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narosu (산타할배) 날 짜 (Date): 1993년12월26일(일) 06시39분03초 KST 제 목(Title): "황공무지로소이다"의 "보수만세" 이 글은 한겨레신문 24일자 아침햇발 란의 기사입니다... "나는 이자리를 추구하지도 않았으며, 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의문을 갖게 될 것입니다. 내가 왜 이자리를 수락했는가를. 바로 의무감과 조국 때문입니다... 클린턴 대통령! 나는 지난번 선거에서 당신에게 표를 던지지도 않았습니다. 부시대통령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미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보비 인먼 내정자가 지난 17일 백악관 뜰에서 장관직을 받아들이면서 한 말이다. 21일의 개각 소식을 들으면서 문득 보비 인먼 내정자의 이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어느 장관 내정자의 다음과 같은 말이 환청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 자리를 추구하지도, 원하지도 않았습니다. 김영삼 대통령! 나는 지난해 선거 때 당신에게 표를 던지지도 않았습니다. 김대중 후보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 환청이었다. 현실은 역대 군사정권에 빌붙었던 고물인사들을 비롯해 자리맡김을 "황공무지로소이다"의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는 인물들, 특히 우리사회의 단세포적 보수주의를 대변할 인사들이 핵심부서 자리를 맡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떠나가는 한완상 부총리, 광주사태의 피해자인 오병문 전 교육부 장관의 뒷모습이 적막한 겨울들판처럼 보인다. 김영삼 정권이 등장하면서 '신선한 새 정권의 이미지 창조에 이 두 사람의 몫은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북한과의 공존공영, 민족의 이익보다 더 우선되는 것은 없다" 던 대통령 취임사의 그 신선한 진보성도 바로 이들의 존재로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재야의 정권참여를 둘러싼 여러 시비에도 불구하고 재야의 도덕성과 진보성이 정권내부에서 구체적 개혁작업으로 열매 맺어지기를 기대하면서, 그리하여 한치만이라도 역사의 진전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군사정권의 상징인 김종필씨를 비롯한 누대 군사정권의 인물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온 사방에 깔려 있는 현 정권에의 참여를 그나마 합리화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21일의 개각은 그러한 기대, 합리화조차도 환상이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한완상 전 부총리등은 김영삼 정권의 이미지 창조를 위한 화장품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제 그 화장품으로서의 효용가치가 필요없게 됐을때, 쓰레기통으로 던져진 참혹한 꼴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그것이 그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인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참으로 참담하고 음산하기까지 한 것이다. 특히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언론과 보수파들의 음산한 호전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번 개각으로 조그만 진보적 목소리조차 사라지게 됨으로써 앞으로 한반도가 또 어떤 긴장과 소모성 대결을 경험해야 할지, 암담하다. 최근 미국과 한국의 일부 언론과 보수주의자들은 마치 한반도에서 큰 일이라도 터져야 속풀이라도 될 것처러 난리 법석을 떨어왔다. 언필칭 최후통첩이요, 해상봉쇄요, 강경대응이다. 그 화려한 승리의 걸프전쟁을 하는 호전광들의 전쟁 북소리가 으스스한 종말론처럼 들려오는 듯하다. 미국국방장관, 국무차관 등 고위 인사들이 입을 모아 "현재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는 갖고 있지 못하다" 고 증언을 하는데도, 한쪽에서는 이미 핵무기를 한두개 확보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긴장이 계속되고 전쟁이 터져야 살맛이 나고 이득을 보게 되는 호전광들, 무기상인들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의도적 위기확대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더욱이 한반도의 비상사태에 대비한 비상송신시설을 갖추기 위해 미국의 일부 텔레비젼 뉴스 팀들이 한국으로 달려오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이런 위기의 판국에 김영삼 정권은 한완상 전 부총리 정도의 진보성조차 수용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팽배해 있는 단세포적 반공주의에 뿌리 둔 보수주의, 그 보수 분위기를 의식한 정치적 계산, 바로 김영삼 정권의 한계일 수 밖에 없다. 이제 "황공무지로소이다" 의 인사들은 더욱 굳게 입을 다물고 "보수주의 만세" 를 부르게 도었다. 누가 감히 "강풍보다는 따뜻한 햇살로 북한의 외투를 벗겨야 한다" 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제 목이 달려 있는 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