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Thought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Hyena (  횡 수)
날 짜 (Date): 2000년 3월  3일 금요일 오후 12시 58분 14초
제 목(Title): 떠나기에 머물 수 있는 것


'夫唯弗居 是以不去'

노자의 이 구절을 보고 유명한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지만 
노자 쳇에서는 너무 오바한다고 구박받을까봐 얘기 몬 했다. ^^;

바로 헤밍웨이가 스페인 내란을 그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인 공화파 전사 로베르토(게리 쿠퍼)가 자신을 희생하여 
추격하는 국민파 군대를 혼자 막으려고 마리아(잉그리드 버그만)을 떨쳐보내기 
위해 하는 말.
지금은 헤어져도 나는 영원히 네 곁에 있는거야… 
운운하는 알쏭달송한 말.
이제는 너무 많이 써먹어서 그 의미가 많이 바래있긴 하지만 
노자의 이 구절과 바로 상통하는 의미이다.
마리아는 그 당시에 로베르토의 그 말이 이해돼지는 않았겠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 말이 옳았음을 깨달아 갔을 것이다.

이 유명한 장면은 '레옹'에서 베껴진다.
막판에 레옹과 마틸다가 특수 요원들의 기습을 받고,
레옹이 마틸다를 쓰레기통을 통해 먼저 피신시키는 장면에서 그대로 흉내낸다.

노자나 로베르토의 이 말은 너무 멋있는 말이라 그 후 많이 쓰인다.
'사랑하기에 떠난다' 느니,
'진정 사랑하기에 멀리서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겠다'
운운하는 말들이다.
정말 이 말들은 노자 사상에 기가 막히게 잘 따르는 말이다.
그러나, 제 3자의 입장에서도 왠지 찝찝함이 남아 있다.
문제는 그 말이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그 말이 단지 핑계일 것이라는 의혹을 떨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것은 분명히 역설이다.
이뤄지지 않은 사랑이기에 오래 간다는 것이 성립한다.
이뤄지지 않았기에 좀 더 순수해보이고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기에
기억에도 오래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이뤄졌더라면 순수하게 남아있을 건덕지도 아쉬움도 없을 것이다.
단지 무심한 시간의 흐름에 따른 퇴색만이 남을 것이다. 

사랑이란 것이 4년만 유효한 호르몬 분비 작용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대부분의 현실에서의 사랑이란 이뤄지는 순간에 끝장이 나기 시작한다는 
숙명을 애초부터 지니고 있다.
절정에 이른 것은 쇠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 법칙의 숙명이다.
노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결코 현실도피적이고 비관적인 것이 아니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이러한 자연의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영원한 사랑이란 결코 이뤄지지 않은 사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영원한 사랑이란 현실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고,
단지 꿈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감히 누가 꿈꾸는 것까지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꿈이란 현실이 무엇인 지 알 수 있을 때 그 때서야 꿀 수 있을 것이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