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화이트헤드) 날 짜 (Date): 1998년 9월 25일 금요일 오전 10시 58분 36초 제 목(Title): 중앙/한규선 브레어의 제3의 길과 한국 [시론]블레어의 '제3의 길'과 한국 ------------------------------------------------------------------------------- - 집권 1년5개월을 맞이하는 영국 노동당 정부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자신의 정책과 이념을 '제3의 길' 로 정의하고 이의 전파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처리즘' 이라는 신조어를 낳은 영국이 이제 '블레어리즘' 의 신조어를 유행시키고 있다. 블레어리즘이 하나의 이념으로 정착될지 영국에서 지금 진행되는 실험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블레어리즘의 실험이 갖는 중요성은 블레어리즘이 자유경제의 보수당 노선과 상호연대와 사회적 정의를 중시하는 노동당의 사회민주주의적 전통을 결합하려는 최초의 본격적인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블레어리즘의 성격 논의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강조하는 전통적 좌파가 보는 것처럼 블레어리즘은 노동당 (사회민주주의) 의 얼굴을 한 대처리즘의 아류인가, 아니면 블레어가 주장하듯 좌파와 우파의 단순한 타협이 아닌 좌파와 우파의 한계를 넘어선 제3의 길인가가 논쟁의 최대 이슈다. 블레어리즘의 이론적 바탕은 94년 앤서니 기든스 교수가 쓴 '좌.우를 넘어 래디컬 정치의 미래' 란 책에 담겨 있다. 보호와 책임의 균형, 일하는 복지, 소외와의 투쟁과 경영주의 등 기든스의 주장이 현재 블레어리즘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정책에서 5대 원칙으로 나타난다. ▶국제경제를 감안한 안정적 관리와 신중한 경제정책 운용▶교육과 훈련, 기간시설에 대한 정부개입 강화▶복지제도 개혁▶정부개혁과 탈중앙집권화, 개방정부화▶국제화를 통한 우파의 고립주의 타파 등이다. 이 정책들의 5대원칙 중 대처주의와 차별되는 것은 ▶교육과 훈련, 기간 시설에 대한 정부개입 강화▶복지제도 개혁▶국제화를 통한 우파의 고립주의 타파다. 블레어는 복지제도의 개혁에서 기든스의 '발생적 정치' 와 '적극적 복지' 의 개념을 사용해 대처주의와의 차별을 시도하고 있다. 복지의 중점이 실업자에게 실업수당을 주는 복지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주거나 일자리를 유지시켜 주는 복지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자의 질병치료에 중점을 두지 않고 질병예방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발생적 정치' 와 '적극적 복지' 다. 정부의 역할도 자유시장 경제가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는 거시경제적 안정을 추구하는데 두고 있다. 즉 정부는 축구시합에서 선수가 아니라 축구게임의 진행을 맡는 심판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는 "모든 결합은 궁극적으로 악" 이라고 말했다. 두개의 상이한 원칙이 하나로 결합될 때 원래 각각 하나로 남아 있던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국 노동당의 사회민주주의의 휴머니즘과 대처리즘의 자유시장주의 효율과 경쟁성의 결합 실험이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대처주의가 18년간 이룩한 경제성장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는 블레어의 레토릭이 아니라 실제 성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회민주주의의 모범국가인 스웨덴의 볼보 공장이 노동의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포드식 단순 부분 조립과정을 일괄조립과정으로 바꾸었다가 효율성의 저하로 공장 문을 닫은 사례는 이 실험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구조조정의 와중에 있는 한국에서 블레어의 제3의 길을 이야기할 때, 블레어의 제3의 길의 실험이 있기 위해서는 18년간의 대처리즘의 실험의 성공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70년대 히드 보수당 정부의 자유시장경제를 위한 구조조정의 실패, 캘러헌 노동당 정부의 사회계약으로 대변되는 사회민주주의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처리즘은 성공할 수 있었다. 지금 다시 대처리즘의 경제적 업적 위에서 블레어의 제3의 길이 실험되고 있다. 블레어의 제3의 길의 실험이 가능한 것도 '자유시장' 의 구조조정은 이미 대처에 의해 사실상 끝났기 때문이다. 블레어는 그대로 대처가 확립시킨 '자유시장' 을 계승하면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나타난 블레어리즘의 업적은 대처리즘의 보수당 정부도 손을 못댄 사회복지체제의 구조조정이다. 영국의 사회복지제도와 비교할 때 아예 개혁할 사회복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한국에서는 사회복지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사회복지를 만들어 낼 경제의 건설이 더 시급한 실정이다. '자유시장' 과 '민주주의' 의 대 구조조정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한국에서 복지제도의 구조조정으로 나타나는 블레어의 제3의 길은 아직도 먼 꿈이다. 한규선(경희대사회과학연 선임연구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