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4jahoo (井蛙 夏蟲) 날 짜 (Date): 2009년 06월 10일 (수) 오후 04시 38분 26초 제 목(Title): Re: 유시민에 대해서 링크했던 씨네21의 인터뷰 기사가 삭제됐군요. 아직 인터넷에 올라오지 않은 글을 시민광장 회원이 직접 타이핑한 것이었는데, 마침 저에게 임시 저장 된 것이 있어, 청해님 의견과 비슷한 질문과 그에 대한 유시민의 답만 발췌해서 올립니다. >2) 토론을 할 때 상대방을 완전히 깔아뭉개는 스타일을 일부 고쳐야 합니다. ------------------------------------------------------------------------ (김혜리) 토론자로서 매섭다는 평을 듣습니다. 진중권 선생님이 센 표현을 사용한다면 선생님께서는 독설은 아니지만 냉소적이랄까, 듣고 난 뒷맛이 당한 듯한 느낌이 강해서 그런 평을 듣는 것 같습니다. (유시민) 나한테 주어진 역할은 최선을 다했으므로 후회가 없지만 가장 효과 적인 방법으로 했느냐는 이견의 여지가 있죠. 돌이켜보면 인간에 대한 무례 앞에서 격분을 다스리지 못했어요. 사람을 괴물로 그려놓고 비방하고 모욕하고 저주하는 언어들이 활개치는 상황에서 미소지으며 "일리가 있으십니다. 그런데" 하는 식의 토론은 할 수 없었어요. 만약 그랬다면 제 개인적으로는 좋았겠죠. 노무현은 엉망인데 유시민은 인간됐다 그런 말을 들었겠죠. 근데 전 그러면 대통령을 욕보이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저를 위하는 보좌관들이 제발 꼭 보면서 하라고 메모지에 몇 가지 키워드를 적어줘요. 미소, 긍정, 참을 인자 몇 개. (웃음) 방송할 때 메모를 옆에 놓고 해도 소용없어요. 막말은 안 했지만 아주 차갑게 했죠. 그러지 않으면 진짜, 암 걸리겠더라고요. (좌중 웃음) 사실 제 내면에는 냉소적이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측면이 있는 한편, 타협을 굉장히 잘하는 면도 있어요. 상대가 나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는 절충과 타협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대단히 전투적으로 임해요. 정치적으로 더 큰 사람이 되려면 그런 점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에는 지금보다 정치적으로 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답했어요.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3) 자신의 소신과 세부적으로는 다르더라도 큰 프레임에서 방향이 같다면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 (김혜리) 민주당에 대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진단하고 탈당하셨습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어떨까요? 진중권 선생님은 유시민 선생님의 거취에 대해 "분명 참여정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고 차기 대권 후보로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내가 보는 유시민은 철저한 현실주의자이기 때문에 개혁당 때처럼 친노 세력을 결집하고 민주당 내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보시던데요. (유시민) 그걸 그렇게 다 엮어서 생각하면 곤란하고요. 할 이야기가 없어요. 저희가 5년 내내 억울하다며 한 이야기를 모든 언론이 하는 상황에 보탤 것도 없어요. 언론이 우리한테 물어보고 쓰지도 않고요. 노 대통령을 지지해온 사람들의 울음 속에는 원통함과 더불어 국민들에 대한 고마움이 있어요. 무슨 종교집단처럼 지난 몇 년간 매도당해왔는데 너무 고맙죠. 기쁨과 슬픔이 뒤범벅된 모순된 상황이고, 앞으로도 그런 시간을 한참 보내겠죠. 그러나 그것을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국민들의 생각이 바뀐 것은 지난 일에 관한 것이고 앞날은 앞날이에요. 보상심리로 노 대통령을 열심히 모신 사람이 선거에 나오면 지지해줄 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정당의 존재근거가 되고 우리 사회 발전에 제대로 기여할 수는 없어요. 민주당은 나름의 역할이 필요한 정당이에요. 다만 제게 정치는 역시 이상주의 운동이거든요. 민주당에는 이상을 품고 있는 조직이 풍길 수밖에 없는 향기가 없었기에 당을 나온 것뿐입니다. >4) 연설을 할 때 부드럽고 인간적인 모습도 함께 보여줘야 합니다. -------------------------------------------------------------------------- (김혜리) 몇 해 전 얼굴을 보면 본인이 봐도 사납다고 쓰신 걸 읽었어요. 살아오면서 성격의 전환점이 있었다면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유시민) 한때 엄청 사나웠죠. 국회의원, 대통령 후보 낙선하고 나니까 참 좋았어요. 책임을 면제받았다는 안도감 같은 게 컸어요. 돌이켜보면 결과가 비슷했는데 괜히 싸웠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요새는 생각하는 걸 다 말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새삼 노무현은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하게 돼요. 어떻게 그렇게 전체를 상대로 싸울 생각을 하셨을까? 진짜,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