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0월 24일 토요일 오전 10시 12분 13초 제 목(Title): 유시민/뉴스+ 한국의 교육 뒤엎어라 유시민의 세상만사 ‘한국의 교육’뒤엎어라 고등학생들의 시위사태로 프랑스가 시끄럽다. 3주일 전 일부 지방도시에서 시작된 시위는 10월15일 파리, 메츠, 리옹, 툴루즈 등 전국 주요도시로 확산돼 무려 50만명이 거리로 나섰다. ‘교사 없이는 미래도 없다’ 등의 피켓을 든 학생들은 교사 증원과 학교폭력 방지대책 확충, 과밀학급 해소와 교육환경 개선, 교육과정 개편 등의 요구를 내걸었다. 학생 대표들을 만난 클로드 알레르그 교육장관은 학생들의 주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정부가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구체적인 약속’을 요구하면서 의회의 내년도 예산심의가 시작되는 20일에 다시 전국적 시위를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특별한 전기가 없는 한 시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학생들은 파리 등 일부지역에서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를 내고 지하철 운행을 중단시켰다. 시위현장 주변의 상점이 ‘약탈’당하는 불상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 자크 케란 내무장관은 폭력행위자를 엄단하겠다고 경고했지만, 강력한 학생운동의 전통을 지닌 프랑스 사회에서 합법적 시위를 벌인 학생들이 처벌받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폭력행사 등 일부 불미스런 일을 제외하고 보면 이번 학생시위는 프랑스의 밝은 미래를 예고한다.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은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위해서 궐기했다. 그들은 정보와 지식이 가장 결정적인 생산요소가 되는 21세기 사회의 주역으로서 자기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으며, 나름대로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공통의 이해관계 위에서 실천을 위한 연대를 형성한 것이다. 전국적 시위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학생들 스스로 자기네가 찾아낸 대안을 실천에 옮겼다는 점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선거공약과 취임사와 8·15 경축사에서 21세기 정보-지식 기반 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거듭거듭 강조했다. 그래서 그런지 컴퓨터를 잘 다루고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흐뭇해 하는 어른들이 많다. 착각도 이만저만 착각이 아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시대에도 핵심적인 것은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고 처리하는 능력과, 그 정보를 활용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당면한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연대하고 행동을 조직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많이 길러내는 사회만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고등학생들은 어떤가. 한마디로 눈앞이 캄캄하다. 새벽별을 보고 학교에 가서 잠잘 시간이 될 때까지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 지식을 주입받는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명문대학 인기학과에 붙어 보려고 죽은 듯 지내고, 그런 학교가 싫은 아이들은 본드를 마시고 가출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심지어는 자살까지 하면서도 자기의 꽃다운 청춘을 질식시키는 비인간적 환경과 억압적 질서에 대들어 볼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다. 서글픈 청춘이다. 이렇게 자라난 아이들 가운데 20년 뒤 나라를 이끌어 갈 인재가 나와서, 지금 시위를 조직하고 있는 프랑스의 아이들 못지 않게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누가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전자우편으로 학교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청와대에 건의한 학생을 처벌한 학교 운영자들, 문제를 ‘개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촌지를 주고받는 학부모와 교사들, 교육개혁 요구에 사보타지로 대응하는 교육관료와 기득권자들이 우리 아이들을 목조르고 있는 것이다. 이걸 뒤집어 엎어야 나라가 산다. 유시민 / 시사평론가 ------------------------------------------------------------------------------- - Copyright(c) 1998 All rights Reserved. E-mail: newsroom@mail.dongailbo.co.kr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