다. 

  이 동서 융합의 거창한 인사법을 보고 카페의 파리장들은 자못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더욱 그들을 놀라게 한 것은 카페를 나가면서 이번에는 

<하이 히틀러> 식으로 손을 번쩍들어 또 인사를 하는 것이다.  우글거리는 

손님들 사이로 서로 얼굴을 보려고 얼굴을 연신 기웃거리면서..... 또 한 번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불과 1분 전에 마지막 작별을 하고서도, 물론 나다 일어나 그에 대해 응답을 

했다.  그걱으로 끝났을까.  K교수는 길거리에 나가 택시를 잡아탔다.  나는 

그 카페에 않아 창 밖으로 K교수를 보고 있었고 그는 택시에 오르는 순간 다시 

멀리에서 목례로 또 한 번 인사를 했다.  그리고 택시가 떠나자 뒤를 돌아다보며 

창문 안에서 손을 흔든다.  <덤>이 많은 이 이별 장면을 보고 서양 친구들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옆에 앉아 있던 프랑스의 교수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묻기를 "일본사람이나 

한국 사람은 어째서 한 번만 인사해도 될 것을 여러번 중복하느냐"는 것이다. 

  나는 K교수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작별 인사를 할 때에는 으례 그 아쉬움으로 두 번 세 번 고개를 숙이고 손을 

흔들고 한다.  바쁜 세상에 우리가 이렇게 긴 인사를 하는 동안 저들은 

대포를 만들고 군함을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낭비를 후회하지 않는다.  

  프랑스 교수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을 했던 것이다.

  "당신네들은 단순한 되풀이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지요.  최초의 인사가 

진짜 헤어지는 인사이고 다음의 것들은 조금씩 사라져 가는 감정도 서서히 

소멸해 가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 줄 모르겠지만 그것이 바로 

<감정의 덤>을 주는 동양인의 전통이지요.  당신들의 인사법은 칼로 끊듯이 

단칼에 끊어 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동양인의 인사는 고무줄이 늘어나듯이 

연장되고 팽창하면서 끊어지고 헤어져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양 영화를 

볼 때마다 우습게 느껴지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너무 덤덤하게 이별하는 

장면들입니다.  당신네들은 꼭 적병이 쳐들어와 총을 가지고 뛰어 나가는 

병사들처럼 그렇게 떠나더군요..."

  인사는 한번으로 부족하다.  뒤에 꼬리가 있어야 한다.  물론 그것은 

불편하다.  꼬리란 걸리적거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난하고 어려워도 포근한 맛을 느끼며 산다.  군대가 사열하듯이 

그렇게 이사를 할 수는 없다.  에펠탑을 준대도 바꾸고 싶지않은 여운의 

풍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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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속 --






      휴 ~   힘드네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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