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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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clearsea (晴海)
날 짜 (Date): 2008년 06월 29일 (일) 오전 01시 11분 51초
제 목(Title): 이런 저런 단상들


*"정권 퇴진"이라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과소평가해서도 곤란하지만, 과대평가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권 퇴진"을 외친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적 결정이  
된다는 보장은 없죠. 시민들의 정권 퇴진 요청은 이번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기에 따라서 그 표현 방식이 달랐고, 실현 여부도 달랐죠.  
1987년 이후 최근 정권인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일부  
시민들의 정권 퇴진 요청은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는 급기야 국회에서  
탄핵을 가결시키기도 했죠. 그러나 네 번의 대통령을 겪는 동안 한번도 정권이  
중도 하차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이번에 정권의 중도  
교체가 설사 이뤄진다 해도 그것이 자주 반복될 것이라는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정치적 혼란의 반복"도 유사한 추정인 것  
같습니다. 그 반대의 추정도 가능하죠. 더 나아가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로 들어가면(정치적 혼란을 멈추기 위해서 정부가 잘 해라, 정권  
퇴진 요청 그만두라), 작금의 사태가 이렇게 된 연원에 현 정권의 책임이  
있음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는 국민들이 권력을 위정자에게 위임합니다. 그리고 그  
위임을 경우에 따라서 거둬들일 수 있다는 것이 그 "합의"에 대한 정설입니다.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권력 위임의 취소가 정당화되느냐는, 특히 그  
문제를 사후적(ex post)이 아닌, 사전적(ex ante)으로 평가하자면 더  
어렵습니다. 닉슨과 클린턴이 탄핵 직전까지 갔을 때, 닉슨은 스스로 사임했고,  
클린턴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함으로써 탄핵은 겨우  
모면했습니다. 클린턴이 탄핵되었다면 대통령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과연  
클린턴이 탄핵될만한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논란이 있습니다. 민주주의 정치는  
그렇습니다. 옳고/그름의 잣대와 함께 좋고/싫음의 잣대도 동시에 작동하지요.  
노무현 전대통령의 경우 국회에서 탄핵이 되었지만, 헌재에서 그 결정을  
부결시켰습니다. 그 당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와서 탄핵 저지를  
외쳤습니다. 저는 그 촛불이나 작금의 "정권 퇴진" 촛불이나 정권  
유지/퇴진이라는 방향성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 성격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충하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죠.  

*저는 정치인들이 "국익"이라든지, "전체이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일단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따져봅니다. 개념이 매우 애매모호하기 때문이죠.  
룻소가 "일반의지(volonte generale)"라는 개념을 사용했는데, 저는 그 개념을  
정치에 적용할 때도 조심스럽게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국민들의  
일반의지가 없는데 일반의지가 있는 식으로 적용하면 권위주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룻소가 권위주의나 전체주의의 정치사상적 연원으로 언급되기도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유신의 한국식 민주주의가 국익이라고 주장했던  
사례를 곱씹어볼만 하죠.  

*한미 FTA 체결이 국민들의 일반의지인지, 국익인지, 전체이익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구체적 내용을 잘 몰라서 반대도 찬성도 아닌 중립이고, 우리  
국회에서 비준하면 존중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FTA가 비준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국민들의 "전체이익"인지 아닌지는 "전체이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입니다. 엄정하게 정의해보면 아마도 전체가  
아닌 부분적 이익을 뜻하지 않을까 싶네요. 정권 유지와 퇴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시민들마다 입장이 다르겠죠. 어느 쪽이 우리나라와 국민들의 발전에  
더 도움이 되느냐는 평가도 어떤 잣대를 들이대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입니다.  
무엇이든 절대선이 될 수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협상 한번 잘못 해서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인수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총체적 실패로 인하여 재신임 투표를 실시하고 재신임이 부결되면 대통령이  
사임하는 것은 적절할 것입니다. 취임 네 달만에 청와대 보좌진이 모두 바뀌고,  
내각 총사퇴가 언급되는 것을 참조하면 재신임을 묻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렇게 되어서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면, 그것이 우리 대의제  
민주주의의 퇴보가 될지 발전이 될지는 현재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근거는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권력의  
최후 보루로서 주인을 무시하는 무능한 위정자를 심판하고 새로운 이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겠죠. 반대 의견은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제에서 권력을 위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일부 정책적 실수를  
이유로 벌써 그 위임을 철회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일테지요.  

*재협상에 대해서는 현 정부가 재협상을 선택하지 않고 추가협상을 선택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제 입장에서는 재협상도 가능했다고 보는 것이고, 정부는  
이런 저런 계산을 해보니 재협상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했겠죠. 작년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당시 외교부 장관이 노 전대통령을 만나서 쇠고기 협상타결을  
건의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노 전대통령이 자신은  
정치인이기도 한 점을 강조하면서 거절했다고 합니다. 선택이 달랐던 것이죠.  
원래 협정이 잘못된 것이었기 때문에 재협상하려면 무척 힘든 길이었음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임무를 해내라고 대통령, 장관 등의 명예도  
갖고 국민들 세금에서 월급도 받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재협상  
의지와 협상 능력 운운했던 것이랍니다. 원래 협상, 추가 협상, 대국민 소통,  
정책 수정 등에서 별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네요.  

*여담입니다만 김종훈 본부장이 FTA 교섭단장이었습니다. 김 본부장으로서는  
FTA 완결이 일생일대의 "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그 "꿈"이 대통령의  
유사한 "꿈"과 일치해서 재협상보다는 추가협상 쪽으로 길을 잡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청와대 수석 회의에서는 재협상 얘기도 나왔다고  
합니다. 저는 쇠고기 협상과 FTA 완결이 연관은 있지만, 쇠고기 협상에서 크게  
양보한다고 해서 FTA 완결 가능성이 엄청 높아진다고 보는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FTA 완결을 위해서 쇠고기 협상 카드를 남겨놓을 필요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4월 협상의 경우). 또한 한미 FTA가 왜 우리 국민들의 "꿈"이 되어야  
하는지도 잘 납득하지 못하는 편이죠. 타결되어도 괜찮고, 타결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지난 주 어느 토론에서 여당 의원 한 명이 쇠고기  
협상과 관련하여 야당 의원에게 이렇게 묻더군요, "한미 FTA 찬성입니까?  
반대입니까?" 제가 듣기에는 뜬 금 없는 질문 같았습니다. 밤의 귀족문화  
언질을 받았던 그 의원에게는 한미 FTA가 "국익", "전체이익", "대한민국  
선진화", "아무튼 좋은 것", "소원" 정도 되니 그런 식으로 질문했겠죠.  

*촛불 시위의 순수성 상실, 변질 등의 표현이 객관성을 가지려면 촛불 시위가  
어떻게 되어야 된다는 일반적 정답이 있을 때 가능하겠죠. 저는 그 정답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3대 원칙을 자유, 평등, 참여라고 흔히 얘기합니다. 참여  
방식은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정당 정치의 발전과 시민의 직접적  
정치의사 표현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특정  
시민들이 제도권 내의 정치 활동은 별로 하지 않고 직접적 정치의사 표현을  
한다고 해서 비난/비판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대규모 평화적 시위를 여러 번 주도했습니다. 그 때 제도권 내 참여가 막혀  
있어서 그렇게 했는지는 한번 생각해볼만 하겠습니다.  

*현 정권의 계속된 정책적 실패도 문제이지만, 정권의 정체성 문제도 제법  
제기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여기서 정체성이란 현 정권이 헌법 제1조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기본 원리(예컨대 국민의 기본권 준수)를 받들고자 노력하는  
문제의식입니다. 인간광우병으로 앞으로 한 명도 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먼 훗날 작금의 촛불들이 무척 어리석었다고  
사후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앞으로  
인간광우병으로 과연 몇 명이 죽어나가느냐는 숫자 놀이 이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PD 수첩이 일부 실수는 했지만, 광우병과 관련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괜찮은 보도를 했던 것 같습니다. 관련 방송 프로그램들과  
논란을 대부분 살펴봤는데, 일부 신문들과 정부의 집중포화를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곡이라면 그 신문들과 정부가 제법 했죠. 검찰에  
전담반이 생기고 검사가 몇 명씩이나 배당되었다고 하던데, 제가 가진  
상식으로는 정부가 상당히 오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시민들이 격해진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봐서 이번  
시위는 어떤 특정 단체들의 지휘하에 이뤄진 것도 아니었고, 매우  
다원적인(plural) 평화 시위였다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요. 촛불들  
중에서도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에 물리적 위해를 가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촛불들이 그런 행동에 동참했다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온전할 수 없었겠죠. 경찰들과 부닥치면 시민들이 "비폭력"을 외친  
것을 참조해야 합니다. 나무도 보고 숲도 봐야 합니다. 담양에 가본 적은  
없는데 대나무 숲에 대나무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촛불은 이미 이겼습니다. 이 상태로 서서히 잦아들어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유비쿼터스 커뮤니케이션을 토대로 진행된 평화적 시민 운동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정부의 강경 대처로 장기간 촛불을 든 지친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우리 민주주의 발전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그리고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다시 오지요. 

*현재 상황에서 재협상을 하지 않고 사회안정을 시급히 이뤄야 하는 지상  
과제가 있다고 대통령이 판단한다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유력한 한  
방법은 당장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서 한 달 뒤 쇠고기 원래/추가협상 결과를  
걸고 재신임 국민투표를 실시할테니, 촛불들은 댁으로 돌아가셔서 편히  
쉬시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제가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현실에서 그 방안이 드러날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 사회 불안정의 주 요인은 현 정부의 실패입니다.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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