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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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juhan (+ 도 니 +)
날 짜 (Date): 1996년02월10일(토) 12시09분56초 KST
제 목(Title): 이 회창씨를 지지하는 이유- [뤼]푸른산님



푸른산님의 `개인적인 의견`을 뒤늦게야 보고나서 제가 우선적으로 가졌던
느낌은 ``놀라움`` 이었습니다.  이 회창 지지를 표명한 제 글에 대해서
이리도 조목조목 반론을 하신 그 식견에 경탄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푸른산님과 마찬가지로 설득력있는 근거를 통한 발전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자신만의 주장만을 내세우지 않고 논리적이면서도
근거를 분명히해서, 상대의 잘못됨을 지적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잘못은 겸허히
받아들일 줄도 아는 것이 토론의 가치라고 봅니다. 

먼저 제가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것은 제 위의 글은 논리와 사고의 노력이 결여된
글이란 점입니다. 더군다나 김 대중씨와의 비교를 한 점은 감정에 치우친 면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푸른산님의 글의 결론을 제 나름대로 잡아보자면, 이 회창씨의 신한국당 입당은
명분없는 입당이다.  그리고 인간 이 회창에 대한 일반의 부풀려진 인식에 대한
우려와 그의 실체는 그렇지않다란 것입니다.  결국 이 회창은 그래서 지지할 수
없다.  

원래 글의 구절구절을 가지고 따지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푸른산님의 글이
상당히 긴 관계로 마지못해 이 방법을 따름을 용납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몇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한국당의 뿌리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히 
>사실입니다. 이런 마당에 그다지 명분이 없어보이는 신한국당행을 택한 인사들을
>개개인의 도덕성이나 능력만으로 지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인물위주의 선택보다는 소속한 정파의 명분이 더 중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론적인 토론으로 돌아갈까봐 고민하다가 말을 꺼내봅니다.  `명분` 이란것이
과연 어떤것인지 궁금합니다.  지금의 정치판에서 과연 아직도 `명분`이 남아
있는지요.  당리당략을 설마 명분이라고 생각안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현재의
정치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냉소주의자`라고 불리워도 할수없죠.

기존 정당에서 저는 아무런 명분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소속한 정파보다는
아무래도 인물로 가게 되나봅니다.  6공 때가지만 하더라도, 명분이 존속했다고
봅니다만, 김 영삼 정부의 등장이후,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합종연횡하는
현 정치판의 모습에서 `명분`이란 것은 허울일 따름입니다. 
그럴바에야, 선택의 기준이 보다 명료하고 수월한 `인물` 로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아마 신한국당에서도 이를 파악하고 있겠죠.


>그의 도덕성이 높이 평가되었던 계기는 선관위장시절 옷을 벗은 것과 
>총리재직시절 최고권력자에게 단 한번 대들었다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그 기나긴 5,6공시절 대쪽같은  지조를 왜 다른 곳에 발휘하지 못했는지요.

>다른 분들과는 그만두고라도 이회창씨가 그리 높게 평가되는 것은 또 하나의
>상징조작에 영향받은 것임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의 도덕성이 높게 평가된 계기는 그 이전부터였습니다.  푸른산님과 저는 거의
비슷한 학번으로 대학시절을 같이 보낸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그 암울하던 시절,
사법부에서 소신을 지키던 판사는 오직 이 회창씨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그의 소신으로 인해서 81년에 최연소 대법원판사가 된 이후 5년의 임기를 마치고
재임용을 못받고 판사직에서 물러나야만 했습니다.  상당수의 소위 시국사범들은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면서, 이 회창 판사에게서 재판을 받길 원했습니다.

저는 지금 이 회창씨를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있는 사실 그대로의 근거를
대는 것이란걸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는 5.16 직후와 6.3 사태때에도 젊은 판사로서 자신의 소신을 지켰던 극소수의
인물중 하나입니다.  학생들의 무더기 구속영장신청을 집회및 시위가 기본권임을
지적, 모두 기각해서, 박 정희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격노를 산 적이 있습니다.

그가 내렸던 유명한 인권판결문은 그 이후 수사기관들이 두려워하는 금과옥조가
되어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 판결문입니다.

        - 검사 앞에서 한 자백도 고문으로 받은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됐다면
          자백의 신빙성이 없고, 증거능력이 없다. 

바로 서슬이 시퍼렇던 5공화국 시절 대법원 판사로서 내놓았던 판결문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판결문이지만 이 회창 이전에 내놓은 판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이외에도 예는 많습니다만 생략하도록 하죠.  그는 다른 법관들처럼 정권에
아부해서 대법관이 된것이 아닙니다.  전 두환이 보기에 자신의 인자함과 정의를
선전하기 위해서 이 회창이라는 대쪽판사를 단 한명 자리에 앉히는걸 허락한
것입니다.  나머지 대법관들은 말할 필요가 없죠.  이 회창 그는 법조인입니다.
결국 그는 대법관중 가장 많은 소수의견을 낸 후, 결국 재임명에서 탈락합니다.

6공 시절 처음으로 헌법재판소 법관을 선출할 때에 이 회창이란 이름이 다시
거명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국민들은 그가 누구인줄 모르고 있었지만, 서서히
그의 일관된 모습은 어필하기 시작했죠.  또 다시 그는 떨어졌습니다.  개혁을
내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국민의 손으로 뽑힌 노 태우 정권은 그를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두렵다기 보단 귀찮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입니다. 

우린 알고있습니다.  5.6 공 시절에 얼마나 많은 인사들이 변절을 했는가를,
얼마나 많은 동지들이 변해갔는가를...하지만 3.4.5.6 공화국내내 일관되게
자신의 세계를 지켜온 사람은 그다지 많지가 않습니다. 저는 그래서 투쟁의
선봉에 서진 않았지만 초지일관하게 법의 세계를 수호하려고 노력한 그를 지지
하는 것입니다.  이제 투쟁, 정치, 당리당략...신물이 납니다.  그런 인물들.


>이철 총무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소나무는 산에 있어야 소나무지 집에 들어가면 분재가 되고 만다."

역시 차세대 리더인 이철 의원 다운 명언입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 회창씨의 대답도 명답입니다.  

 " 말라죽는 소나무가 될지언정 분재가 되지 않겠다."

혀같고 노는 궤변이라고 한다면 굳이 할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기대하고
싶습니다. 이 우재씨나 김 문수씨는 분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조직의 힘은 
그만큼 무서운가 봅니다.  하지만 저는 이 회창이란 사람을 이 우재나 김 문수
보다 탁월한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감사원장으로서 아마 최초로 법대로 
금기사항에 손을 댄 그는 노동운동을 하다 입당해서 조직에 순화되어 가는 
그들보다 매서운 힘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대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최선이 아닌 차선이 정치에
>통용되는 지고의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 차선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또한 명분이 중시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현실의 정치판을 보면 최선의 선택은 분명히 없읍니다. 하지만 이 회창씨가
>선택해야 할 차선은 신한국당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다시 명분으로 돌아오는군요.  어느 원로정치인이 한 말이 떠오릅니다.
` 이 시대엔 인물이 없다. `  이런 인물부재의 정치판에서 아니 한국사회에서
어렵게나마 소신을 지키고 살던 사람이 있다는 것 하나가 저에겐 청량제입니다.

물론 저 역시 이 회창씨가 신한국당입당을 한것을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김 대중씨의 국민회의 입당은 그에겐 더
큰 부담이 되었을 겁니다.  YS 만큼 자기 당내에선 DJ 의 권세란 무시무시하니까
말입니다.  

사실 저는 김 대중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강연에 반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명분없는 정치복귀의 변..그리고 그후의 일련의 정치활동..노태우
비자금 사건에서 보인 그의 재빠른 행동등에서 더 이상 이 시대 기성정치인에게
명분은 존재하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저도 푸른산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최선이 아닌 차선이 진리로 통용되는
이 정치에서, 저 역시 차선으로 신한국당에 입당한 이 회창이란 사람이 대선후보로
나온다면 그를 지지할것 입니다.  그나마 소신을 지켜오던 사람, 대쪽같은 
이미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푸른산님께 약속합니다.  이 회창씨가 신한국당 입당이후 그 전임자들의
전철(이 우재나 김 문수 등)을 밟아가면서, 그 조직속에 함몰되어가고 결국
이철의원의 걱정대로 소나무가 아닌 분재로 변해간다면 전 그에 대한 저의 
지지를 미련없이 거두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인물의 종말에 슬퍼할 
것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해
                                 내 목소리에 가리운 속삭임들까지도.....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이에게 고마워
                                 내가 떠나보낸 나를 떠난 사람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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