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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osophyThought ] in KIDS
글 쓴 이(By): Monde (김 형 도)
날 짜 (Date): 1997년11월20일(목) 00시24분24초 ROK
제 목(Title): Re: Re: EG의 보편과 특수



일주일에 하나 정도 쓸려고 했더니 철학 보드 진도가 너무 빨리 나가는 거 

같아서... 그리고, 한 잔 한 김에...

보편, 특수, 개별에 대한 변증법은 교과서마다 약간씩의 차이가 있는데,

EG 씨의 생각은 제가 싫어하는 쪽의 버젼이군요.


   "좀 더 보편한 혹은 좀 더 특수한 범주가 있는 것으로 보았고, 그 중
   가장 특수한 범주를 개별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가장 특수하다는 것인지? 혹시, 범주의 가장 하위에 존재하기 

때문에 가장 특수하다고 하신 것은 아닌지? 그리고, 철학적 범주의 개념을 

어떻게 사용하고 계시는지? 저의 범주 개념은 개개가 독립성을 갖고 있고

대립되는 범주들과 변증법적인 관계를 갖고 있으며, 그러한 변증법적 관계와

무관한 범주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형식과 내용, 본질과 현상,

구체와 추상, 물질과 의식 등등이죠. 따라서, 보편, 특수, 개별의 변증법적

관계(대립!)를 파악할려면, 이 세 개념 모두가 서로 동등한 위치를 점하고 있어야 

한다(독립!)는 것이죠. 따라서,


   "모든 범주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가지고 있고, 개별마저도 보편성과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범주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말에 반대합니다. "모든 범주"라는 말은 철학적 범주를 제외한 과학적

범주 혹은 개념으로 대치되어야 합니다. 


   "제가 사용한 '범주'의 뜻은 "같은 부류나 종류의 추상화된 성질"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런 의미의 범주가 계층적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지요."


바로 여기서 EG 씨와 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 드러나는군요. 이 '범주'는 과학적

범주이지 철학적 범주가 아닙니다. 예를 드신 것은 최상위에 '보편'을 두고 

최하위에 '개별'을 둔 다음 그 사이는 '보편'과 '개별'의 변증법적 통일로서가
 
아니라 양자의 혼합물로서의 '특수'가 존재할 뿐입니다. 공학자라시라면 "상분리

(phase separation)"와 "합금(alloy)"의 차이를 아실 듯...


   "제가 본 책은 보편, 특수, 개별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그 통일에 
   대해서는 "보편과 특수의 통일"이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요. 아닌가?"


맞습니다. 그렇게 얘기하는 교과서도 많고, 철학 세미나 같은 거 하면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합니다. EG 씨에 대한 답변이 끝나면 제 생각을 쓰지요. 


   "범주라거나 보편이나 특수가 추상적 개념들에 의존을 하며, 이런 추상적인 
   대상들은 그 절대성을 인정하기 곤란하다는 문제였 습니다. 예를 들어, 물리 
   법칙이 그런 추상화된 보편성의 하나인데, 과연 물리 법칙의 절대성을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요? 기타 추상적 개념이 관념적인 존재인 만큼, 추상적 개념에 
   의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은데요."


갑자기 얘기가 다른 데로 튀지만, 일단은 '절대성'과 '객관성'을 혼동하시는 

것 같습니다. 유물변증법의 유물론적 물음은 항상 이런 범주들이 '객관적 토대'를

인정하느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물질'이고

이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범주들과 개념들이 객관적이냐 아니냐를 질문하는

것은 철학의 근본문제의 또 다른 측면입니다. 물론 유물론적인 답변은 객관적이다

라는 것이고(이유를 묻지 말 것, 무조건 그렇다고 우기는 게 유물론임. 왜냐하면 

아니라고 주장하는 모든 논리가 엉터리기 때문임), 이 객관적이라는 말은 유물론 

체계 내에서의 '물질'과 같은 절대성을 의미하지는 않지요. 

덧붙여서, 추상이라는 과정을 통했기 때문에 객관성(인용문에서는 절대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이는 물질과 의식의 대립이라는 

유물론적 인식론의 근본문제를 생각하시면, 굳이 추상이라는 과정이 아니라도 

인간의 머리 속에서 나온 모든 것과 결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종종 제가 

"그게 실제로 존재하느냐?"라고 묻는데, 이는 다름이 아니라, 주체로서의 실재라는 

의미로 그 개념을 쓰고 있느냐, 아니면 그 실재의 운동이라는 측면에서의 

객관성이냐를 묻는 것입니다. 실제로 100년전에 오스트발트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고 

에너지(물질의 운동의 척도)만 존재한다고 했고, 우리나라 기철학의 한 분파도 이런 

소리를 하죠. 

따라서,


   "물적 기반-구체적인 대상이 될 수 있는 현실 세계의 존재-를 가지는
   보편 혹은 특수한 범주 만을 유효한 범주로 보기로 한다면 그런 문제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동질의 구성원소라는 구체적인 존재가 같은 범주에
   속하는지를 판정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환원론의 설명력과 한계에 연결이 되지요"


이와 같은 생각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보편, 특수, 개별의 개념은 인간의

인식과정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유물론 혹은 관념론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헤겔의 변증법에서도 훌륭히 일관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철학적 범주에 대한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옵니다.


   "개별도 하나의 범주라고 본 것이 낯설지도 모르겠는데요"


제 얘기가 납득이 가신다면 전혀 낯설지 않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개별을 보편과 특수 문제에서 분리할 수 있습니다"


전혀 분리될 수 없습니다. 이것도 나중에 얘기하죠.


   "보편과 특수에 대한 이런 생각이 무척 일관되며, 추상적 개념에 의존할 때 갖는 
   문제점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저 개인적 으로는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EG 씨의 생각에만 일관적이란 걸 납득하셨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아닐 것 같군요.


   "저의 보편과 특수에 대한 생각은 계층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인간의 범주나 
   고래의 범주처럼 계층화될 수 없는 범주에 대한 판단에는 어떤 한계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인간이라는 개별과 고래라는 개별이 있는데,

생물이라는 보편이 있고, 포유류라는 특수가 있습니다. (더 나은 특수가 있는지는

생물학자가 해결할 일이지 철학자 혹은 그 문외한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죠. 

그런데, 이 예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군요.)

우리는 개별적인 것들을 보편적인 것 속에서 이해하고자 합니다. 개별들 하나하나는

체계화된 지식, 즉 과학(다른 말로 인간이 신뢰할 만한 유일한 지식)이 아니기
 
때문이죠. 바로 이 과정에서 양자의 통일로서의 '특수'가 존재합니다.


   "절묘하다"고 한 것에 "신비주의적"이니 뭐 이런 것하고 연관지으실
   필요는 없을 듯... 가끔씩 누구의 말이 안그렇게 봤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참
   절묘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요?"


바로 "절묘하다"는 말은 그런 때에 씁니다. 다분히 수사적인 표현이지 철학적이거나

과학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또한, 철학과 과학은 그런 느낌과는 거리가 먼 "지저분

하고", "성가신" 과정(!)입니다. 그러니, 문학도와 과학도의 개성이 다를 수밖에

없지요.


                                                 - 계속될 예정임 -



PS: EG 씨 식의 글은 너무 길어서 저 같이 머리가 짧은 사람은 답하기 곤란하니

좀 더 간단하게 요점만 하면 안될까요? 전에도 했던 얘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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