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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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FreeBird ()
날 짜 (Date): 1997년09월26일(금) 00시03분11초 ROK
제 목(Title): [한겨레] 기아, 정말 왕짜증이다


-사설-

   마치 고수들의 기(氣) 싸움 같다. 기아와 채권단과 정부가 벌이
  는 혼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이 그러하다. 사태 해결의 원칙이
  나 논리는 뒷전으로 밀어놓고 누구의 기가 더 강하냐에 따라 승부
  가 결정날 판이다. 기아는 자동차를 비롯한 4개 계열사에 대해 법
  원에 화의를 신청했다. 화의는 법원의 허가 아래 채무를 5~7년 동
  안 동결하면서 회사를 되살리는 방법이다. 경영권을 상실하는 법
  정관리에 비해 경영권 유지할 수 있는 화의는 채무 기업에 한층
  유리한 선택이다. 진로그룹이 선례를 보인 이래 화의는 앞으로 부
  실 기업의 위기 탈출을 위한 묘방이 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로
  써 기아 사태는 부도유예협약 적용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
  다.

   시간을 벌기 위한 작전이든 위기 탈출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든
  , 궁지에 몰린 기아가 회생을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는 일이 잘못
  일 수는 없다. 채권단이 기아가 제시하는 화의 조건에 동의할는지
  , 화의가 성립해도 기아가 실제로 되살아날 수 있을지 여부는 사
  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다만 김선홍 회장의 사퇴를
  전제로 채권단이 부도 유예는 물론 추가 지원까지 약속했는데도,
   결과적으로 기아가 이를 거절한 점은 상식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 노조까지 그야말로 뼈를 깎는 희생으로 감원 동의서를 제출할
  결심이라는데, 최고 경영자의 사퇴 거부로 수습 기회를 스스로 차
  단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기아 사태 해결의 주역은 누가 무어래도 채권단이어야 한다. 기
  아의 배짱과 정부의 눈치보기 사이에 갈팡질팡하던 채권단은 화의
   신청에 허를 찔린 꼴이다. 화의가 법정관리보다 채권 회수 부담
  이 적다는 이유로 이를 수락한다면, 그 결정 역시 나무랄 일이 아
  니다. 다만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막대한
   빚을 진 기업이 장차 화의라는 편법을 통해서 위기를 피하려고
  할 경우, 채권단이 다른 방도가 없지 않으냐는 자세로 일관한다면
   화의는 부실 기업의 피난처가 되고, 은행은 부실 기업의 부담을
   모조리 떠맡아야 한다.

   정부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사기업 문제에 정부가 관여하
  지 않겠다는 애초의 공언과는 달리 음으로 양으로 정부는 기아 사
  태에 계속 개입했다. 국민 경제에 미치는 충격 때문에 그냥 버려
  둘 수만 없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화의 신청이라
  는 `복병'에 부도유예협약이 말짱 헛것이 되고, 채권단의 사태 수
  습 노력이 몽땅 헛수고로 돌아간 것이 사실이다. 화의든 관리든
  부도든 기아 `악몽'에서 한시 바삐 벗어나서, 불황의 늪에서 헤매
  는 경제를 추스를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한결같
  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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