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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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FreeBird ()
날 짜 (Date): 1997년06월08일(일) 05시56분46초 KDT
제 목(Title): [한겨레] 학생운동과 인간


[아침햇발] 학생운동과 `인간'/김종철 논설위원

   어제 아침신문들에는 두 종류의 사진이 실렸다.노동자 이석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두 대학생이 경찰에 스스로 출
  두한 표정이다.첫번째 사진은 우산과 옷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
  다.두번째는 겁먹은듯한 젊은이들의 얼굴이다.그 두 `얼굴`은 두
   청년의 양면을 보여준다.하나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보도진
  의 카메라를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참회와 자
  포자기를 반영한다.

   저렇게 깨끗한 얼굴을 한 젊은이들이 어떻게 같은 또래의 노동자
  를 세시간 동안이나 매질을 해서 죽게 했을까? 그것도 경찰한테서
   빼앗았다는 진압봉으로 몸의 급소도 가리지 않고 두들기고 허벅
  지와 엉덩이에 온통 피멍이 들도록 했다니..

   사진 속의 젊은 두 얼굴

   두 학생이 물론 한총련을 대표하지는 않는다.그들은 그 단체의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이준구씨의 호위대 요원이라고 한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총련의 핵심간부와 함께 행동하면서 그를 `호위`하
  는 학생들이 마치 악명높은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 사람들처럼 고
  문에 가까운 방법으로 한 사람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것은 한총련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 중 일부가 폭력에 대해
   그릇된 관념을 품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혹을 일으킨다.

   그러지 않아도 한총련은 지난해 8월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통일
  축전` 투쟁 기간에 지나친 폭력적 성향 때문에 거센 비판을 받았
  다.권력의 폭력에 맞서서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화염병을 던지는
  것이 동강난 겨레의 통일을 위해 어떤 실질적 효과를 거둘 것이며
   상징적으로도 어떤 긍정적 의미를 갖겠는가에 대해 한총련 지도
  부가 자신있게 대답한 것을 들은 기억이 없다.하물며 지난해 연세
  대에서는 한 의경이 벽돌인가에 맞고 목숨을 잃는 참사까지 벌어
  졌다.

   그 폭력성이 올해는 더 나쁜 양상으로 나타났다.지난해 연세대
  건물 옥상에서 돌을 던진 사람은 다분히 과잉방어적 행동을 한 것
  이었다. 그러나 이번 두 학생은 `프락치`라는 의심이 간다는 사실
   하나만을 근거로 오랜 시간에 걸쳐 매질과 가혹행위를 했다.양자
   사이의 차이는 엄청나다.

   나는 이 사건이 오늘의 학생운동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라
  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그러나 빛나는 역사를 가진 우리사회의 학
  생운동에서 어떻게 이런 일까지 벌어질 수 있는가를 깊이 따져보
  지 않으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고, 나아가
  서 학생운동이 파탄에 빠질는지도 모른다.

   학생운동의 미래를 위해,바로 `우리`의 자식이자 이웃인 젊은이
  들을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학생운동의 빛나는 역사를 잠시 되짚
  어보자.

   일본제국주의의 야만적 식민지배에 맞서는 투쟁에서 늘 선봉에
  선 집단은 학생들이었다.3 1독립운동,광주학생사건,6 10 만세운동
  이 그랬고,태평양전쟁 때의 학병투쟁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일제
   앞에서는 용맹하고 단호했지만 동포와 함께 할 때는 얼마나 겸손
  하고 지순했던가!

   1960년 4월혁명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청소년들이 펼친 장엄한 드
  라마였다.그들은 맨주먹으로 독재의 아성인 경무대로 돌진해서 마
  침내 추악한 늙은 독재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그들에 대한 대
  중의 지지와 성원은 절대적이었다.

   80년 5월의 광주.그때 그 학생들은 민중항쟁에 불을 질렀다.한국
   현대사 최초의 무장시민군이 등장한 그 항쟁이 지금 민주화운동
  으로 찬양받는 까닭은 그 학생들과 시민들이 가장 아름다운 `인간
  `으로서 목숨을 걸고 싸웠기 때문이다. 87년의 6월항쟁에서도 이
  한열은 군사독재의 짐승같은 폭력에 희생담함으로써 국민적 봉기
  에 횃불 구실을 했다.

   나는  80년 5월 이래 대학생들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고 배움도
   많이 얻었다.광주항쟁에서 민족적 자각과 민주화의 결의를 다진
   학생들은 훈장처럼 달고 다니던 학교배지를 떼어버리고 고난받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현장으로 달려갔다.공장으로 농촌으로 감옥
  으로 들어가서 아픔을 함께 하고 조직을 다졌다.

   `아름다운 모습`은 지금 어디

   그들은 참으로 인간적이었다.남보다 수능시험 조금 잘 보았다고
   해서 달게된 배지를 서슴지않고 떼어 던졌다.민주화란 될 수 있
  으면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임
  을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다.지금 그 아름다운 모습들은 어디로 사
  라졌는가?

   나는 오늘의 학생운동을 통틀어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마시고
   먹고 놀기를 일삼는 젊은이가 다수인 학생사회에서 그래도 자기
   한몸의 안일과 영화만을 추구하지 않고 조직운동에 몸담아 썩은
   사회를 바꾸고 조국통일에 기여하겠다는 학생들의 뜻은 고귀하다
  고 믿는다.그러나 그들이 집단적 행동을 할 때 이성과 사랑보다는
   독재권력의 나쁜 속성을 본받는 행태를 보인다면 이것은 하루 빨
  리 지양해야 한다.

   모든 운동은 철저히 인간적일 때 인류와 민족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이것이 학생운동에 간곡히 들려주고 싶은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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