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pomp (PUZZLIST) 날 짜 (Date): 2001년 6월 8일 금요일 오후 11시 02분 30초 제 목(Title): Re: What is real? 헐... 저한테 뭘 물어들 보시보겠다고... ^^; 그래봤자 소용없어요. 아는 게 있어야 답을 하지... ^^;;; "수"가 실재하는가? 괴델같은 수학자는 수를 실재하는 그 무엇으로 본 철저한 플라톤주의자였습니다만, 대부분의 수학자는 "수"를 추상적인 대상으로 여깁니다. 뭐, 농담으로, "2"의 표준원기가 프랑스에 있는 국제도량형국 2층 왼쪽에서 두 번째 방 안의 책상 두 번째 서랍 안에 있는데, 그게 백금과 이리듐의 합금으로 만든, 똑같이 생긴 두 개의 구슬이라는 우스개가 있긴 합니다. ^^ 실수(real number)의 실재성에 앞서, 허수에 대해 얘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흔히, "허수는 실재하지 않는다", "허수는 수학자들이 억지로 만들어 낸 것이다"는 식의 얘기를 합니다. 음수의 제곱근을 도입하기 위해 억지로 만들었다는 거죠.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따지고 보면 실수도 "실제로 존재하는 수"인지 알쏭달쏭합니다. 예를 들어, 원주율은 분명히 실수지만, 우리는 어느 누구도 원주율의 모든 자리수를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원의 넓이를 어떻게 구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실수라고 인식하는 거의 모든 것들은, 정밀도가 높은 유리수일 뿐입니다. 이 유리수라는 것도 사실은 "정수의 비"일 뿐이며, "정수"라는 것도 자연수에서 "만들어 낸" 개념일 뿐입니다. 크로네커가 갈파하였듯, 신이 만든 것은 자연수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인간이 만든 것이죠. 수학사를 보아도, 실수가 무엇인지 수학자들이 알게 된 것은 19세기의 데데킨트와 칸토어에 이르러서였습니다. 따라서, 수학자에게 있어 "수"는 실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일종의 수학적인 도구일 뿐입니다. 아, 물론 자연수가 남아 있습니다. 결국 "수는 실재하는가"라는 질문은, "자연수는 실재하는가"와 본질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 수학은 모두 특정한 "공리"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러 공리들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자연수에 대한 공리인 "페아노 공리(Peano's axiom)"입니다. 공리라고 해서, "자연수라는 게 있다. 믿어라. 끝" 이런 건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구성적인 방법으로 페아노 공리계는 자연수를 정의(?)합니다. 이 공리계에 걸맞는 모델 가운데 하나가, Xorn이 썼던, 폰 노이만 모델이죠. 0은 원소의 개수가 0 개인 집합들, 1은 원소의 개수가 1 개인 집합들, 2는 원소의 개수가 2 개인 집합들, ... 동어반복 같죠? 실은 여기에도 매우 심오한 설명과 해석이 붙어 있습니다만, 능력밖이니까 생략. ^^; 아무튼 이런 식으로 자연수의 존재는 공리로 인정을 하고 이론을 전개합니다. 수학에서 "자연수란 무엇인가?"에 어떻게 답하는지를 썼으니, 이제 "자연수란 실재하는가?"에 대해 답할 차례로군요. 어차피 정답이 있을 수 없으므로,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제 마음대로 쓰는 얘기. ^^; 다시 폰 노이만 모델을 보면, "2는 원소 두 개짜리인 모든 집합"입니다. 괴델이야 "원소 2 개짜리 집합은 이데아 2의 반영"이라고 하겠지만, 이것은 마치 귀납법을 무한에 마구 적용한 것처럼 어색한 느낌을 줍니다 러셀이 "원시인이 돌 두 개와 새 두 마리의 공통적인 성질을 인식하는 데서 수학이 시작되었다"라고 말했듯, 자연수를 인식하는 데는 "1 다음의 수"인 2가 매우 중요합니다. (페아노 공리계를 잠깐 언급하면, "1은 자연수다", "n이 자연수이면 n 다음 수도 자연수다", 등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결국 "1"과 "1 다음 수(=2)"를 구별하는 것이 자연수를 인식하는 본질(이런 말 함부로 쓰면 안 되지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얘기가 어째 인식론적인 데로 좀 흐릅니다만, 어차피 인식할 수 없는 것은 실재하지 않는 것일 테니까... (아무도 듣지 못한 소리는 소리가 아니다? 음... 대충 넘어갑시다. -_-;) 가장 본질적(?)인 "2"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나"와 "나 아닌 것"일 것입니다. 데카르트의 코기토도 여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존재", 그리고 그 존재의 인식에 이어, 나 아닌 것의 존재와 그 인식이 "1"과 "2"를 구별하고 인식하는 기초가 되고, 여기에 수학적 귀납법(?)이 적용되면 모든 자연수가 다 만들어지고, 인간은 "자연수를 안다"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아기가 수를 익히는 과정을 생각해도 되겠죠. 결국 자연수란 존재의 인식에서 필연적으로 유추되는 것입니다. 이데아의 발현이 아니라 현실계에서의 일종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죠. 수가 실재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실재"가 무엇이냐가 문제일 것입니다. 플라톤적인 이데아적 존재를 뜻한다면 부정적인 대답을 해야겠습니다. 궁극적인 단 하나의 어떤 실재(신? god?)가 있다하더라도, 자연수는 그 존재로부터 메타적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수가 `본질적'으로 존재하느냐"는 질문에도 부정적인 답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그리고 Xorn! 수학의 체계가 무모순인 게 증명되어 있다니, 괴델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겠다. ^^ ----- http://i.am/puzzl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