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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가 맞음...)
날 짜 (Date): 1998년 12월 30일 수요일 오후 08시 28분 21초
제 목(Title): Re: 대사(metabolism)에 한표


  autopoiesis가 뭐지요? 그러지 않아도 영어는 쥐약인데 사전에도
안나오는 단어를 비비에서 가끔 보면 난감하던데... ^^

  자기재생산은 "재생산 고리"라는 개념에서 나왔고, 재생산 고리라는
개념은 얼핏 비슷한 이야기를 어디 다른 책을 보기도 한 것 같지만,
결정적으로는 예전에 읽은 세계철학사라는 유물변증 계열 철학책에서
"원인과 결과의 통일"이라는 절을 보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원인과
결과의 통일은 대체로 말해 원인이 결과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에서 다시 원인이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이 원인과 결과의 통일을, 다른 책에서 봤던가 아니면 세계철학사라는
그 책에서 봤던가 하는 "재생산"이라는 개념이나 서로 물고 물리는
"고리 관계"과 결부시켜서, 원인과 결과의 상호재생산 고리, 줄여서
"인과의 고리" 혹은 "재생산 고리"라는 개념을 만들었지요. 재생산
고리는 인과의 고리와 같은 개념이지만, 특히 원인과 결과를 분리하기가
어려운 관계를 지칭하는데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닭과 달걀은
인과의 고리를 형성하기는 하는데, 어느 것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분명하게 구별하기가 어렵지요. 이런 경우를 그냥 재생산고리를
형성한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아마 여기까지는 어디선가 봤던(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이 불분명
하지만) 개념들을 주섬주섬 끌어다 모아놓은 형태의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세계철학사라는 책에서 가볍게 하나의 절로
보던 인과의 통일, 인과의 고리라는 것이, 우리가 객관세계에서 보고
있는 모든 구조체들을 존재하게 만드는 본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차츰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 그리고 유물변증론자들이 객관세계의 기본
법칙으로 생각하는 "모든 존재는 변화한다"는 명제와 재생산고리의
연관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수 있는가, 변화와 재생산고리를 가지고
구조체의 생성/소멸을 설명하는 중간에 도태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거나, 이에 얽히 사연 등등을 이야기하면 막도님이 싫어하시는
무지 긴 글이 될테니(^^) 여기서는 생략하고 다시 기회가 되면 이야기
하기로 하지요.

  하여튼 재생산 고리는 다시 그 변화 양태에 따라 성장형 재생산
고리, 정체형 재생산고리, 소멸형 재생산고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간먼지에서 항성이 탄생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와 밀도를 가진 성간 먼지는 도태되지 않고(항성
생성의 입장에서) 중력에 의해 수축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중력에
의해 물질이 결집되는 부분은 중력이 더 강해져서 물질이 더 결집될
수 있고, 물질이 더 결집되면 중력이 더 강해지고... 이런 과정이
계속되어 성간먼지에서 항성이 탄생하는 경우가 성장형 재생산고리에
해당됩니다.
  정체형 재생산 고리는 항성이 유지된다거나,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사물(구조체)이 유지되는 경우들이 해당되겠고요. 예를 들어, 제가
지금 키보드로 글자를 치고 있는데, 이 키보드는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멍청한 인간(왜 이렇게 과격한 표현을 쓰는지는 다른 글을
적지요 ^^)에 의하면 인간이 키보드를 두들기는 반작용 외에는
운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키보드 속의 전자회로는
놔두고라도, 키보드의 껍데기 역시 구성하는 각 원자들이 끊임없이
운동하고 있으며, 그 공간 속에서 수 없는 소립자들이 생성/소멸
되고, 주위 공간과 물질을 주고 받으면서 자기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키보드 껍데기의 현 형태는 키보드 껍데기의 이전 상태에
의해 규정되어 재생산되는 것이며, 이전 상태의 규정력은 내부/외부의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도태되지 않고 현 상태를 충분히 재생산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런 끊임없는 재생산 과정에 의해 우리가 보는 키보드의
껍데기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소멸형 재생산고리에는 병에 의해 죽는 인간이 해당될 수 있습니다.
병으로 죽는 인간은 어떤 원인에 의해 어디가 아프기 시작하고
그것에 의해 어디가 또 안좋아지고, 그래서 또 어디가 아프고...
이런 악순환 속에 어떤 부분에서 임계치를 넘으면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인과의 고리의 또 다른 유명한 예는 "빈익빈 부익부"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부터 우리는 인간 사회의 구조체의 발생이나
유지, 소멸을 설명하는데도 재생산고리라는 개념이 의미있을 수
있으며, 이런 여러 예들을 보면서 재생산고리가 자연계에 매우
보편한 현상임에 대한 직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자기재생산은 재생산고리를 구조체의 유지 입장에서 본 것입니다.
따라서, '대체로' 정체형 재생산고리에 해당됩니다. 물론, 구조체의
발전의 입장까지 포함시킨다면 성장형 내지 소멸형 재생산고리도
자기재생산에 포함될 수 있고요.

  그럼, 이제...

> 얼마전에 읽은 인식의 나무라는 마투라나 (칠레 생물학자라는군요) 라는

> 사람이 쓴 말인데

  마투라나라는 칠레 생물학자는 어떻게 자기재생산에 대해서 이야기
했나요? 이 시점에서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군요. ^^




                                                        먼 길 돌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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