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porori (포로리) 날 짜 (Date): 2000년 3월 23일 목요일 오전 10시 12분 07초 제 목(Title): Hyena님께... 이건 기본적인 독해의 문제인데, 이전에 제가 쓴 글을 잠깐 보도록 하지요. >>구조주의가 중시하는 '랑그'는 불변하는 배후의 고유 질서 체계입니다. ...(a) >>불변의 보편적인 체계(= 랑그)를 연구하는 학문이 그 체계를 변화시킨다라 ? >>우리가 랑그에 대해 더 많은 것 혹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고 해서 우리가 >>구사하는 언어나 논리가 바뀔까요 ? .....(b) (a) 는 제 주장이 아니라 소쉬르가 언어학에서 자신의 과학적 탐구의 범위를 설정하기 위해 상정한 '랑그'란 개념의 속성을 인용해놓은 겁니다. 다른 사람이 사유한 내용을 인용한 걸 두고 포로리란 녀석이 혼자 간과해서 주장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면 곤란하지요.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 (b)인데, 이건 제가 구조주의적 방법론이든, 데리다든 뭐든간의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쨌거나 (a)를 일단 받아들이고 말씀드리죠. 이를테면, > 위의 포로리님의 글에 대한 제 댓글에 추가합니다. > 랑그가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고 >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소쉬르가 어떻게 얘기했든 구조주의가 >무엇을 중시했든 지 간에 상관없이 랑그는 시대에 따라 변해갑니다. 랑그 자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랑그에 대한 지식이 변하는 거라고 봐야지요. 이전의 랑그에 비해 다양한 형태의 빠롤들을 더욱 잘 설명할 수 있는 랑그가 있어 이전 것을 폐기했다면 그것은 랑그 자체가 변화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랑그에 대한 기존 지식의 불완전함을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레비스트로스가 표층적인 현상인 현대인의 근친혼 금기사항 (=빠롤)에 대해 고대로부터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여성 교환의 심층구조'의 규칙(=랑그) 이 존재해왔다는 보다 설득력있는 설명을 했다면, 과연 이전의 유전적으로 안좋다거나 근친간에는 심리적으로 원래 성욕이 생기지 않는다거나 하는 식의 부적절한 가설(=기존 랑그) 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변화된) 랑그가 생성된 것일까요. 그냥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표층적인 현상의 배후에 존재하는 랑그에 대해 잘못된/불완전한 지식을 가졌었다고 보는게 더 타당하지 않겠습니까. > 저는 구조주의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구조언어학의 영향을 받은 포스트 > 구조주의의 관점까지 포함해서 하는 얘기입니다. > (구조주의와 포스트 구조주의의 구분도 애매하다고 하지만) > 구조 언어학으로 언어의 의미가 언어 구조에 있다는 발견 자체가 그 이전 > 언어학과는 판이하게 보는 새로운 언어 체계 아닌가요? 새로운 언어체계가 생긴게 아니라 기존의 언어 구조에 대해 갖고 있던 우리의 지식이 바뀌는 거지요. 그래서 그 지식이 바뀌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구사하는 언어나 논리 자체에 변화가 실질적으로 일어났나요? > 어차피 불변하는 고유 언어 체계로서 랑그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추상적인 > 개념으로, 전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따라서 우리가 랑그에 대해 다 알 수 없는 노릇이고, 다 알 수 없으니 그것이 > 불변인 지의 여부도 알 수 없습니다. 랑그에 대한 지식은 말씀하신대로 시대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지만, 배후의 랑그에 대한 개념적인 속성은 고정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구조주의 관점에서는 타당합니다. 그래야 과학적인 탐구의 대상 설정에 적합하다고 소쉬르는 보았던 겁니다. 물론 데리다는 랑그를 위한 소쉬르의 개념 설정 자체가 전통적인 서구형이상학의 진리개념에 대한 낡은 전제들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지만요. (사실 이건 소쉬르 역시 전통적인 음성중심주의적 언어관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에 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얘기해보도록 하지요. 데리다의 이런식의 비판은 거의 양날의 검이라는게 제 생각이에요. ) > 알 수 없는 것까지 가지고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 > 우리가 말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랑그의 체계일 뿐입니다. > 따라서 새로 알게되는 체계가 있다면 랑그의 체계도 바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복합니다. 랑그가 바뀌는게 아니라 우리의 랑그에 대한 지식이 바뀌는 겁니다. 그러니 뒤에 말씀하신 공시적 / 통시적 언어학의 구분을 열심히 말하신게 썩 적절하게 보이지 않는군요. > 그리고 포스트 구조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주장들은 이전 철학의 논리와는 >포스트 구조주의가 주장하는 반로고스주의, 반인간주의, 반유럽주의의 논리들이 > 모두 나타난 철학이 이전의 유럽 철학에 나타났었던가요? > 반로고스 주의에는 심지어 반논리의 주장까지 들어있습니다. > 이러한 포스트 구조주의자들의 주장들은 바로 구조 언어학에서 지대한 영향을 > 받은 것입니다. 니체를 인용하지요. "진리란, 그것이 환상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전형적인 자승자박식 명제지요 ? 진리에 대한 저 놀라운 (?) 통찰의 진리는 말 그대로 환상이 되어 버리잖아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푸코니, 데리다, 들뢰즈, 등등 모두가 저 니체에게서 사실상 출발하거든요. :) > ps) 저는 해체주의의 핵심이 결코 자승 자박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 왜냐하면 노자 사상의 핵심하고 거의 똑 같거든요. Hyena님은 자승자박이란 말에 너무 민감해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만일 분류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세칭 '포스트 구조주의'에 동의하고 계신 탓에 반논리의 주장까지 받아들이셨다면 자승자박을 증명하는 논리(?)란 놈은 전혀 비판이 될 수 없는 것이지요... :) *** 논의와는 무관하게 조금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Hyena님이 상당히 공부도 많이 하시고 성실하신 것은 보기 좋은데, 노자의 원전을 직접 읽으려는 노력 만큼을 서양 철학자의 원전을 직접 읽기 위해 똑같이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해해서 써 놓은 글을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더 좋은 배울만한 것을 많이 놓치거나 그 사람의 해석 방법에 따라 엉뚱하게 편향된 관점을 가질 수 있거든요.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냐면 키즈에 자주 들어오는게 매우 힘든 관계로 자세히 읽어보진 못했지만 Hyena님의 글을 가끔 보면 "--주의", "--론자" 등의 말이 굉장히 많고, 또 상당히 도식적인 설명을 하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는데, 저는 이게 제 3자의 해석된 책을 중심으로 공부하신 탓이라고 봅니다. 실제 들뢰즈나 데리다 같은 사람은 자신이 포스트 구조주의자로 불리는 것을 엄청나게 싫어합니다. 보통 천박한 미국 철학자들이 그런 분류법을 사용하는데, 별로 바람직해보이지 않아요. 가끔 편의상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요. 앞서 제가 소개한 책에서 하버마스가 푸코,데리다등의 프랑스 철학자 들을 상당히 신랄하게 비판했고 , 그런 하버마스에 대한 푸코의 반박 논조의 답변글을 제가 마침 가지고 있는데,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 " 나는 그것(= 현대성)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지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 나는 구조주의라고 알려진 것 배후에는 특정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명백하게 알았지만, 우리가 포스트모던 또는 포스트구조주의자 라고 분류하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제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 보셨죠? 푸코도 포스트구조주의가 뭔지 잘 모르겠다잖아요. 그래서 최소한 포스트구조주의 등의 용어를 사용할 때는 좀 제한적이 되어야 하지 않나..하는 거하고, 그럴려면 원전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진 후에 주변의 책들을 살펴보는게 낫지 않겠느냐 , 요 두가지를 말하고 싶네요. 물론 이건 제가 그렇게 잘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하는 말은 결코 아니고, 그게 그냥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는 거지요... :) * 쓰다가 끊겨서 이전 것 카피하고 이어서 쓰고,, 쑈를 했군요..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