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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Hyena (  횡 수)
날 짜 (Date): 2000년 6월 20일 화요일 오후 10시 01분 44초
제 목(Title): 不仁之仁


몇 주인가 노자 쳇 하다가 논란이 되었던 문제입니다.
5장에서 노자는 天地不仁을 얘기하다가, 8장의 상선약수에서는
道를 물의 인자함에 비유했습니다.
여기서 天地도 道와 같다고 보면, 이 두 장의 내용은 모순적이
됩니다. 그래서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안 됩니다.
이러한 모순점에 대해 먼자님이 不仁之仁이라고 표현했었죠.
당시에는 다른 철학과는 논리적인 층위가 다른 것으로 
보고 넘어갔지만, 좀 생각해 보니
이러한 모순점에 대해서 세 가지로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제가 전에 소개한 해체적 해석에 따라 이것을 차연적
개념으로 보는 것입니다. 차연이란 것은 간단히 다시 얘기하자면
한 단어에 2가지 이상의 대립적인 개념을 동시에 지니는 것을 
말합니다.(그러나 차연은 사실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개념아닌
개념이라고 데리다는 주장합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쓴 것 보다 더 
많은 측면들을 포함합니다.) 보통 한 단어에 한 
개념 만을 가지게 하는 것이 얼핏 맞을 것 같지만, 사실 그러한 
유일한 개념을 가진 단어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알고보면 거의 모든 단어는 차연적인 개념을 가집니다.
가장 간단한 예로 전에 '藥'이란 파르마콘을 들었었죠. 
이 藥은 정도를 지나치는 경우 동시에 毒이란 藥과는 정반대의 
의미도 가집니다.(지금 하는 허준에서도 광해군에게 허준은
치료를 위해 독을 먹이고 있는 것이 좋은 예죠.)
이런 차연적 측면에서 보면 天地라는 것도 仁의 속성을 가지지만, 
그와 반대인 不仁의 측면도 가질 수가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양자 역학에 나오는 빛의 이중성(duality)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고전 역학에서는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
지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고전 역학적인 개념으로는 빛이
입자가 아니면, 파동 둘 중의 하나가 되어야합니다.
하지만 물리 전공하지 않는 분들도 잘 알고 있듯이
양자 역학이 나오면서 빛은 입자적인 성질을 보일 수도
파동적인 성질을 보일 수도 있는 이중성을 가진다고 봄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빛은 광전 효과에서는 입자적인 성질을
보이고, 회절이나 간섭 현상에서는 파동적 성질을 보입니다.

빛은 이렇게 고전 역학에서는 양립할 수 없다고 보았던 
입자와 파동적 성질을 다 가지는 이중성을 가지는 것으로
바로 이 빛이 파르마콘적의 물리적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이러한 차연 또는 파르마콘적인 논리는 물리 현상에서도 
실제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미 이해하기 힘들거나 모순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셋째,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람의 판단으로는 仁이 무엇인 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습니다. 공자도 仁이 정확히 무엇인 지 
얘기를 못 했습니다.
단지 개별적인 사례로 不仁한 몇 가지 예를 들었을 뿐입니다.
사람의 판단으로는 不仁도 정확히 정의를 할 수 없는거죠.
사람이 仁과 不仁을 정확하게 구분을 못 하는 데, 
어떻게 天地가 仁한 지 不仁한 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보면 天地가 仁하더라도 사람의 판단으로는
不仁으로도 仁으로도 다 보일 수가 있는 것입니다.
천지가 不仁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사람의 판단으로는
천지의 仁과 不仁을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에게 어떤 때는 天地가 仁하게 보이다,
다른 때는 不仁하게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不仁之仁의 개념이 그다지 새롭거나
모순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천지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다 마찬가지겠죠.
단지 사람들이 굳이 한 개념 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사람에게 .
그래서 1장에서 명가명 비상명이라고 일찌감찌 선언한 것이기도
합니다.

ps) 둘째에서 배중률 운운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정확히 해당되는
  경우라 아니라 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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