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om : loud (배 영호) Date : Sat Jul 11 19:08:10 1992 Subject: 포항, 새벽 5시 새벽 5시의 포항은 신선함, 그 자체입니다. 밤사이 극성이던 모기들도 어느덧 잠잠해지고, 열린 창문으로 스며드는 차가운 아침 공기는 여름밤의 더위로 잠 못이루던 내게 편안한 휴식이 되어줍니다. 어제 내린 비로, 아침 공기는 더욱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하늘은 구름이 가득 덮여, 한바탕 비라도 올 것 같습니다. 거리는 안개가 끼였는지 뿌연 윤곽으로 보입니다. 요사이 몇 일간 계속 조금씩 내린 비로 거리는 상당히 깨끗한 편입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은 거의 안 보이고, 우유배달을 하시는 아주머니와 신문배달 소년만이 이따금 지나다니며 거리의 정적을 깨는군요. 이름모를 산새의 울음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의 소리가 아침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포항의 새벽 5시. 동이 튼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구름이 껴서 아직은 어두운 편입니다. 조용함........ 조용히 들려 오는 새소리, 차소리.... 갑자기 다섯 손가락의 '이층에서 본 거리'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군요. '이층에서 본 거리 ~~ 안개만 자욱했어 ~~ 이층에서 본 거리 ~~ 평온한 거리였어 ~~' 정말 이 노래가 어울리는 시간입니다. 요즘은 계속되는 비로, 날씨가 선선해져서 어느 정도 생활하는 데 수월해져서 좋기는 하지만, 약간 불편한 점이 있더군요. 비가 오면 사람들은 좀 센티멘탈(센티미터가 맞나 ?) 해 지는데, 저는 좀 영향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이런 날은 그냥 cafe에 나가 그녀를 만나면서 빗방울이 맺힌 노란 수선화를 선사해주고 싶은데... 이런 노래도 있지 않습니까 .. I do not have a mansion, I haven't any land. Even a paper dollar ..... .. But I can show you morning on thousand hills and kiss you and give you seven daffodils.. 몇 일전 tape로 들었는데, 정말 감동적이더군요. 옛 노래이지만, 얼마나 가슴에 와 닿던지...... 아뭏튼, 요즘 저는 비 땜에 거의 아무 일도 못하고 지내는 군요. 그 놈의 비가 웬수야... 쩝. 오늘은 저의 동기들이 울릉도로 졸업여행을 떠나는 날입니다. 모두들 기대에 부풀어선지, 차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인지, 한 곳에 모여 놀며 밤을 지새더군요. 저는 이번에 졸업 여행을 가지 않습니다. 양 재호군의 글에서도 언급되었지만. 현주가 뽀뽀를 안 해주어서 안 간다... 요건 진짜 이유가 아니죠. 사실은 저마저 졸업 여행을 가버린다면, 저희 과 썬 룸은 누가 지키죠 ? 투철한 사명감이 저의 발목을 붙잡더군요... 으...... 아뭏튼, 그 들에게 잘 다녀오라고 기원을 해주고 싶군요. 젊은 날의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멋진 여행이 되길 기원하며.... 포항, 새벽 5시 - Reasonable Loudn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