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clearsea (청해) 날 짜 (Date): 2005년 12월 18일 일요일 오전 04시 46분 14초 제 목(Title): 황우석과 정치적 조작 황우석과 정치적 조작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 내가 황우석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아마 1990년대 말 이었던 것 같다. 서울대 국제지역원의 Global Leadership Program(최고경영자 과정 비슷한 것)의 초청 강사로 그 당시 이기준 총장이 특강을 하면서 황우석 얘기를 일화로 소개했던 것이다. 대충 내 나름대로 재생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 학교에 기발한 교수님이 한 분 계십니다. 동물 복제를 전공하시는 분인데요, 그 분 말씀이 사람 복제가 동물 복제보다 더 쉽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번은 저에게, 총장님도 조심하십시오. 총장님 귀를 슬쩍 스치면서 세포만 입수하면 총장님 복제인간도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얘기 하더라구요..." 그 복제 전문가가 황우석이었던 것이다. 당시 그 특강을 들으면서 한 편으로는 이제 인조인간이 등장하는 재미있는 시대로 갈 것인가라는 생각이 스치면서도 황교수라는 자연과학자가 답지않게 뻥도 제법 치는 모양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노무현이 당선되고 2003년 초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이 본격화 되면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권력지도 변화에 대한 예상과 그에 따른 대응 방식이 논의되었다. 그 중에 핵심 인물로 등장하는 것이 박기영과 황우석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박기영이 뜰 것이라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고, 따라서 박기영에게 줄을 대려고 여러모로 노력했던 것이다. 황우석도 마찬가지였고, 들은 바로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의견교환 정도로 박기영에게 접근한 반면 황우석은 확실하게 박기영에게 점수를 땃다는 것도 있었다. 그 무렵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몇몇 자연과학자들은 나에게 박기영과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의견교환을 가질 기회를 갖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알음알음으로 연결하여 두 차례 모임을 주선한 적이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정책과 관련된 과학기술계의 초미의 관심사는 연구비 책정과 분배라고 할 수 있다. 크게 구분하면 과학기술 연구비의 총액, 연구비 분배시스템의 개선, 선택과 집중의 문제, 기초과학의 저변확대를 위한 정부 연구비 지원 등이 의견교환의 주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도 박기영을 개인적으로 몇 번 더 만나서 내가 아는 자연과학자들의 의견을 전달해준 적이 있는데, 박기영은 그 당시 과학기술이 실물경제에 직접적으로 실적을 내는데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박기영의 문제의식이 그 이후에 황우석과 결부되었다고 생각한다. 대박을 내는 선택과 집중으로 황우석을 고른 것이다. 내가 아는 자연과학자들은 그런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곤 했다. 특히 분자생물학을 전공하는 과학자들의 얘기를 들었을 때, 환자치료와는 아직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미래의 얘기를 몇 년 안에 금방 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는 황우석의 행태가 심히 의심스러웠다. 2004년 황우석 논문에 박기영 이름이 등재된 것이 과학계에서는 우스개가 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 와중에 나는 허공에 붕 뜨는 대중이 장차 주저 앉으면서 실망하면 그 분노는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아서 심히 우려된다. 박기영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박기영이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임명되고 약 일 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임명되기 전에 약속이 되어 있었던 것이었는데, 높은 사람이 되었으니 전화하기가 조금 망설여졌지만 약속은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했고 사무실에서 만나자는 답변이 왔다. 만난 자리에서 나는 박기영에게 그 위치까지 갔으니 이제는 정치를 한번 공부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얘기했더니, 펄쩍 뛰면서 과학하는 사람이 무슨 정치냐고 박기영이 정색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 당시에 정치를 제대로 공부했다면 그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는 연락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만난 그 날도 일에 지쳐서 건성으로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서로 시간낭비가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최근에 있었던 황우석의 첫번째 기자회견을 앞두고 나는 속으로는 황우석이 완전히 떨어내고 새출발을 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기자회견은 나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는 것이었다. 정치학이나 언론정보학에서 정치적 조작술(political manipulation)로 대표적으로 드는 것이 의제설정(agenda setting)이다. 여기서 제대로 된 조작술은 첩보기관의 공작과 같은 그런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 거짓이 아닌 정당한 방법으로 의제를 설정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기술이 의제설정에 의한 제대로 된 정치적 조작술이라고 할 수 있다. 황우석은 연구원의 난자기증이 자발적이었고, 자신은 그 당시 몰랐다는 식으로 첫번째 회견에서 밝혔다. 또한 매매된 난자가 사용된 것도 몰랐지만 연구 책임자로서 책임을 지고 모든 공직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황우석이 설정하고자 하는 의제는 자신이 알았는지 몰랐는지라는 문제가 된다. 이것은 진실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원래 의제는 그것이 아니고 사이언스 논문 작성과정에서 연구윤리와 어긋난 부분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라는 것이었다. 황우석은 원래의 핵심 의제를 다른 의제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정황으로 봐서는 사실로 믿기 힘든 점(예컨대 주요 연구원이 난자기증하면서 장기간 연구실을 비우는데도 연구책임자가 몰랐다는 점)을 의제설정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매우 어설픈 정치조작술이 되어버린 것이다. 두번째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난다. 핵심 의제는 2005년 논문작성이 조작이냐 아니냐라는 문제였는데, 황우석은 맞춤형 줄기세포 원천기술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의제설정을 전환하려는 의도를 그대로 드러냈던 것이다. 그 동안 많은 국민과 언론들이 황우석 신화를 믿고 하늘같이 떠받치는 것을 즐긴 본인으로서는 아직까지도 자신의 의제설정 전환노력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의 눈과 귀에는 그런 노력이 또 다른 어설픈 정치조작술로 보이는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설익은 의제설정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만약 황우석이 맞춤형 줄기세포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면 향후 보여주면 된다. 그래도 사이언스 논문의 허위작성의 원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은 오히려 원천기술 의제와 허위작성 의제가 뒤섞여서,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 밝혀지더라도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장난치다 더 당하는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황우석은 그 반대로 생각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만약 원천기술이 없다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런 경우라면 사기성 도박을 했을 수도 있겠다. 두 기자회견 모두 잘못도 인정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의제설정을 하여 본질을 호도하려는 잘못된 정치조작술을 황우석은 보여주었다. 잘 되면 위기를 넘기겠지만, 잘못되면 잘못을 인정한 것도 아무런 효과가 없게 될 수 있다. 나는 후자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황우석이 정치학을 제대로 공부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쓴 웃음을 한번 지어본다. 황혼으로 접어들고 있는 황우석을 보면서 정치가 무엇인지, 과학이 무엇인지, 지식이 무엇인지, 권력이 무엇인지, 명예가 무엇인지, 국제선 비행기 1등석이 무엇인지 등등의 착잡한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우리가 먹고 사는 것이 많은 부분 이공계의 연구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 자연과학계가 불이익을 당해서 우리가 먹고 사는 것에 지장이 생기면 어쩌나라는 것이다. 그래도 자체정화 능력이 있는 것을 보여주었으니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는 위로를 스스로 해본다. (황우석에게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한번 볼 것을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