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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CH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school) <147.46.207.210> 
날 짜 (Date): 1999년 3월 23일 화요일 오전 09시 51분 22초
제 목(Title): 과기대문제.(중앙일보)



No. 11. 제목 : [중앙시평] 과기연구도 당당한 경쟁을   <1999/03/22 19: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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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정부 부처의 반발과 관련기관들의 치열한 정치적 로비로 정부가 그 동안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 이번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정부가 민간 컨설팅 기관에 위탁해 마련한 
것으로 과감하고 참신한 내용의 구조개혁 방안이 많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과학기술 관련 개편안을 놓고 보면 문제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우선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다른 부처로 통폐합되면서 '과학' 이란 말 
자체가 정부조직 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까지 했다.

  특히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은 주로 경제와 기업경영 논리로 과학기술정책이 
재단돼 기초과학과 과학기술문화에 관한 정책이 소홀히 취급될 가능성도 컸다.

  과학기술부의 전신인 과학기술처는 원자력 관련 업무를 맡는 원자력원과 
과학기술 진흥업무를 담당하던 경제기획원의 기술관리국이 근간이 돼 지난 67년 
4월 탄생한 우리나라 과학사에서 아주 의미가 깊은 정부 부처다.

  지난 20여년 동안 과학기술부는 한국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실질적 
지원기구로서 국가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

  과학기술부가 처에서 부로 승격된 지 불과 1년만에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하다가 다시금 본래 위치를 되찾게 된 것은 과학기술인들에겐 무척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한다.

  과학기술부가 계속 존립하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원의 소관 문제를 놓고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사이의 
해묵은 숙원 (宿怨) 관계가 다시 재현됐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특히 이번에 과학기술원 관련자들이 과학기술부가 폐지될 경우 과학기술원의 
소관이 과학기술부에서 교육부로 이관될 것을 염려해 집단으로 반발했던 일은 
정부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일반 대학의 눈에는 지나친 집단이기주의로 
비쳐졌던 것이다.

  과학기술원의 전신인 과학원은 71년일반 대학과는 다른 특권적 교육기관으로
과학기술처 소관으로 설립된 본격적인 연구교육기관이었다.

  문제의 씨앗은 설립당시 과학원은 대학 교육을 담당하는 문교부와 일반 대학의 
끈질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의 강행하다시피 설립됐다는 데 있었다.

  과학원을 만드는 데 중추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당시에 서울대를 비롯한 일반 
대학을 개혁하는 것보다 특권적 지위의 새로운 연구기관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과학원이 설립 이후 산업발전에 필요한 핵심적인 고등 과학기술 두뇌를 
대량으로 배출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초창기의 전략은 분명히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사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연구기반과 교육풍토는 3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특히 86년 포항공대의 설립을 전후해 일반 대학의 이공계 학과들 사이에는 
치열한 연구 경쟁체제가 형성됐고, 서울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에서는 교육과 
연구가 이미 상당 수준에 올라섰다.

  따라서 이제는 특혜 그 자체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선도한다기보다 대학간의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면도 없지 않다.
  만약 과학기술 연구활동에 대해서도 불공정 관행에 대한 규제가 적용된다면 
정부가 그동안 과학기술원에 대해 베풀었던 특혜는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특수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과학원에 베풀었던 특혜는 지난 30여년 
동안의 노력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고 판단한다.

  과학기술원 관계자들은 과학기술원이 교육부로 이관될 경우 다른 대학과의 
형평성 때문에 질적 수준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 소속 일반 대학의 학사운영이 아직도 수준 미달이기 때문에 
과학기술부 소속으로 있으면서 계속 특혜를 받겠다는 논리는 이제는 분명 
시대착오적 주장이다.

  만약 과학기술원이 교육부로 오기 위해 교육부가 개혁할 것이 있다면 교육부에 
이것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연구교육기관답게 교육부 소관으로 옮겨와 다른 일반 
대학들과 함께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교육과 연구에 있어서 대학간의 정당한 경쟁, 이것은 비단 이번의 과학기술원 
문제뿐만 아니라 다음 달부터 교육부가 중심이 돼 공모하는 연구중심대학 지원 
경쟁에서도 반드시 적용돼야 할 기준이다.

  교육부가 이미 특정 대학을 지정해놓고 판을 짜고 있다는 소문이 전국 대학에 
파다하다.

  정부 부처 통폐합은 일시적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더라도 교육부와 과학기술부의 
기능상의 효율화를 위한 개혁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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