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Tho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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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깜찍이중독)
날 짜 (Date): 1999년 7월 24일 토요일 오전 02시 19분 25초
제 목(Title): Re: 퍼온글/기술결정론,미래학 이론에 대한 


  진보라... 글에서 물질적 진보, 정신적 진보로 나눈 것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네요. 쉬운 설명이지만, 그만큼 상투적이고 '통속적'
이며, 그렇게 개념이 잘 잡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저는 진보도
일종의 관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관계를,
인간 대 인간의 관계와 인간 대 비인간의 관계 두가지로 나누고,
"진보적인 생각이다"라고 할 때의 진보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의
발전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인간의 사회적 관계의 발전이
진보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진보에서의 발전은 사회의 어떤 방향으로의 변화를 의미
하는가의 문제가 남고, 발전이라는 말은 쉽지만, 이 문제는 글 중에도
있듯이 그렇게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이 좀 더 살기 좋아지는
방향의 변화가 발전처럼 보이지만, 사회적 관계의 측면에서 사회의
발전을 살펴보면, 사회의 발전이 모든 사람에게 좀 더 살기 편함을
보장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신분제 사회에서 민주제사회로
발전할 때, 왕이나 귀족이나 양반은 살기 더 불편해졌지요.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녀평등 사회로 발전하면서, 남성들에게는
사회가 좀 더 불편해졌습니다. 이것으로, 진보가 뭔가 살기 좋은
상태를 지향하는 개념이지만, 단순히 살기 좋다를 지향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진보가 지향하는 발전이 무엇인가를 사회적 관계에서의 '자유도'
라는 개념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합니다. "사회적 관계에서의 자유도"
라는 것은 인간이 사회적 관계에서 얼마마한 자유를 갖느냐는 의미
인데, 사회의 발전을 자유도의 분포변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자유도가 특정계층의
사람들에게 집중되지 않고 고르게 분포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사회가
발전하면서 자유도가 줄어든 계층도 있고, 자유도가 늘어난 계층도
생기면서, 전반적으로 자유도가 균일하게 분포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 발전에 따른 자유도 분포의 이러한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마치 고등학교 때 지구과학 시간에나 배웠음직한 지표의 변화 과정과
유사할 것입니다. 평야가 지각운동으로 인해 융기되고, 융기된 지표가
풍화작용에 의해 깊은 골이 생기고... 시간이 지날수록 골은 깊어지고
산은 뾰족해지고... 그러다가, 다시 산이 풍화작용으로 무뎌지면서
구릉이 되면서, 전체적으로 다시 평평해지는... 이런 지표의 변화
과정은 원시공동체 사회가 생산력 증가하면서 신분제사회로 재편되고,
신분의 골이 깊어지다가, 다시 신분제가 무너져 가면서 평등한 사회로
발전해 가는 그런 사회발전의 과정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물론,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고요).
  현대사회도 자유도 균등화의 관점에서 보면 발전의 여지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를 민주제 사회라고 하면서 모든 사람이
평등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마치 고대 그리이스 도시국가의 민주제가
여성과 노예를 제외한 것과 같은 헛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과 같은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현대 사회는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계층의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낮은가하면, 특정 계층에 권력이 집중된
문제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문제들이 이전 사회보다
개선된 것은 사실입니다만.
  사회발전을 자유도의 측면에서 보면, 기술이나 생산력 발전(주로
인간 대 비인간의 관계의 문제인)과 사회적 자유도 분포의 균등화가
영향을 주고 받음에도, 서로 다른 동인을 가지고 있으며, 둘 사이에
직접적인 비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도 쉽게 알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걸 확실히 보이지는 못하겠군요.

  어째거나, 그래서,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진보(사회적인 의미의)
라는 개념은 우리가 명시적으로 알건 모르건, 사회적 자유도의 분포가
균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개념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쿤이 패러다임을 제기하면서 
> 정작 말하고자 했던 것이 과학의 상대주의적 속성이었다기보다는 과학자들의 
> 사고와 행동의 습성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페미니스트 
> 과학비판은 한결 설득력이 있다.

  페미니스트 과학비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쿤의 패러다임에 대한
이런 설명은 저한테는 새롭고 다가오는 이야기군요. 과학자를 과학계산과
실험을 수행하는 로봇이나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는 컴퓨터 정도로
단순화시켜보는 시각들이 많은데, 과학자 역시 사회적 인간 혹은 인간
총체로서 바라봐야 하겠지요.

                                          어떻게 중독됐니?

                                          몽라 우어낙 숭시가네 일이라성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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