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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dragon (서 용덕)
날 짜 (Date): 1993년05월05일(수) 21시59분47초 KST
제 목(Title): 달이 하도 밝아서 ...

오늘  보름달이 떴더군요.

박인환님의 시 한수를 적습니다.

목마와 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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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어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 증의 그림자를 버릴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 등대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햐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어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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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혼자 저 하늘을 비추는 밤에

봄에피는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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