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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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Nyawoo (바람~냐우)
날 짜 (Date): 2008년 05월 29일 (목) 오후 01시 29분 48초
제 목(Title): Re: 친일사관


aizoa님의 글에 대략 답변을 드리는 형식으로, 제 생각을 윗 분들의 의견과
덧하여 드리지요.

(1) 박정희의 친일이  박근혜에게 얼나마 정치적 타격을 줄 것이냐.

글쎄요, 이것은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제가 박근혜라면
적어도 굉장한 위협감을 느끼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정희가 일본군
소위였다는 사실을 안지가 얼마(몇년?) 안됩니다. 그런데, 일반 대중들이
익히 알고 있다라고는... 뭐, 일반 대중들이 박정희의 친일부역 사실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는 논외로 하지요.

하지만, 이것이 친일인명사전같은 곳에 공식적으로 문서화되고 교과서에 
그에 대한 논평이 들어간다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개인의 정치적 입지보다 더 중요하게 박정희와 관련된 모든 보수 
세력에게 큰 짐이 될 것은 분명하죠. 이명박 정부에서 (이름이 가물한데) 
과거사 청산 위원회(?)가 해체된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거기에
일단 좌측에서 공식 논평을 마무리 짓기전에 우측에서는 뉴라이트 교과서
를 통해서 먼저 선방을 먹이는 것이죠.


(2) 친일파에 대한 정리를 해서 지금 사회적으로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기본적으로 realman님의 의견과 동의합니다. 현재의 효과는 글쎄요,
뭐 기득권층이 바뀌거나 그러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앞으로 새로 태어날
세대들의 교육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이명박이 당선될 때 제일 걱정한 것이 이것이 지금의 초중고생들한테
어떤 귀감이 될까가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전과 14범이라도, 저렇게 
부정직하게 살아도, 거짓말 해도,... 대통령 될 수 있다라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준 것이잖습니까. 저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밑바탕이 친일 청산이 제대로 안되서라고까지 생각합니다.
악순환의 고리지요. 어쨋든 역사의 승자만 되면, 그 전에 무슨 짓을 해도
되는구나.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만 하는데, 결국 무슨 편법을 써서라도 
부만 축적할 수 있다면, 그 자리까지만 가면 누구도 거기에 대적할 수 없
게 되는구나라는 사회의 분위기속에서 앞으로 대한민국이 훌륭한 나라가 
될 수 있을거라고는 절대로 생각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런 의식이 대를
이어서 계속 내려가게 될거라면?

촛불집회를 보고서 그래도 자라나는 새싹들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걱정은
할 필요는 없겠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십대들이 자라서
가정을 꾸리고 사회에서 치이다가 보면 글쎄요... 그때 가서는 또 어떻게
변할지. 혹시 이런 순수반항(?)의 시절이 한철로 끝나지 않을까. 마치 
386이 결국 먹고 사는 문제로 (최소한 대통령 선거에서) 결국 노무현을 
버렸듯이 말이죠. 여전히 걱정스럽죠.



(3) 다분히 감정적인 민족주의 역사관에도 문제점이 많다.

위의 어떤 분이 지적했듯이 저 개인적으로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대안으로 뉴라이트 교과서를 삼고 싶은 생각은 절대로 없습니다. 
뉴라이트 쪽에서 제시하는 내용이 아니라 방법론은 일부 받아드일 수는 
있겠죠. 그렇다고 해도 저는 개인적으로 뉴라이트 측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두가지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안병직이나 이영훈이나 둘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경제사 전공이죠. 이들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일제가 몹쓸 짓을 했다고 하는데, 감정적으로 일본 나쁘다고 하지말고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하자."

이것입니다. 얼핏 보면 저 말이 맞습니다. 경제학적인 방법론으로 통계
자료를 분석해보자 입니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두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째, 이들이 사용하는 자료의 대부분은 일본 학계의 주장을 고스란히
가져온다는 점, 둘째로 데이터의 신빙성과 그 부정확성, 희귀성의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뭐, 그래도 데이터를 가지고서, 감정적이기만 한 국내 주류 사학계보다
좀더 우수한 계량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는데에서 의의를 두어서 이부분
을 양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사람들의 방법론도
뭐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OLS 한번
돌려보는 수준이라고 누가 그러더라구요.)

그러나 여전히 제가 뉴라이트를 받아드릴 수 없는 것은 안병직이나
이영훈이나 제가 보기에는 정치가이지 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때문
입니다. 이게 제 두번째 이유입니다.

경제사는 엄연히 경제학의 한 분야이고, 경제학은 싸이언스입니다.
어느 학문을 막론하고 기본적으로 학자가 갖추어야할 덕목은 지식을 다루
는데 있어서 최대한 객관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싸이언스라면
더더욱이지요. 어떤 사람이 학자인가, 정치가인가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은 
간단합니다. 제가 애써서 설명하지 않아도 키즈에 계신 수많은 고수분들
은 다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집필하는 사람이 정치가인 이상, 그가 쓴 글은 어느 종류의 비평서나 
책은 될 수가 있어도 역사 교과서로 채택되어서는 안된다가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학자가 쓴 연구서가 아니라 정치가 집단이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쓴 책이라면, 이는 역사책으로써 기본
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국내 사학계가 너무 내쇼날리즘
에 치우쳐있다라고 주장하면서 뉴라이트 역사관을 소개하는 것은 
대나무가 한쪽으로 휘어져 있으니 저 반대쪽으로 휘면 똑바로 될거야라고
너무 산술적인 평균을 맞추는데 급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차라리 뭔가 더
다른 대안을 찾아보겠습니다. 위에 어떤분이 이야기한 것같은 좌파적 역사
관이 나아보입니다.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만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친일청산'의 이유는 - 무슨 악행을 저질러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라는 - 한국 사회에 있는 병폐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해야할
일의 가장 첫번째 단추라고 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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