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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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hyondo (박현도)
날 짜 (Date): 1997년12월27일(토) 10시34분37초 ROK
제 목(Title): (퍼온글) 착한국민이 1달러 아낀들


                        [경제시평] ‘착한 국민’이 1달러 아낀들

        요즘 뉴욕은 한국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비즈니스  위크>나 <다우 존
스 뉴스 서비스> 등 영향력 있는 경제 전문지에 연일 한국의 금융 위기가 보도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뉴욕 타임스>나 <월 스트리트 저널>  같은 주요 
일간지에도 한국 사태가  등장하고 있다. 이곳에서 보도되는 것을 보면,  사태의 
원인 분석은 물론이고 앞으로 진행될 방향에 대한 예상, 한국이 세워야 할 대책
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고 빈틈이 없다. 그래서 세계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 모
두가 한국 사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한국의 신문이나 텔레
비전 뉴스에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당사자인 한국 사람들만 사태의 본질을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한국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 가정 주부와 어린이들이 해외 여행에서 
쓰다 남은 외화 동전을 원화로  바꾸는가 하면, 시민단체는 과소비 풍조와 외국 
사치품 사용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인다고 한다. 또  노동단체는 해외 여행과 
외국 유학 등이 현사태의 주범이라면서 화형식을 가졌다고 한다. 참으로 답답하
고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쓰다 남은 외화 동전을  원화로 바꾸는 일은 물론 
아름다운 일이다. 불요불급한 해외 여행이나 도피성 외국 유학을 막으면 그만큼 
외화가 절약되는 것 또한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태는 이렇게 감상
이나 감정에 치우친 눈으로 보아서는 안되고, 더더구나 감상적인 방법으로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된다. 이러한 감상적이고  감정적인, 때로는 국
수적인 목소리는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국민의 관점을 오도하여  진정한 해결
책에 초점을 맞출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태는 과다한 해외 여행이 야기한 것도  아니고 사치스런 
외제품 소비 때문에 생긴 것도 아니다.  이는 한국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부채
를 끌어다가 비생산적이거나 비효율적인 투자에 썼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비
효율과 비생산은 당연히 적자를 내고, 빚을  갚기 위해 기업은 더 큰 빚을 끌어
다 썼다. 은행은  기업의 상환 능력을 묻지 않고  정부에서 밀어 주는 기업인가 
아닌가에 따라 더  많은 돈을 빌려주었다.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빌리기 위해서 
관계 요로와 금융계 실세들의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에 사과 상자가 터지게  현
금을 넣어 갖고 다니며 로비 활동을 벌였다. 이러한 상황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30여 년간 지속되었다. 결국 한국 금융 시장에는 투명성은커녕 거꾸로 ‘꺾기’
라는 이름의 킥백(kick-back)이 판을  치고, 금융기관은 고객의 상환 능력을 검
증하기보다는 고객이 어느 귀하신 몸과 친분이 깊은지에만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기업은 또 다른 빚을 내지  않으면 빚을 갚지 못하게 되고, 은행은 빌려
준 돈을 돌려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떼이게 된 악성 대출금 규모가 
은행의 턱밑까지 차 올라 익사 직전에  이르렀다. 이것이 어느 한 기업과 한 은
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어서  이제는 정부가 보증을 해도 해외에서 돈을  꾸어주
겠다는 곳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이 맞고 있는 금융 사태의 본질이다.  그
래서 우리는 국제통화기금의 도움으로 이러한 파산 상태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
는 것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초점을  잃어서는 안된다. 기업은 자구 노
력으로 구조 조정을 단행하여 방만한 경영에서 탈피하고, 남의 돈으로 사업하려
는 사고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근로자도 생산성 향상이 따르지 않는 임금 인상
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은행은 정부의  눈치보다는 고객의 상환 능력을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정부는 은행과 기업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해서는  안되고, 
더더구나 사과 상자를  가져온 사람에게 융자해 주라고  해서는 안된다. 문제가 
무엇인지도 분명하고 해결책이 무엇인지도  분명하다. 다만 정치인에게 이런 해
결책을 실천할 의지가 부족했던  것일 뿐이다. 그래서 국제통화기금이라는 외부
의 강요에 따라서라도 제도를  개혁하고 파산 상태를 벗어나려 하고 있는  것이
다. 그러나 어려운 행군은 정작 지금부터다. 관료는 권한을 포기해야  하고 은행
은 합병되거나 도산할 것이며 근로자는 직장을 잃을 것이다. 지금부터 감상적으
로 반응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전개될 구조 조정 과정은 엄청나게 감정적인  반
응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현명하게 겪어내지 않는다면 
국제 경쟁력은 둘째 치고 경제적으로 살아 남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상
황에 대해 초점을 흐리지 말라.  양동표(미국 딜로이트 앤드 투시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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