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Convex (4ever 0~)
날 짜 (Date): 1997년07월12일(토) 06시29분46초 KDT
제 목(Title): [사설] 경선 후보들의 `코미디 대행진' 




[사설] 경선 후보들의 `코미디 대행진' 

외래어로 코미디라고 하는 희극은 서양에서 원래 질 낮은
웃음을 자아내는 연극 양식이 아니었다. 인간의 지성과 감성에
고도의 자극을 가하고, 풍자와 해학을 통해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는 예술행위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데 요즘에 우리
사회에서는 코미디 하면 억지웃음을 사려는 천박한 연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희극이 신한국당 대통령 경선 후보들의
합동연설회에서 날마다 꼬리를 물고 벌어지고 있다. 그 절정은
그저께 광주에서 열린 모임이었다. 최병렬 후보가 `군사독재에
몸으로 맞선 호남인들'을 찬양하자, 이수성 후보는 “광주에서
태어난 여동생 이름에 전라도의 `전자'를 붙인 것”을 자랑했다.
이인제 후보는 “가신 임들의 고결한 정신을 살리는 것은 살아
있는 우리들의 역사적 임무”라고 말했다. 

그 후보들의 똑같은 입은 바로 하루 전 대구에서 이런 말들을
쏟아냈다. “대구·경북은 한민족 역사의 정통이었고 현실의
대세였으며 미래의 길잡이였다.”(이수성)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40대에 집권한 것처럼 대의원 혁명으로 나를
대통령으로 뽑아달라.”(이인제) 

여러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이회창 후보
역시 이 지역 저 지역에서 하는 말이 다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씨에게 극도의 찬사를 보낸 데는
대구·경북이었고, “여러분의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겠다”고 약속한 곳은 광주·전남이었다. 이한동 후보와
박찬종 후보도 이런 모순을 되풀이하고 있다. 어제 부산에서는
김영삼 대통령과 신한국당 민주계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발언이 대세를 이루었다. 

이런 현상은 지금 신한국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물들의 역사인식과 지역문제에 관한
이해가 얼마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를 뚜렷이 보여준다.
아니 그들이 문제의 본질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오로지
대의원들의 표를 얻으려고 설탕을 잔뜩 바른 말을 무책임하게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의 이런 태도는 보도를 통해
그런 말장난을 듣는 대중은 물론이고 신한국당 대의원들의
양식과 판단력까지를 우롱하는 것이다. 대의원들은 여러
후보들이 다른 지역 모임에서 한 말들을 보도를 통해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당장 비위에 맞는 말을
한다고 해서 표가 쏟아지리라고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오산이다. 

우리가 경선 후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나라의 정치와
경제와 문화가 왜 이렇게 진흙탕에 빠졌는지를 냉철히
분석하고 대의원들이나 유권자들과 함께 해결책을 진지하게
모색하라는 것이다. 그러러면 전직 대통령들의 악정과 실정에
대해서도 객관적 평가를 내려야 한다. 대통령 선거의 흐름이
이렇게 건전한 쪽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기사등록시각 1997년 7월 11일 18시 40분 한겨레신문 제공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