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sTech ] in KIDS 글 쓴 이(By): peterk (김 태훈) 날 짜 (Date): 1995년03월08일(수) 15시10분28초 KST 제 목(Title): "3만원어치의 꿈" 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것중에 하나가 시스템 다이어리였다. 아마도 요즈음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리라 생각이 된다. 신입생들도 손에 각가지 형태의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는 것을 가끔 보니 말이다. 하지만 전에는 대체로 셀러리맨들만이 고객관리를 위해 들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런데 웬일인지 올해부터는 각 팬시점에서 디자인이 멋있는 것들을 팔기 시작하는 거다. 한번은 스포츠 신문에서도 다루었었지, 새로운 유행이라고... 후후.. 나는 유행에 불감인 사람이지만, 웬지 이 다이어리는 하나쯤 꼭 가지고 싶은 거다. 그래서 큰 맘을 먹고 하나를 장만하기로 했다. 다이어리 하나 사는데 큰 맘까지 먹어야 했던 이유는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였다. 생각보다 가격은 무척이나 비쌌다. 가장 싼 것도 만원에서 시작하여 비싼 것은 소가죽으로 만들어 5만원까지 했으니까... 고르다 고르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 하는 색인 녹색 바탕에 인조 피혁으로 된 손바닥만한 것을 골랐다. 그렇지만 이것도 3만원이나 했다. 처음로 그 다이어리를 들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을때 모두다 이쁘다고 한마디씩 건네 주었다.(흐~~ 쁘듯...) 그렇지만 그게 3만원짜리라는 것을 알고는 다들 혀를 내 두르는 것이다. "야! 그걸 3만원이나 주고 샀니? 나라면 안 쓰고 만다." "너 앞으로 일주일은 굶겠구나..." 막상 살때는 비싸다는 생각은 했지만 사고 나서는 그런 생각을 잊어 먹고 있었는데 친구들의 말에 나도 에구구...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 어짜피 산 건데... 하지만 그 3만원이 아깝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그 다이어리안에 3만원어치, 아니 더 이상의 것을 남아 넣으면 되니까 말이다. 벌써 내 다이어리안에는 친구들의 주소, 전화번호, 또 내가 해야 할 일들 그리고 쓰고 싶은 이야기, 때때로 떠오르는 상념들이 빽빽히 적혀 있다. 그 안에 있는 것들만으로도 이미 난 3만원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넣어 두지 않았나 싶다. 아니 너무나 소중해서 그 값어치를 따질 수도 없을지 모른다. 일년쯤 지난 후에... 이 다이어리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본다면.... 난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아마도 나의 소중한 꿈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지 않을까? 누구나 잠든 얼굴은 연민스러운 법이지. 잠든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을 미워할 수 없지. 깨어나면 같은 얼굴일텐데 자는 동안엔 지치고 창백하고 순해보여. 사람에게 그런 모습이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 peterk, alias Pipe, peter@ucad.postech.ac.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