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Tho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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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Gatsbi (궁금이)
날 짜 (Date): 2000년 1월 11일 화요일 오전 08시 58분 23초
제 목(Title): Re: [q] 오적?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움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우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는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
우리가 하자.
 

                                       김지하


몹시도 눈이 쌓인날
치악산 밑에 사는
한 친구집에 간일 있었지
지금도 생각난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들을 하는지
참 우수한 아이들이었는데
넷이었던가
다섯이었던가
기억은 참되지 않다
기억은 오직 구성될 뿐이다
눈에 덮인 너와집
그 작은 방
그 희미한 촛불
해월 선생처럼 수염을 기르고 엄장 큰 한 분이 농주를 마시고 있었다
첫마디
'베토벤이 죽어간날 마르크스가 태어났지'
긴장할 수 밨에 없었다
신 논쟁은 한도 끝도 없이 계속 되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때 나는 잣셀의 방향을 주장했던 것 같고
공과를 지망했던 내 친구는 그 무렵에 벌ㅆ써 고스토우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얘기는 사분오열 되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한 마디는 똑같은 것이었다
'베토벤이 죽어간날
마르크스가 태어났다
이 점을 기억하라
역사는 대를 이어서 자기의 본체 이성을 발전시키는 법이다
그래서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미끄러지며 넘어지며
고등학교 모자가 날아가고 
다시 줏어 쓰며
우리가 얘기한 것은 한가지였다
'우린 아직 어리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하다 
이것도 저것도 다 틀렸다 
우리가 하자!'

 

 
***********
새 
                       김지하


저 청한 하늘 
저 흰구름 저 눈부신 산맥
왜 날 울리나
나는 새여
묶인 이 가슴

밤새워 물어뜯어도
닿지 않는 밑바닥 마지막 살의 그리움이여
피만이 흐르네
더운 여름날의 썩은 피

땅을 기는 육신이 너를 우러러
낮이면 낮 그여 한 번은 
울 줄 아는 이 서러운 눈도 아예
시뻘건 몸뚱어리 몸부림 함께
함께 답새라
아 끝없이 새하얀 사슬소리여 새여
죽어 너 되는 날의 길고 아득함이여

낮이 밝을수록 침침해가는
넋 속의 저 짧은
여위어가는 저 짧은 별발을 스쳐
따나가는 새

청청한 하늘 끝
푸르른 저 산맥 너머 떠나가는 새
왜 날 울리나
덧없는 가없는 저 눈부신 구름
아아 묶인 이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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