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Atreyu (직) 날 짜 (Date): 1999년 3월 11일 목요일 오후 03시 56분 12초 제 목(Title): Re: [계층구조론] 답변: Atreyu(삼체문제) *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쇼팽님의 여러 글 중 몇몇 개만 읽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쓰는 내용이 전체 논지와는 상관 없는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여튼 이 글은 위의 글 단 한 개에 대한 댓글입니다. ===== 만유인력 방정식을 알고 있다는 것이 엄청나게 큰 정보인 것 같지만 그 방정식이 삼체문제와 같이 Chaos세계에 들어 있는 경우 아직도 상수 a속에 숨겨진 정보는 여전히 무한히 많습니다. 그래서 그정도 알아 낸거 가지고는 어쨋든 우리가 살아생전에(정확히 말하면 무한대의 시간내에)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사실은 변동되지 않습니다. 제가 낸 문제는 정확한 a값을 추정하는 문제라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별들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a를 찾는게 아닙니다!) ===== 이건 카오스가 아니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체문제가 아닌 이체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뉴턴의 중력방정식에서 a가 정확히 2라고 (2 비슷한 값이 아니고!) 알 수 있습니까? 아니오.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관측을 거듭하면 할수록 그 정밀도가 높아지긴 하겠지만 결코 무한한 정밀도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무한히 긴 시간 측정한다면 모를까... 하지만 이건 비현실적인 가정이죠.) 즉, 우주가 뉴턴법칙을 완벽히 따르고 (상대론은 잠시 꺼둡시다. :) 중력 상수의 값이 정확히 2이고, 이 사실을 검증할 수 있는 완벽한 2-body system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관측을 계속하면 가능한 중력상수의 범위가 1.5~2.5, 1.99~2.01, 1.99999~2.00001, ... 하는 식으로 점점 좁혀지긴 하겠지만 결코 2.0으로 딱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중력상수가 무리수냐 유리수냐?'라는 물음에는 영원히 답을 구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카오스와 무관합니다. 모든 측정에는 오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필연적으로 따라나오는 결론입니다. --- 카오스냐 아니냐는 결국 continuous function의 문제입니다. (수학적으로 카오스를 공부한 적이 없기 때문에 상당량의 구라가 섞여 있습니다. 적당히 가감해 들으시길.. ^^;) Continuous function이 중요한 것은 수학적으로 lim (x->a) f(x) = f(a)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즉 정확한 a의 값을 모르더라도 x를 점점 a에 접근시켜 가면 마찬가지로 f(a)의 값이 얼마가 될지 점점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삼체문제와 이체문제의 차이점을 알아보기 위해, 임의의 파라미터 a를 갖고 있는 (여기서는 중력상수..) 계 S와, 그 계 S의 성질을 생각해 봅시다. 이 계의 초기 조건을 S(0), 시간 t가 흐른 후의 상태를 S(t)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명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psilon-delta argument의 변형들입니다.) --- 1. 주어진 오차 e>0와 '부정확한 측정값' S(0)에 대하여, 적절한 d값을 잡아 a와 S(0)의 값을 오차범위 d 이내로 측정할 수 있다면, 임의의 시간 t에 대해 S(t)의 값을 오차범위 e 이내로 예측할 수 있는 d가 존재한다. 2. 주어진 오차 e>0와 측정값 S(0), 시간 t>0에 대하여, 적절한 d값을 잡아 a와 S(0)의 값을 오차범위 d 이내로 측정할 수 있다면, S(t)의 값을 오차범위 e 이내로 예측할 수 있는 d가 존재한다. 3. 주어진 오차 e>0에 대하여, 적절한 d와 t(!) 값을 잡아 S(0) ~ S(t) 사이의 모든 값을 오차범위 d 이내로 측정할 수 있다면, a의 값을 오차범위 e 이내로 예측할 수 있는 d와 t가 존재한다. --- 자, 과연 삼체와 이체문제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요?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2,3을 만족하는 반면 1은 만족하지 않습니다. 즉 이들의 복잡도는 위의 명제를 이용해서 분리해낼 수가 없습니다! 1번을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재의 상태'를 아무리 정밀하게 측정해도 언젠가는 오차가 쌓이고 쌓여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한 때가 온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2체문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이 365.2422일이냐 365.2423일이냐에 따라, 1만일마다 하루, 5천년이 지나면 두 계에서 지구의 위치는 태양 정반대쪽에 있게 됩니다. 2번을 만족한다는 것은, 정확히 '얼마나 오랜 뒤의' 값을 알고 싶은지를 안다면, 그만큼 정밀히 측정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5천년 뒤의 값을 알고 싶다? 넉넉하게 소숫점 열자리까지 재버리죠. 5천만년 뒤? 유효숫자 네 개만 더 붙입시다. (어쩌면 여덟게, 열두개가 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중요한 건 '하여튼 가능하다'는 겁니다.) 3번! 이것이 포인트입니다. 중력상수의 값을 오차 0.01로 알고 싶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1%의 오차로 관측하면 됩니다. 0.001? 10년 동안 0.1% 오차로. 1억분의 1? 100년 동안 천만분의 1의 오차로 관측합시다. --- 자, 여기서 보듯이, 이체문제건 삼체문제건 '아주 좋은' 연속성은 없더라도 (uniform continuity..던가요? topology 들은게 몇년 전이더라..) '그럭저럭 쓸만한' 연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중력상수를 '원하는 만큼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의 어떤 방법도 물리적(화학적, 생물학적, etc.) 측정을 '무한대로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한 과학자들이 그런 값을 '무한히 정확하게' 측정하겠다고 시도한 적은 없습니다. 애당초 의미가 없으니까요. 1년의 주기를 나노초 단위로 측정할 수 없다면 중력상수를 수백자리까지 알아서 무엇에 써먹겠습니까? 예컨대, '중력상수의 1000번째 자리가 8이다!'라는 주장은 '우주 밖에 신이 있다!' 는 주장과 마찬가지로 (적어도 현재로서는) non-falsifiable합니다. 따라서 이런 주장은 과학과 무관합니다. 쇼팽님이 'a의 정/확/한 값을 구하라!'고 한 것이 이런 뜻이라면 (즉 100번째, 1000번째, 몇번째 자리든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면) 이건 과학이 아니고, 카오스건 아니건 관련없이 이제껏 가능했던 적이 없습니다. ===== 또 한가지, 이 문제가 a가 실수이기 때문에 못찾을 거다라고 잘 못 이해하실 분들을 사전에 막기위해서 이번엔 제가 "내가 고른 a는 정수중 하나다"라고 알려줬다고 하고 다시 문제를 풀어보십시오. 이번엔 정말로 무한대의 시간이 주어지면 풀립니다. 진짜 모든 무한대의 시간속에서 가능한 모든 a를 넣어보고 모조리 테스트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무한대보다 작은 유한의 시간에서는 정수로 제한한 이 a값을 찾아 내지 못합니다. a값을 바꿔가면서 시도를 해본다고 해도 과거에 시도했던 경험들이 거의 아무런 단서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a값을 풀면서 역추적을 하면 마치 a의 값들은 난수가 발생하듯 불규칙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관찰되기 때문입니다. ===== 이건 무한대의 시간도 필요없습니다. 아주 잠깐 (아주아주 잠깐!) 측정하면 됩니다. Continuity의 성질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a값이 (예컨대) '1.5~2.5 사이이다.'를 측정하는 데에는 잠깐의 측정으로 충분합니다. (오차가 +- 0.5나 되니까요.) 그리고 이 범위에 정수는 2 하나밖에 없습니다. 끝. * 다른 혼돈계에서는 쇼팽님의 말이 적용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최소한 삼체문제에서는 아닙니다. 삼체문제는 그 행동을 적당히 예측할만한 연속성이 존재하는, '순한' 혼돈계입니다. :)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한 연속적 미분방정식의 해로 만들어지는 모든 혼돈계는 이런 성질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수학적 근거는 없으니 적당히 가감해 들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