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FreeBird () 날 짜 (Date): 1997년03월07일(금) 15시50분21초 KST 제 목(Title): 조선일보를 망하게 할 방법 方家일보(조선일보)를 망하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세무조사 한방이면 된다. ^^ (그러나 세무조사하면 망하지 않을 신문사가 없을 것이다. 한겨레만 빼고) --- 조선일보는 자본-권력 지향성 이전에 종합일간지로써의 기본이 막강하기에 '장사가 안돼서'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조선일보를 일부러라도 골라서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왜냐? 그건 역사를 지닌 신문이 가진 노하우랄까, 다른 신문에 비해 신문 구성과 내용이 다양하고 재미있다. 그것이 역사를 무시못하게 하는 진면목일 게다. 물론 신문을 재미로 보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나 '종합일간지'로써 조선일보를 따라갈 신문은 없다. 조선일보를 마지막 장까지 보고 넘기는 기분은 항상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느낌이다.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은 '편집'의 승리라고 부를 만하다. 조선일보는 32면을 제작하고 있는데, 정보차원에서 조선일보의 기사는 가장 함축적이고 가장 많은 최신정보를 담고 있다. 그리고 한시를 다투는 정보맨이외의 일반인들을 위한 심도깊고 폭넓은 설명과 대안 역시 풍부하다. 그것이 신문이 TV보다 좋은 점이다. 조선일보가 오랜 역사와 그에 대응하는 노하우뿐만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함께 담고 있다면, 일그러진 지식인들의 안일한 솜씨 역시 그 안에 널부러져 있다. 지식이 어떤 중용의 맛으로 날카로운 이성과 상식을 가진 모습이여야 한다는 평소의 나의 잣대로 본다면 그것이 많이 파괴되어 있다는 것이 나의 편견이다. 조선일보가 오랜 시간속에 버텨온 노하우가 바로 신문을 구성하는 데에 용해되어 있다고 해야 올바른 지적일 것이다. 조선일보는 많은 장점을 지닌 신문임에 틀림없다. --- 제5공화국 출범 이전까지만 해도 조선일보는 제 3위의 신문이었다. 조선일보의 영향력은 1980년 5월 광주를 기점으로 계속 커졌다. 1970년대 조선동아 자유언론수호선언, 1980년대 언론인 숙청의 과정에서 조선일보에 정작 남아있었어야 할 언론인들은 대부분 옷을 벗고 나갔다. 물론 사정은 타 언론사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의 놀라운 성장세가 눈에 거슬리는 것은 조선일보 성장의 배경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초록이 동색이라는 한국 언론의 특색을 생각해볼 때 다른 비결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중앙이나 경향은 모기업의 자본이 있다고 하지만 조선일보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엔 방송 신문 가릴 것 없이 언론사의 불황이 심각하다. 우리 언론사의 재무구조로 봐서 광고주의 불황이 곧 언론사의 불황으로 연결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마저 10% 안팎의 광고량 감소를 공개하는 판이다. 하지만 여전히 조선일보는 순이익 1위, 총매출 1위, 영향력 1위를 질주하는 언론재벌임에 틀림없다. --- 조선일보 최대의 강점은 논조의 일관성과 당당함이다. 조선일보는 마치 어른이 어린 애들을 훈계하듯 독자들에게 자신의 논조에 대해서 당당하다. 그게 너무 지나쳐서 독자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여기서 알아야 것은 편집부의 성격이다. 조선일보나 한겨레신문이나 기자들의 능력이나 성향의 다양성은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신문사의 논조와 보도내용은 편집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조선일보는 편집권을 위에서 꽉 틀어쥐고 있다. 사설도 논설위원들간의 합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조선일보의 영향력으로 볼 때에, 같은 국장이지만 조선일보의 편집국장은 재정경제부의 세무국장이나 예산국장보다 더 파워가 있는 자리이다. 한겨레신문이 다른 신문들과 차별성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창간정신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기자들에게 기사에 대한 자율권한이 최대한 보장된 편이라는 점이다. 물론 거기에 따르는 문제점도 있다. 기자들간에 파벌싸움이 생기게 되고 신문의 전체적 논조에 일관성을 잃게 된다. 한겨레신문이 가끔가다 헤매는 이유이다. --- 조선일보는 공안관련 정보의 독점입수와 과민한 선동질이 주특기이다. 조선일보가 황장엽 비서의 사신을 보도한 경위를 비롯, 특히 대북 공안관련 정보의 독점성을 가지게 된 의미가 뭘까? 성혜림의 망명설과 이선실사건 등도 조선일보의 작품이었다. 군사기밀이나 공안관련 소식 보도를 국민의 알 권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조선일보만큼 능력있는 신문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의 독점적, 일방적 성격이 짙으면 짙을수록 문제의 심각성은 다른 데서 커지게 된다. 지난해 김대중 논설위원이 '안기부법의 원상복귀'를 주장하고 나선 이후 얼마동안 조선일보는 국내의 고정간첩들얘기와 신한국당의 법개정안에 관련된 기사들을 꾸준히 내보내고 사설을 통해 대공수사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켰다. 안기부법이 쟁점화되었다고 '보도'했지만, 정작에 안기부법을 쟁점화시킨 당사자는 바로 조선일보 자신이었다. 결국 다른 대다수 언론들도 문제점은 지적하면서도 안기부법 개정지지로 돌아서게 된다. 조선일보의 논조를 그대로 흉내내는 것이 바로 오늘날 대다수 언론의 생존전략. 한국사회는 분단에 의해 극단적인 이념형이 축적된 사회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권력의 핵심이랄 수 있는 정보기관과 언론의 밀착은 사회의 건강성을 해친다. --- 조선일보의 문제점은 곧 한국언론의 문제점이다.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언론의 권력-자본에 대한 유착과 안기부로 대표되는 일방적인 반공이데올로기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막아온 가장 큰 걸림돌이다. 국어사전에 보면 <보수주의>란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현체제를 유지하려는 사상이나 태도, 또는 진보주의의 반대개념이다. 보수주의는 새로운 것을 존중하고, 어떤 면에서는 변화를 선도해나가기도 한다. 다만 변화의 방법으로 점진주의를 견지할 뿐이다. 조선일보를 바람직한 보수언론으로 보기는 어렵다. 현실에 대한 왜곡이나 조작 은폐 이런 것들은 보수가 아니다. 부족한 논리를 여론조작으로 상쇄하려는 조선일보의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 할 것이다. --- 흔히들 한겨레신문과 비교를 하는데, 한겨레신문는 가끔가다 정말 보석같은 글들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돈이 아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내용과 구성이 부실하다. 한겨레는 일간지보다는 주간지인 <한겨레 21>에 더 정성을 쏟는 듯하고, 사실 <한겨레 21>이 더 탄탄하고 재미있다. 김영삼 대통령각하와 김대중 선생도 주주로 참여한 신문, 한겨레... 한겨레신문 역시 쁘띠들의 지적유희(정확히 말장난)의 도구일 뿐이다. 그들의 민족적 관점은 쁘띠부르조아들의 환상적, 낭만적 민족지상주의이상이 아닌 한마디로 배부른 소리라고 느껴진다. 그러한 한겨레를 진보의 대명사, 민중의 대변지로 여기는 주장들도 우습기 그지없다. 한겨레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한다는 언론의 기본적인 윤리에 있어서는 한겨레신문이 독보적이라고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