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sTech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참삶이란.) 날 짜 (Date): 1995년07월30일(일) 14시34분50초 KDT 제 목(Title): 같이 생각해봅시다.. 우연히 접한 이야기다....하지만...그냥 지나치기 힘든 그런 문제이다...혹시 당신의 미래의 부인이..또는 본인이 그러한 경우는 어떻게 할까.. 그냥 욕만 하고 넘어가기는 힘든 그런 사회문제인 것 같다.. <> 제 목 : 협박전화, 도와주세요!!! <> 상 담 원 : 박경석 (사랑의 전화 상담실장) <> 내 담 자 : 20대의 신혼주부 <> 상담시간 : 오후 4시 15분 <> 상담내용 : 강간범의 현금요구 협박에 시달리는 주부 상담실- 벽면에 걸린 풍경사진. 벤취에 앉아 한가로이 신문을 들여다 보는 파이프를 입에 문 중년남자. 멀리 계곡사이로 보이는 사 람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상담원은 얼핏 깜박거리는 전화기의 빨간 불빛을 본듯하다. 이미 전화기의 울림은 빨간빛으로 자리한 '거부'의 버튼에 의하여 차단되어 있다. 상담원은 수화기를 든다. 웅- 하는 소리. 깜박이는 전화기의 작 은 버튼을 누른다. 깜박거림이 그냥 빨간빛으로 고정되면서 쐐- 하는 소리로 바뀐다. "사랑의 전화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쐐- 하는 소리 이외엔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쐐- 로 이어지는 고요. "여보세요? 사랑의 전화입니다. 어떤 말씀을 나누고 싶으세요?" "........." 침묵이 계속된다. 상담원은 망서린다. 가끔씩 접하게되는 침묵전 화. 상담원의 반복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잠시의 시간이 흐르면 일방 적으로 끊겨버리는 침묵전화. 이번에도 그런 전화일까? 아니면 기대했 던 여성의 목소리가 아니어서 말하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일까? "여보세요? 혹시 말씀하시고 싶은 내용이 제가 남자라서 꺼내기가 어려우신가요? 원하신다면 여성상담원을 바꿔드리겠습니다." "......"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렇다면 왜 전화를 걸어놓고 말을 하 지 않는걸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정리가 되지 않아서일까? "여보세요? 혹시 여기서 나누는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말씀을 하지않고 계시다면 염려하지 마십시오. 여기서 나눈 상담내용은 철저하게 비밀로 지켜질 것입니다. 그리고 혹 시 말을 꺼내기가 망서려져서 말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시 간이 필요하시다면 기다리겠습니다." "........" 역시 어떤 움직임도 없다. 상담원은 조용히 기디리기로 작정한다. 다시 쐐- 하는 전화기의 고요가 오히려 주변의 소리에 귀를 뺏게한다. 상담실 바깥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리가 의식되면서 상담원은 경청 하지 않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사랑의 전화 상담 지침'. <주변의 소리에 귀가 쏠린다는 것은 벌써 경청의 태도가 아니 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상담원은 다시 벽면에 걸린 사진에 시선 을 두고 있다. 평화롭게 신문을 보는 중년의 남자가 이제는 권태롭게 느껴진다. 왜 말을 않는걸까? 그리고 전화를 걸어놓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 사람은 지금 어떤 심정으로 있을까? 과연 전화기를 들고 있기나 한 것 일까? 또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나? 이제 다시 상담원이 먼저 나서야 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가 입을 땔 때까지 더 기다려야 할 것인가? 상담원은 좀더 기다리기로 마음을 정한다. 갑자기 수화기에서 어떤 소리가 들린듯하다. 상담원은 긴장하여 귀 를 기울인다. 순간적이나마 어떤 반가움이 스친다. 분명 거기에는 사 람이 있다. 어떤 소리였을까? "으흐흑....." 참으려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터져나오는 단말마적인 신 음. 상담원은 조용히 숨을 들이마신다. "거기에 계셨군요. 무척 힘드신 모양이군요..... 혹시 울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 "으흐흐흐....." 신음이 확실한 울음으로 바뀌고 있다. 중간중간 숨을 들여마시면서 터져나오는 쉰듯한 울음. 그동안 많이 울었음이다. 상담원은 초조해하는 자신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하나 망서린다. 울 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나? 아니면 나서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나? 갑 자기 상대가 전화를 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울고 계시군요. 무언가 많이 힘드시고 어려운 일이 있으신듯 하군 요.... 기다리겠습니다. 부디 끊지마시고 다소 진정이 되시면 말씀하 십시오. 제가 미약하나마 어떤 힘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으흐흐흐...." 점차 커져가는 울음. 울음을 허용해주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마음 편히 우는 것일까? 아니면 막상 자신의 괴로운 처지를 말로 꺼내자니 미리 꺼내져야할 이야기들이 한풀림으로 가슴속까지 세차게 와닺아서 일까? 다시 시간이 흐른다. "여보세요?" 심하게 울고난 뒤의 쉰 목소리. 상담원은 처음으로 듣는 목소리에 가벼운 설레임을 느낀다. 여성이다. " 네, 다소 진정이 되시나보군요. 어떻게- 말씀을 나누실 수 있으 시겠어요?" 다시 침묵이 잠시 흐른다. 그러나 좀전의 침묵에서와는 전혀 다른 어떤 기대감이 일고 있음을 상담원은 느낀다. "무척 타인에게 꺼내놓기 어려운 사연이 있으신가 봅니다. 물론 저 와 나눈 이야기는 비밀로 지켜진다는 것을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어 떤 어려움이신지...." "....저는...어떻게 해야할지...모르겠어요." 흐느낌으로 범벅이된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하실 일이 있으신가 보군요." "돈을 ..돈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벌써.. 세번 째...세번씩이나..." "누군가가 돈을 요구하고 있고, 전화주신분께서는 세번씩이나 요 구에 응하셨는데, 그럼에도 다시 계속 돈을 요구하는 것에 대하여 어 떻게 처리해야할지 결정을 내리시기가 무척 고통스러우신 듯합니다. 그러신가요?" "네...." "돈을 주셔야할만한 그런 사정이 있으신가보지요?" "으흐흐흐..." 다시 크게 숨을 몰아쉬는 흐느낌으로 변하고 있다. 어떤 사정이길 래 다소 진정되던 마음이 격하게 바뀌어지게된 것일까? "그 사정을 다시 떠올리시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신 모양이군요. 혹시 지금 견딜만하신지요? 제가 오히려 힘들게 만들고 있지는 않는 지..." "괜찮아요. 제가 자꾸만 울어서...." "편히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저는 전화주신분과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사실은 .. 제가....(계속적인 흐느낌) ..결혼한지 얼마되지않아서...남편이 ..출장을 갔을때...집에 강도가...강도가 들 어와서...(심하게 흐느낀다)..당..당했어요. 그래서...그래서..." "그러셨군요...... 얼마나 놀라고...당황스럽고..정말... 충격이 컸겠습니다." 상담원은 내담자만큼이나 당황스러워하는 자신을 본다. 그랬구나! 그래서 그토록 얘기를 꺼내기가 어려웠구나! 언제 그런 일을 당했을 까? 그리고 그동안 어떻게, 어떤 심정으로 살아왔을까? 그렇다면 이 상담전화를 통하여 어떤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일까? 상담원은 한꺼번 에 스쳐가는 갖은 생각들로 가슴이 무거워짐을 느낀다. "결혼하신지는 얼마나 되시는지요?" "1년 정도..." "그일을 당하신 것은..."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신혼에 그런 일을...그랬군요. 그러면 그일을 당하시고나서 언제 부터 돈을 요구해왔습니까?" "3개월전부터..." "그랬군요." 아직도 말을 할때면 흐느낌이 발음을 흐리게하고 있지만 처음보다 는 조금씩 진정의 기미가 보인다. 그러나 상담원은 오히려 자신이 흥 분하고 있음을 느낀다. 세상에 그럴수가 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신혼의 달콤한 꿈을 채 즐기기도 전에.. 그것도 모자라서 또 돈을.. 상담원은 애써 자신을 진정시키려 숨을 몰아쉰다. 상담자마저 흥분해 서는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결코 내담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알기 때문이다. "그랬었군요. 그동안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 다. 얼마나 초조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냈을 것인지...그런데 다 시 돈을 요구하고 있군요." "네.. 다시 돈을 요구하는데... .."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돈을 줘서... 다시는 전화하지 않는다면...." "만약 다시는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만 된다면, 돈을 줘서라 도 해결하고 싶으신듯하군요." "네...다시 전화하지 않고....괴롭히지않는다면 , 그렇게라도..." "그러시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번에 돈을 준다면 다시 괴롭히 지 않을까요?" "그걸 잘 몰라서.. 벌써 세번씩이나 줬는데...." 상담원은 갑자기 가벼운 허탈감을 맛본다. 얼마나 감추고 싶은 것 이면 세번이나 당하고서도 또 같은 방법을 택하려고 하는 것일까! "얼마를 요구합니까?" "이천만원..." "이천만원! 그만한 돈을 마련하실 수는 있으신가요?" "네, 돈은...있어요." "그래도 다행히 돈은 있으시군요. 그동안 돈은 어떤 식으로 건네주 셨는지요?" "직접 만나서...으흐흐흑..." 다시 격하게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 모양이다. 깊은 통한의 흐느낌 이 수화기의 소음을 가중시킨다. 또 무엇이 만남을 얘기하면서 그렇게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것일까? "만나서 ..돈을 건네주는 외에 혹시...또다른.." "만나서...다시.. 그사람이 원하는대로...." "그사람이 원하는대로라니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러지 않으면...알리겠다고...그래서 ..다시 ..관계를...." 상담원은 다시 허탈감을 쓰리게 맛본다. 돈을 건네 받으면서도 그 것도 부족하여 다시 그런 잔인한 짓을...상담원은 숨이 막히는 참혹함 에 손을 부르르 떤다. 바보같이...상담원은 당하기만하는 내담자가 일 순간 원망스러워진다. 그러면서도 행여 자신이 당한 일이 알려질까봐 겁먹은 얼글로그렇게도 미웠을 그자에게, 다시 몸을 뺏길 수밖에 없었 을 내담자의 약하디 약한 심성에, 미워할 수 없는 가련한 인간의 모습 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랬었군요..." 상담원은 할말을 잃는다. 어떻게 해야하나? 무슨 말을 해야하나? "그것만 아니었어도....그것만 아니었어도...." "그것만 아니었어도..어떻게..." "그것만 아니었어도.. 남편에게...." "남편에게..." "남편에게...얘기를 하고..용서를....그런데 ..." "그런데...." "그런데...사진을...." "사진을.." "사진을 찍어서....으흐흐흑..." 사진을 찍었다! 상담원은 다시 망연자실의 혼미를 느낀다. 그랬구 나! 그래서 더욱 원하는대로 따라주지 않을 수가 없었겠구나! 상담원 은 점점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절망감에 온몸의 힘이 모두 소진 되는 무력감을 느낀다. "정말 깊은 절망감에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군요. 그러나 어떤 길 이 있을 겁니다. 분명히 어떤 길이 있을 겁니다. 언제 그사람과 만나 기로 하셨습니까?" "이번주 토요일까지.. 만약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사진을...사진 을 공개하겠다고...."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이틀이 남았군요. 돈을 건네주실건가요?" "다른 방법이...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만약 용기를 내서 남편에게 얘기를 해본다면, 남편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되십니까?" "제가...제가 돈을 건네주려 여관에 가지만 않았어도..."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그건....그건 강간당한 것과는....다르잖아요. 그리고 또 사진을 찍혔으니...."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둘다 불가항력적이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 으시는군요. 제가 볼 땐....." 상담원은 잠시 할말을 잃는다. 지금 그상황에 대한 나의 의견이 대 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하는 부질함이 느껴져서이다. "남편께서도 그렇게.. 차이가 있다고...그렇게 느낄까요?" "모르겠어요." "한번 생각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지금 처하신 문제를 해결할 수 있 는... 중요한 역할을 하실 수 있는 분은 남편이라고 생각됩니다." "남편에게 알리고 싶지않아요." 단호한 목소리. 결코 그럴수는 없다는 결연한 의지. 닥칠지도 모르 는 가정파탄을 어떻게라도 지켜보려는 몸부림인가? 아니면 자신의 순 결했던 모습을 남편에게만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아내로서의 실날같 은 소망인가? 상담원은 난감함에 다시 숨이 막힌다. "어떻게라도 혼자서 막아보려는 생각이시군요. 그러니 얼마나 애타 고 힘이 드시겠어요! 하지만 혼자서 해결하시려 애를 쓰다가 만일의 경우 오히려 더 원치않는 상황으로 발전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그런 걱 정이 되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 "남편에게 말씀드린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되십니까?" "모르겠어요. 하지만...용서해주지 않을꺼예요. 처음에 그런 일을 당했을때....그때 얘기했더라면 몰라도 지금은..." "이제는 때가 늦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러나 처음 그일을 당했 을 때 얘기를 했더라면, 남편께서도 이해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그때 얘기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있긴 하신 모양이군요." 상담원은 다소 의도가 깔린 메세지를 던지는 자신을 의식한다. 즉 그때에 진작 알렸더라면, 비록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모르지만 지금처 럼 더 확대되지는 않지 않았을까하는 후회감을 일깨워봄으로써, 지금 에라도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남편에게 알리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는 암시적 조언이다. 그러나 상담원은 내담자가 과연 이 암시적 조 언을 받아드릴만한 준비가 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결코 얘기할 수 없어요. 결코..." 상담원은 다시 내담자의 강한 의지를 감지하면서 어떤 벽을 느낀 다. 결코 이 상담에서 남편을 개입시킬 수는 없다. 지금 내담자가 원 하는 것은 남편의 개입없는 문제해결이다. 상담원은 안타까움을 느끼 면서도, 또한 내담자 스스로는 얼마나 남편에게 애기해볼 것인가에 대 한 망서림의 순간들로, 괴로워했을 것인가를 동시에 떠올리고 가슴이 무거워진다. 상담원은 상담이 가진 한계를 절감한다. 아무리 나름으로 현명한 해결의 방법을 제시해본다 할지라도 당사자가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방법은 소용이 없는 것이다. 하기사 이와같은 경 우가 비단 상담에만 해당되는 것이겠는가! "지금으로서는 남편에게 알리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느낄 수가 있겠군요. 그러나 너무도 괴로워서 견디기가 힘드실 때에는 남편에게 얘기해볼 수도 있다는 가능성으로 언제나 염두에 둘 수 있었으면 합니 다." 상담원은 행여 내담자가 맞을지도 모르는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면 서 (가령 자살과같은) 조심스러워지는 자신을 본다. 만약 지금처럼 혼 자서만 해결하려고 애를 쓰다보면, 나중에는 스스로가 감당할 수없는 궁지에 빠지게 되고, 급기야는 생명을 포기할지도 모르는 사태가 생겨 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들어서이다. "그러면 과연 그사람이 이번으로 정말 끝을 낼까요?" "그래서...혹시 선생님께서...." "네, 제가요.....제가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선생님께서 그사람을 만나서...." "네, 제가 만나서...." "돈을 주시고...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말씀을 좀..." "제가 그사람을 만나서 분명한 확답을 받기를 원하시는군요." "네, 그렇게 해주실 수...있을까요?" "제가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시는군요." "네, 선생님께서 다시는 못하도록...." "그런다고 합시다. 과연 그사람이 저를 만나러 나올까요?" ".........." 또다시 침묵이 흐른다. 나름으로 생각했던 방법에 차질이 생긴 것 이다. 얼마나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한 발상인가! 상담원은 혹시 내담 자가 또다른 절망감에 휩싸이지 않을까 불안해진다. "그사람에게 무언가 보다 강력한 어떤 조치를 저희 상담원이 대신 해서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전화를 주셨군요. 그러나 그사람은 저를 만나려 하지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생각하셨던 방법이 소용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혹시 실망하고 있지는 않을까 염려됩니다. 그러세요?" "아니예요...만나러 나오지 않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래도 그사람 입장에서는 제3자를 만난 다는 위험을 원치 않을겁니다. " "........" "혹시 전화주신 분께서 직접 만나시되 그때 제3자를 개입시킬 수는 없을까요?" "그러면 그때 선생님께서...나와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그렇게 할 수도 있겠습니다." 상담원은 과연 자신이 행할 수 있는 약속을 하고 있는지 혼란스러 워졌다. 그러나 한편 마음으로는 정말 만나서 직접적인 어떤 도움을 주고싶은 마음이 불같이 일고있음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경찰을...경찰에게...알리지는...알려서는 ...." "제가 경찰에 알릴까봐 불안하신 모양이군요. 물론 원치 않는다면 경찰에 알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만약 경찰에 알린다면 분명히 어떤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 겁니다. 어떠세요?" "안돼요. 경찰이 알게되면 ...모든게 밝혀질텐데...." "그래서 경찰에 알리기를 원치 않으시는군요. 그러나 분명히 아무 도 모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겁니다. 비록 경찰에 알린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안돼요, 그건...뉴스나 그런 것을 보면..." "그러시군요. 경찰에 알려지면 혹시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지 않을 까 하는 그런 불안 때문에 경찰을 개입시키고 싶어하지 않으시는군요. 그러면 말씀하신 그방법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을까요?" 상담원은 다시 난감함을 느낀다. 어떻게 해야하나? "저...분명히 선생님께서...나와주실 수 있으시지요?" "제가 나가서 어떤 분명한 해결을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원하시는군요. " "네, 선생님께서...나와주실 수있지요?" "그러겠습니다. 도와드리지요." 상담원은 다시 자신의 약속이 과연 상담자로서 가능한 것인지 혼란 스럽다. 일단 이 내담자의 위기에 대하여 일시적인 위안을 주려는 대 답일 것인가? 아니면 상담원으로서 과욕을 부리는 것일까? 상담원은 자신의 위치를 벗어난 대답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가 없다. "고맙습니다. 그러면 제가 토요일에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어떻 게 전화를 드릴까요?" "토요일에 다시 전화를 주시고 오늘은 이것으로 이야기를 종결시키 려 하시는군요. 좀더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더 나눌 수 는 없을까요?" "남편이...올 시간이....." "그러시군요. 그러면 내일 다시 전화를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좀더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 다소 희망적인 목소리를 느끼던 내담자에게서 갑자기 침묵으로 떨 어지는 것은 왜일까? 또 무엇이... "혹시 경찰에...." 그랬구나. 경찰에 알리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을 느끼고 있구나. "제가 경찰에 알리지 않을까 하는...그게 염려가 되시는 모양이군 요. 그러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토요일 몇시에 전화를..드릴까요? 남편이..올지도" "몇시가 편하시겠습니까? 그 시간에 제가 있겠습니다." "2시쯤..." "그러겠습니다. 전화를 거신 후 저의 고유번호를 찾으시기 바랍니 다. 저의 고유번호는 0000번입니다 " "네, 그러면 안녕히 계십시오. " 찰칵...뚜뚜-거리는 전화기의 소리. 이제 그사람은 토요일에 전화 를 걸겠다는 인연의 끈을 남기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어디에 사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어떻게 연락할 수 있을 것인지 막연함만 남기고 끊 어졌다. 상담원은 어떤 허탈감을 느낀다. 이제 남은 것은 내담자가 흐느낌 으로 흘리고 간 내담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 흘림으로 뒤범벅이 된 상 담자의 뒷감정을 홀로 어떻게 수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상담에 따 른 상담원의 후유증이다. 과연 상담자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 상담자 자신의 가치관이 상담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내담자를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이끈 것은 아닌지? 어쩌면 상 담자로서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무리하게 한 것은 아닌지? 상담원은 왠지 무력감에 빠져드는 자신을 본다. 그리고 이토록 겁 을 먹고 조심스러워하는 사람을 호기심과 뉴스거리로 삼는 이 현실의 풍토에 두려움을 느낀다. 만약 그러한 풍토가 아니었다면, 그래서 비 밀이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에 자 유롭게 자신을 내맡길 수 있었다면, 이토록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에 덜 시달릴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쓰리게 맛본다. ...그리고 토요일.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상담원은 다시 무력감과 좌절감 속에서 내담자가 흘린 흐느낌을 아픔으로 앓고 있다. <사랑의 전화 상담실장 박경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