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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ppiyack) <europa-as51.laby>
날 짜 (Date): 2002년 5월 15일 수요일 오후 09시 38분 05초
제 목(Title): Re: 사형제도에 대해 질문인데요.


헌법적 정의와 사형제도에 관한 글이 있어서 일부만 퍼옴니다.


http://emerge.joins.com/200203/200203_08_1.asp


III. 헌법적 정의와 사형제도 

헌법적 정의를 우선 실체적 정의에 도달하는 절차에서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규범을 헌법적으로 실정법화한 것으로 이해하면서, 또한 그것을 기초로 그러한 
절차에서 주장되는 모든 이익과 관심의 조화 및 그러한 절차를 거쳐 획득한 
공동체적 정의와 인간의 기본적 권리의 조화로 이해하는 경우에 이러한 이해의 
관점에서 사형제도가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도록 한다. 

1. 인간의 기본적 권리와 사형제도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정의에 접근하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면 정의의 
관점에서 사형제도를 논증하고자 할 때 무엇보다도 사형제도가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 권리의 보장에 충실한 제도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인간의 기본적 권리도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우리 
헌법은 제37조 제2항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어쨌든 '모든' 자유와 권리는 제한될 수 있다. 

여기서 제한의 목적이 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는 각각이 
독립적인 의미를 갖는 어떤 것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것들은 개인의 
이익과 독립되어 존재하는 전체의 이익으로서의 공익 일반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들로 이해될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하면 오로지 공익을 위해서만 기본적 
권리가 제한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론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기본적 
권리라는 私益도 기본적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은 설명이 더 필요 없을 
것이다. 어쨌든 기본적 권리는 공익에 의해서든 사익에 의해서든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사형제도에 의해서 침범이 될 수 있는 기본적 권리는 무엇인가? 
사형제도는 범죄인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는 제도이므로 사형제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생명권이다. 우리 헌법은 명시적으로 생명권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예를 들어 독일헌법은 제2조 제2항 제1문에 생명권에 관한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관한 기본권(제10조 제1문 
전단)과 행복추구권(제10조 제1문 후단), 그리고 열거되지 않은 권리(제37조 
제1항)에 비추어 생명권을 도출할 수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존재의 근원"이라고 전제하면서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는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 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물론 생명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제한되지 않는 절대적인 기본권은 아니다. 
절대적 기본권은 여러 가지로 이해될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제한될 수 없는 기본권', 즉 어떠한 기본권이나 공익과 충돌하는 경우에도 항상 
우선하는 기본권을 뜻한다. 따라서 생명권이 어떠한 경우에도 제한될 수 없는 
기본권, 즉 어떠한 기본권이란 공익과 충돌하는 경우에도 항상 우선하는 
기본권으로서의 절대적 기본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것은 생명과 생명이 
충돌하는 경우에 하나의 생명이 물러서야 한다는 일상의 평범한 경험을 
통해서도 쉽게 입증될 수 있다. 

물론 반대의 견해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생각은 헌법재판소의 입장에도 
전제되어 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정당한 이유없이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거나 그에 못지 아니한 중대한 공공이익을 침해한 경우에 국법은 그 
중에서 타인의 생명이나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보호할 것인가의 규준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러한 경우에는 비록 생명이 이념적으로 절대적 
가치를 지닌 것이라 하더라도 생명에 대한 법적 평가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주장하는 것처럼 절대적 기본권으로서의 이념과 제한될 수 
있는 기본권으로서의 현실의 구별에 대해서는 이것이 정당한 것인지 의심할 수 
있지만 어쨌든 이념과 현실의 구분이라는 비법률적 이론구성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는 생명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하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생명권이 다른 사람의 기본권과 충돌하는 경우에는 제한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본권이 다른 사람의 기본권과 서로 충돌하는 경우에 제한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된 기본권이 다른 사람의 기본권보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생명권의 경우에는 대부분 
다른 사람의 생명권과 충돌하는 경우에, 그리고 전자가 후자보다 덜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만 제한될 수 있는 것이 보통인 것이다. 

그러면 사형제도가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해도 좋을 만큼 중요한 다른 사람의 
기본권, 특히 생명권은 무엇인가? 우리는 쉽게 범죄자의 범죄에 의해 희생되는 
사람의 생명권을 생각해낼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행위에 대하여 행위자의 생명을 부정하는 사형을 그 불법효과의 하나로서 
규정한 것은 행위자의 생명과 그 가치가 동일한 하나의 혹은 다수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의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주장에서도 잘 나타난다. 

선량한 다수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악질적인 소수의 생명권은 박탈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주장의 배후에 있는 전제가 논증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다수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소수의 생명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명제는 소수의 생명권에 
대한 박탈로부터 다수의 생명권에 대한 보호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제의 실제적 내용은 소수의 생명권에 대한 박탈이 갖는 
위하력(위협하여 겁주는 효과)이다.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인 공포심리에 기초하여 범죄자, 특히 다른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는 범죄자의 생명은 박탈될 수도 있다고 예비적 범죄자들에게 
경고함으로써, 또는 이미 범죄를 실행한 범죄자의 생명권을 실제로 
박탈함으로써 예비적 범죄자들에 대해 위협을 가하고, 실제로 그러한 위협 
때문에 예비적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아예 하지 않거나 실제로 
범죄를 감행하는 행동으로 옮기지 않게 할 수 있어야 사형제도가 다수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가 사형제도의 위하력에 근거한 일반적 예방효과의 측면에서 
존치론과 폐지론의 논쟁에서 반영되고 있다. 존치론은 위하력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 예방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폐지론은 위하력은 입증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 예방효과도 입증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주장하려고 하는 것은 존치론과 폐지론이 각각 주장하는 위하력에 
대해서 어느 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결론에 있어서는 어느 쪽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을지라도 말이다. 우리의 
논점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즉 어쨌든 양자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면 
그것은 위하력에 대해서 확실하다는 상호주관적인 합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확인된 것이고, 따라서 이렇게 그 확실성에 대해서 의심이 
존재한다면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자유에 유리하게'라는 일반적인 법원리에 
따라 위하력이 확증된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미 서론에서 확인한 것처럼 헌법적 정의가 담고 있는 최소한의 내용은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사람에게 논증부담을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증방식은 사형제도의 위하력에 기초하여 일반예방효과를 주장하면서 
사형제도의 존치에 찬성하는 사람이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므로 이 사람에게 논증부담을 지우고 결론에 있어서는 사형제도의 폐지론에 
맞닿게 된다. 

결론적으로 사형제도를 헌법적 정의를 구성하는 하나의 축으로서 기본적 인권의 
측면에서 고려할 때 사형제도는 그 위하력에 기초하여 범죄를 저지른 소수의 
생명을 박탈함으로써 다수의 생명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 
전제가 되는 위하력이 확증된 바가 없으므로 의심스러운 경우에 자유에 
유리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법원리와 모순됨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보장에 충실한 
제도로 평가되기 어렵기 때문에 헌법적 정의에 반한다고 생각된다. 

---  중략 ---

게다가 모든 제도가 남용되거나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있는 것이지만 
사형제도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도록 남용되거나 악용될 수 
있으며 특히 사형집행으로 인해 당사자는 자신의 범죄에 관한 실체적 
진실(진리)을 둘러싼 대화의 절차에서 원천적으로 봉쇄시키는 것이므로 절차적 
정의를 주장하는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범죄자에게 매우 불평등한 제도로서 
용인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또한 범죄자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승인하고 그의 (이렇게 부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상이나 신념을 존중한다고 한다면 범죄자의 책임을 사회적 
책임으로 돌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범죄라는 행위로 표현된 그의 
사상이나 신념은 사형이라는 폭력으로 제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교화 또는 
재사회화로 부르는 설득의 과정에 의해서만 교정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절차적 정의를 주장하는 우리의 입장과 일치한다. 아마도 이러한 생각들은 
사형제도를 폐지하거나 적어도 집행을 미루는 세계적 추세에서도 반영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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