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STECH ] in KIDS 글 쓴 이(By): sea (놀지는강) 날 짜 (Date): 1996년10월14일(월) 23시32분30초 KST 제 목(Title): 내가 좋아하는 것들. 털이 부드러운 강아지의 눈. 털이 부드러운 강아지의 말랑 말랑한 코. 털이 부드러운 강아지를 어루만져 줄 때 눈을 가물 가물 하는 졸린듯한 표정. 일요일 아침의 햇살과 창. 하얀 빛 속에서 떠 다니는 아침 먼지. 기분 좋은 잠을 자고 난 일요일 아침의 잠자리 속에 있는 시간.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하얀 파도. 구룡포항에서 보이는 바다와 육지의 모습. 폭풍이 치던 날 제주도에서 보았던 흰 파도. 학교 앞 풍년 제과에서 파는 슈크림 빵이랑 생크림 케익. 집에서 보던 놀. 그리고 강. 갈대.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는 김치 찌게. 누나가 만들어 주는 잘 익은 김치. 음 그리고 또 누나가 끓여주는 맛있는 된장 찌게. 아름다운 사람들. 마음을 열어 줄 수 있는 사람들. 어떤 친구들. 몇 개인가의 음악들. 노래이기도 하고 선율이기도 한 음악들. 그리고 몇 개인가의 영화들.. 그리고 또 몇 권인가의 책. 또오... 우리 학교의 가을. 눈이 부신 너무나 눈이 부신,그래서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가을날에 날리는 은행잎들과 바람. 잔디 위를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 동해안을 여행할 때 보았던.... 막 포장된 길. 중앙선도 그려지지 않았던 길을 건너던 청솔모 한 마리. 그리고 어느 핸가 기숙사 밖 창에서 놀던 아침 다람쥐. 불 꺼진 창 밖으로 보이던 밝은 별. 카시오페이아라던가?몰겠다. 5월 잔디밭의 기분 좋은 서늘함과 이슬. 가을 하늘과 구름과 나무 그늘. 나무. 그냥 나무. 모든 나무. 꽃 보담은 나무. 아버지에게서 맡던... 오전의 묵향. 내 배위에서 새근 새근 잠을 자던 조카의 모습. 엉금 엉금 기어다니며 삼촌을 따라 다니던 조카의 모습. 울다가도 엄마에게 안기면 금방 울음을 그치던 조카의 모습. 젖을 먹이는 모습. 젖을 먹는 아가의 모습. 해야 할 일을 다 끝낸 후 무너지듯..다가오는 피로감과 안도감. 커피.. 머그잔을 하나가득 채우는 향기로운 커피... 복도에서 맡는 좋은 커피냄새. 재생지로 만든... 노란 커피 필터.. 아라비카. 그 정원과..맛있는 커피와 지배인 아저씨. 지금은 고장 나서 놀고 있지만, 전에는 잘 돌아가던 내 오디오. 얼마전부터 책상 앞에 자리 잡은 선인장. 곤. 만화책과 그 주인공들. 강백호. 곤. 짱구. 손오공..... ( 난 몇살일까? ) 가을 들녘에 가득한 짚 타는 냄새. 어떤 여름밤에 한 시간 정도 자전거 타고 가서 보았던 별들. 쏟아질 듯 했던 별들.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몰래 외출했던 날의 별똥별과, 시리도록 맑았던 밤공기와 함께 탈출을 감행했던 친구들. 울면서 바라보았던 눈덮인 흰산. 그 산에 피어난 가을 억새. 그리고 그 산에 피어난 봄 철쭉. 그 자그마한 언덕에 누워 보냈던 어느 봄 날의 낮잠. ................... 별로 불행하진 않은 삶인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