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clearsea (晴海) 날 짜 (Date): 2009년 05월 29일 (금) 오전 04시 23분 09초 제 목(Title): 기억의 편린과 추모 1. 1997년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어느 날 이회창 후보가 연설하러 근처에 오는데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고 직장 동료가 물어봐서 어안이 벙벙해졌던 일이 있었다. 직장의 성격상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했고, 나 자신도 현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거절했었다. 그 다음 대선이 열렸던 2002년에 나는 미국에 있었는데 또 한 판의 대권 전쟁이 고국에서 벌어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정도였지 그 당시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현실 정치에 큰 관심을 갖도록 해준 계기가 2003년에 생겼다. 노통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정치개혁연구실이라는 분과조직을 만들었는데 내가 그 연구실의 작업에 뒤늦게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2. 노통과는 두 번 만난, 아니 정확하게는 스쳐지난 적이 있다. 인수위 활동이 끝날 즈음에 인수위에 참여한 모든 사람과 개별 기념사진을 찍을 때 잠깐 옆에 선 것이 처음이었다. 노통은 지병인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어서 수 백 명과 사진을 찍어야 했던 수 시간을 서서 견디느라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인수위 예산이 모자라 충분한 보상을 못해줘서 기념사진이나마 선물하고자 그랬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다음은 노통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을 때 환영모임에 참석해서 잠깐 인사를 나누면서 인수위에서 일했었다고 말을 건넸는데, 무척 놀라는 기색이었다. 미국 교포가 인수위에서 일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었을테니... 3. 노통의 뜻이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있다는 느낌을 참여정부 초기에 강하게 받은 적이 있었다. 4. 참여정부 초기에 노통이 국정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국내담당 부서의 보고를 받은 후 했다는 노통의 발언이 상당히 신선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무슨 일을 하셨는지 저는 압니다. 지금부터는 그런 일들을 해서는 안됩니다"라는 내용이었다고 들었다. 5. 지난 주말 오후에 키즈를 보니 노통 사망이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와 혹시가 빠르게 머리 속을 지나갔는데... 노통은 역사의 평가를 보다 빨리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6. 인터넷을 보니 노통에 대해서 딴지를 걸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몇몇이 보인다. 앞으로 시간은 많다. 고인에 대한 예를 먼저 갖추고 천천히 평가해도 괜찮지 않겠나... 7.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노통은 우리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정치인이었다. 슬픈 가슴으로 보내드려야 하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는 편히 쉬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