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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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FreeBird ()
날 짜 (Date): 1997년06월07일(토) 13시17분19초 KDT
제 목(Title):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뭔일을 못하랴?



이건 05/11/97 EyeBB에 올렸던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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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평적 정권교체야말로 최고의 개혁이라고 믿어 왔다. 그러나 내각제를 고리로 
삼는 DJP연합에 의한 정권교체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것은
JP가 갖는 구시대의 이미지보다는 내각제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에 의거한 바가 더 
크다. "DJ는 DJ여야 한다!"는 나의 유권자로써의 한평생(?)의 신념 또한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JP도 좋고 내각제도 좋다는 
생각이다. 금세기 안에 야당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수평적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인가? 정권교체는 단연코 현재와 같은 선거제도 하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운명을 건 도발이다. 적어도 과반수가 (DJ의) 정권교체 가능성에 회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여전히 지역-이념의 정치적 고리에 의해 얽혀 있으며, 그들은 
차분하지 못하고 정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들 중 또 그만한 수의 유권자들이 어떤 
형태로든 정권교체를 열렬히 옹호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각제 발언이 분출되기 
시작한 건 오래다. 정치권 합종연횡도 더없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특히 
내각제론에 대한 불평들은 비생산에 가깝다. 정치권은 이미 낡을 뿐 아니라 
파산되어 있다는 것이 공통된 양심의 목소리다. 의회가 불신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떤 정책이, 어떤 인물이 호의적으로 비쳐질 것인가? 나는 현재 DJ 
혹은 내각제 비판의 물결이 결국 유권자들을 '정치냉소'에 귀결시키는 음울한 
퍼레이드라는 점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DJP 정치연합에 관해서도 나는 그것이 
좌우연합보다 불결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물론 DJ에게나 유권자에게 
실효적인가는 의문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 한국 정치에서는 가능한 언어이다. 
불순하고 불행한 언어는 집권세력에서 오늘도 더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한국정치를, 남한에 좌경세력이 4만이라고 밝힌 안기부장에게 가서 도장받자는 
쪽이다. 단언하건대 그들은 걸림돌이다. (수평적 정권교체를 원하는) 우리들은 
그들과 싸우는 것이지 JP, 이회창과 싸우는게 아니다. 이 마당에 DJ가 숫처녀로 
시집가야 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여에서 야로 넘어가는 수평적 정권교체는 
구태하고 강고한 반민주적 집단과 관료, 관행과 싸우는 일이다. 따라서 그것은 
아직도 오늘 한국 사회의 순결한 정치언어가 된다. DJ를 빌미삼아 정권교체 자체를 
훼손하고 고사시켜서는 안된다. 진정 우리의 정치 숙제는 DJ가 아니라 정권교체이기 
때문이다. 

김대중씨를 또 다시 인정하는 것은 "지역주의를 강화"하는 데 지나지 않는가?
그것은 DJ를 지지해왔고, 또 투표에 참여한 전국 유권자들의 實數와 공유한 정치적 
고려, 희망 따위를 부패한 <3김 정치>로 싸잡아 매장하는 일이다. 이것이 오히려 
지적 유희이며 사기다. 3김 혹은 양김퇴진론은 80년대 이후 강당에서 정치광장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유권자는 오늘까지도 YS와 DJ에게 의지하고 있다. 
지역패권주의는 "나쁜" 것이 아니라 "불운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불운의 배경을 
DJ에게만 맞추는 것은 온당치 않다. 대개 그 목소리는 어제오늘이 똑같다. 그들의 
주장에는 발전도 개선도 없다. 정권교체의 적은 DJ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열린 가슴을 가져야 한다.   

수평적 정권교체는 정녕 미래를 위한 투자인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정권재창출로는 현재의 3김정치를 사실상 종식시킬 수 없다. 
신한국당의 정권재창출은 부정의한 정권연계의 의미이지 탈바꿈이 아니다. 
3당야합의 역사는 이 정당의 개혁을 믿을 수 없게 하는 단서다. 거역할 수 없는 
당명에 의해 새벽에 불려 나가 날치기에 참여했든 아니든, 대쪽이든 독불장군이든 
그들의 정권재창출은 정치무능의 또 다른 보완이며 이음일 뿐이다. 둘째, 
정권교체는 시민사회와 일반 유권자집단을 정치적으로 광범위하게 변모시킬 것이다. 
정권교체는 독자적 정치세력화나 제3후보론에 비해 명분은 뒤떨어지나, 사회경제적 
모순 해소에 실제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데 용이할 것이다. 왜냐하면 
정권교체가 완성되었다는 뜻은, DJ로 압축되는 한국 정치의 숙명을 어떤 식으로든 
극복했다는 의미이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점을 조속히 풀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사회적 지평을 분출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DJ의 정권교체 화두는 
DJ외의 대안에 대해 양해를 요청한지 오래다. 바람직하다면 DJ가 제3후보를 
지원하는 일이지만, 그것은 일어날 리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된다. 그 후보는 양김 
시대의 재생을 의미하지 극복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운동권의 독자후보론도 
안됐지만 아직도 시기가 못된다. 세째, DJ의 집권 혹은 야당의 승리는 생각 이상의 
정치적 이탈과 희망을 가지게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실 정치의 보수/진보 질서가 
예상된다. 왜냐하면 DJP연합은 이미 향후 정치질서에 대한 공감대를 교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안별로 정치적 합의를 가져오는 게임을 훨씬 더 치루고 있다. 이것은 
결국 정권교체에 따라 내각과 관료, 재계 등 기득권 질서의 변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것에는 더 많은 양해를 받을 것이고 동시에 더 과격한 
(정치체제의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양상의) 대립이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현실정치권의 분열, 변혁운동의 새로운 기반이 고무받을 것이다.

하지만 (DJ의) 수평적 정권교체에 시비거는 쪽이 있다.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것보다 꿈을 위해 명분을 쌓아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변혁을 빙자한 
비겁한 트릭이며 현존하는 한국 정치와 유권자에 대한 모욕스런 반프런티어이다. 
정권교체는 더 이상 신화가 아니다. 모두가 합치면 반드시 이룬다. DJ를 위시한 
야당권은 활용가능한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 집권에 승부하라. 그 과정과 (승패를 
떠나서) 결과를 통해 더욱 지대한 동요가 있다. 나는 그것에 주목한다.   

이회창씨이건 신한국당의 그 누구이건 집권을 해서 이루어낼 많은(?) 일들보다 
(DJ혹은 야권이)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어 한국 사회 전반에 미칠 유무형의 
자극들의 가치가 더욱 크고 위대하다. 그것이 수평적 정권교체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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