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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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wolverin (GoBlue)
날 짜 (Date): 1997년11월07일(금) 10시29분18초 ROK
제 목(Title): Re: 야당의 정의는 무언가? 또 정권교체의 


정권교체 지지자라고 밝힌 사람으로서 여당과 야당에 대해 한마디.

> (야당의 정의는 무언가? 또 정권교체의)
> 정의는 뭔가요?
> 이종찬, 엄삼탁, 박태준, 김종필이 포함된
> 국민회의-자민련이 야당인가요?
> 이회창과 조순이 연합을 하고 당명칭을 바꾼다면
> 그들은 여전히 여당일까요?
> 무엇을 기준으로.

전 사람을 기준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종찬? 엄삼탁? 박태준? 김종필?
모두 밥맛없는 작자들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사람들이 (심지어 김대중도)
여당과 야당 - 엄밀히 말한다면 여권과 야권 - 의 기준으로 보지 않습
니다. 더 자세히 밝힌다면, 각 정당의 대표적인 스타(?) 얼굴보다는
그 정당의 기반이 무엇인가를 봅니다.

전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80년대 초 전두환을 지지했던 일부 세력들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지지세력은 있었습니다.)은 왜 그를
지지했을까요? 노태우를 지지했던 세력은 왜 노태우를 지지했을까요?
김영삼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를 이어가며 김영삼을 빨갱이 취급했던
세력들이 왜 92' 선거에서는 그가 당선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법석을 떨었을까요? 김영삼이란 인/물/이 그 사이에 크게
변해서 92년에 나라를 구할 슈퍼맨으로 갑자기 변신했다고 생각한 걸
까요? 아.. 어느 미용사가 했다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87년 대선 당시
김영삼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한다느니 이민을 가겠다느니 하던 단골
아줌마들이 92년에는 김영삼이 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떠드는
걸 보고 황당했다고. 그 아줌마들은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을까요?
노망이 들었을까요? 물론 아니죠.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답을 알고
있을지 모릅니다. :)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는 인물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천박한 쪽으로만 발달한 자본주의, 패거리문화, 파벌싸움, 정경유착 등
많은 문제들은 각각 독립된 문제가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인물이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합니다. 쉽지는 않겠죠.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슈퍼맨이 아니라 슈퍼맨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통령이란 인물 하나 바뀐다고 우리의 문제가 모두
사라지진 않습니다. 그럼 어떤 문제부터 먼저 풀어야 하는 건가요?

전 그 답을 정권교체에서 찾고 싶습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을
잇는 35여년동안 이 나라를 좌우하는 세력(인물이 아닙니다.)은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물론 작은 변화는 있었죠. 일부는 도태되기도 하고
일부는 큰 개인적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집권
세력(정당의 뜻이 아닙니다.)은 아직도 건재합니다. 35여년동안의 집권
세력이라고 하니 여러분은 뭔가 돈많고 권세있고 감옥에 가더라도 재판이
다 끝나기 전에 툭툭 털고 나오시는 사람만을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면서기라는 알량한 자부심 하나로 사는
소시민적 공무원일 수도 있습니다. 가끔 관제데모에서 머리에 끈을 두르고
혈서쓰는 데서 인생의 보람을 찾는 몇몇 관변단체의 보잘 것 없는 직책을
맡고있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정권이 바뀐다고 별다른 불이익을
당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한보사태에 분노하면서도
자신이 갖은 보잘 것 없는 액수의 주식이 떨어질까봐 대충 사태수습이 되길
바라는 회사원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가장 영향력있는 세력은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출세한 고급공무원, 직급은 낮더라도 빽있는 직책을 바탕으로
부를 축적하는 타락한 공무원, 그들과 연결되어 뒷거래하는 사람들 등등
이겠죠.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정권이 바뀌는
것을 거부합니다. 그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크기가 다양하게 다르긴
하지만, 현정권의 실정이 아무리 크고 심하더라도 바뀌는 것을 거부합니다.

고인 물은 썩는 것이 당연하고 썩은 물은 갈아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비록
DJT 모두가, 그리고 그 똘마니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권이
바뀌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정권이란 바뀔 수도 있다'란
인식을 하길 바랍니다. '한국에서는 정권이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한, 타락한 국회의원은 계속 뒷거래를 할 것이고 기업은 거래의 대가로
부당한 이익을 취할 것이고 또 다른 한보가 은행을 거덜낼 것이고 경찰은
피의자에 대한 불법적인 폭력을 계속할 것이고 검찰은 청와대의 법률고문역
겸 해결사 노릇을 계속할 것입니다. 자기의 행위에 책임질 필요가 없는데
왜 그만두겠어요? 재수없게 걸려서 국민들이 분노를 한들 개선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몇달 들어가있으면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이 그 역할을 맡을 뿐입니다. 부실공사로 사람들이 죽고나서 법석을
떨면서 대책을 세워도 조금만 지나면 또 반복이 됩니다. 돈이 더 생기는
일인데 왜 그만 두겠어요? 책임질 필요도 없는데.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비슷한 부정과
비리가 계속 될 겁니다. 그러나 그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능력하고
부정한 정권은 계속 바뀌어야 하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해결될 수 있을 겁니다. 정권담당자들이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인식하게되면
조금이라도 더 정책수립에 신중할 겁니다. 국민들이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인식하게되면 조금이라도 더 주인의식을 갖게 될 겁니다. 아무리 큰 실정을
해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도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물만 내세워서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발전의 가능성은 없습니다.

아무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정권교체의 기준은 내세우는 인물이 아니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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