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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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화이트헤드)
날 짜 (Date): 1998년 9월 17일 목요일 오후 12시 24분 03초
제 목(Title): 한겨레,정운찬/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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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시평] /다시 시작하자/정운찬/서울대 경제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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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누란(累卵)의 위기에 놓여 있다. 먼저 나라 밖을 바라보면 주요국의 
환율이 춤을 추고 주가가 폭락하는 가운데 아시아→러시아→중남미로 확산되어 온 
경제위기가 좀처럼 멈출 것 같지 않다.  

나라안으로 눈을 돌려보면 신물날 정도로 들어온 구조조정은 말뿐이지 정작 행동은 
없다. 오죽하면 외국인들이 한국은 언제 나토(NATO:No Action Talk Only)에 
가입했느냐고 비아냥거리겠는가. 5대 재벌들이 내놓은 빅딜 플랜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간접적 의사표시이든가 아니면 재벌공화국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겠다는 간교한 술책일 뿐이다. 비교적 한국에 관대했던 
세계은행마저도 정부가 재벌들의 지원요구를 승인한다면 20억달러 구조조정 차관을 
중단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는가. 

이러한 내우외환의 와중에 민심은 날로 흉흉해지고 있다.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개혁은 물건너 갔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떠돌고 다니지 않은가. 반면 서민들의 생활고는 아버지가 아들의 손가락을 짜르는 
인륜파괴의 단계로까지 발전하였다. 

그런데도 각종 경제연구소에서는 1년여만 지나면 경기가 바닥을 치고 곧 
회복단계에 들어설 것이라고 장담하는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한술 
더떠서 대대적인 경기부양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한국경제의 문제는 
경기문제가 아니라 구조문제라는 것을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지금 경기침체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면 구조조정이라는 절대절명의 과제는 영원히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벌써 잊었나보다. 

나라밖의 문제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라안의 문제는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문제의 싹은 가깝게는 
김영삼정부에서 돋아났고 멀게는 박정희식 성장전략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국정 최고책임자인 김대중 대통령도 일단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취임전 
당선자의 신분으로 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설치하여 경제정책을 총괄하였고, 또 
취임후 대통령의 권한을 공식적으로 행사한 지도 벌써 7개월이 다되어가기 
때문이다. 

우선 김 대통령은 구조조정 부진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동안의 
개혁부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올해초 외환위기의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긴 것만으로 대통령 직무를 잘 수행하였다고 자부할 수는 없다. 문제의 본질은 
외환위기라기보다는 과잉시설에 있지 않은가. 또한 날로 거칠어져가는 민심의 
실상을 은폐하는 측근들의 장미빛 보고를 탐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은 사과와 함께 
새로 시작해야 한다. 물론 새로운 시작은 새로운 인물들과 해야만 한다.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잘 드러나듯이, 감독이 아무리 훌륭해도 허약한 선수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팀의 성적이 나쁘면 선수를 교체하여 팀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지난해 국민이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것은 마치 구단주가 감독을 
바꾼 것이나 다를 바 없다. 5년 계약으로 선출된 새로운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여 팀의 성적을 끌어올려야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결과는 실망스럽다. 
이제는 스카우터를 바꾸고 주전선수를 포함하여 대규모 물갈이를 할 때가 되었다. 
바꿔야 별 수 있겠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물론 사람을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팀으로는 죽도 밥도 안될 것으로 보인다. 아니 솔직히 
말한다면, 밥솥을 뒤엎을 것이 틀림없다. 개혁기피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개혁주체가 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 민심이다. 지난 정권에서는 사람을 너무 자주 
바꾸어서 국민의 빈축을 사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무 것도 안하는 사람들을 그냥 
놔두는 것보다는 차라리 바꾸어 주는 것이 낫다. 

7개월은 너무 짧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혁이란 적절한 시기와 적당한 
강도를 놓치면 오히려 후퇴하는 법이다. 그래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들 하지 
않는가. 비상시기에 7개월은 충분히 긴 세월이며, 특히 경제각료들의 능력과 
의지를 가늠하는 데에는 너무나도 긴 세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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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시각 1998년09월16일19시11분 인터넷 한겨레 www.hani.co.kr 제공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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