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sTech ] in KIDS 글 쓴 이(By): peterk (김 태훈) 날 짜 (Date): 1994년11월26일(토) 15시21분17초 KST 제 목(Title): "사랑해요..."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그러니까... 아마도 국민학교를 들어가기 전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때 연년생이던 남동생과 한참이나 티걱대며 싸웠다. 만만한 것이 동생이었으니까. 그러던 어느날인가... 한참을 싸우다가 어머니한테 혼쭐이 났다. 너희들은 왜 그렇게 맨날 싸우니.. 하고 방에 끌려 들어가 한참을 맞았다.(아마 어머니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았던 기억) 나는 어린 나이에 무척이나 화가 났었나 보다... 그래서 그만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울 엄마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할때까지 한 마디도 안 할꺼야.. 하는 무서운(?) 각오로... 후후... 한 몇시간 동안 조용했더니 어머니도 첨엔 이상한 것을 잘 모르시다가 눈치를 채신 모양이었다... 태훈아.. 이리 와봐... 난 쪼로록 갔다. 엄마한테 화났니? .. 도리도리... 그런데 왜 그래? .. 말똥말똥... 말 좀 해봐.. 태건이 어디 갔어?? ... 도리도리... 이거 먹을래? ... 끄덕 끄덕... 난 끝까지 개겼다... 울 어머니의 점점 하얗게 되는 얼굴을 보면서... (그러구 보면... 나두 참 고집이 쎄었나 보다... 헤헤...) 어멈아.. 태훈이 왜 그러냐..? 말똥말똥.... 급기야.. 할머니까지 동원이 되었구.. 난 계속.. 입만 굳게(?) 다물고 있었다... 어머니.. 태훈이가 이상해요... 급기야는 어머니 얼굴은 백지장이 되시고.. 음... 나 정말 몬 됐다... 나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 잡혀갔다... 에구구.. 선생님.. 얘가 갑자기 말을 안해요.. 말똥말똥...(음.. 이렇게 된거 개길때까지 개겨 보자...) 의사 선생님이 한참을 청진기부터 시작해서 이리저리 검사를 하셨다. 그러더니 우리의 의사 선생님 씨익 웃으시더니 우리 어머니께 가셔서 뭐라고 속닥속닥 귓속말을 하신다... 그 말에 얼굴이 펴지시면서 혈색이 다시 돌아오고... 난 여전히 말똥말똥... 다시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나오고... 어머니 나를 이끄시고 시장으로 가셨다.. 그러더니 내게 귓속말로 뭐라고 속삭이신다. 뭐 먹고 싶니?.... 으잉... 이게 웬 떡... 그치만 난 울 어머니의 사과를 받기 전까지는 절대루 말을 안 하기로 했는데... 어머니의 웃으시는 모습에 나의 굳은 결심은 조금씩 흔들리고... 나는 가만히 어머니의 귓볼을 잡아 당겨 나의 입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조심 스럽게.. 아주 쬐끄만한 목소리로... 빠나나.......... 에구... 그땐 내가 무척이나 고것이 먹구 싶었나 보다... 겨우 바나나에 싸나이의 결심을 팔아 넘겼으니... 지금이야 바나나가 젤루 싸지만.. 그때야.. 바나나는 무지무지 비쌌을 때였으니까... 울 어머니.. 바나나 하나를 사 주시며.. 다시는 그러지 마라... 라고 꿀밤 한대를 주시고.. 나는 씨익 웃었다... 언젠가.. 여동생한테 그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그 다음에 집에 갔더니 여동생... 바나나를 한 바구니 사 놓은 거다. 자! 오빠 이거 먹구.. 담 부턴 울 엄마 속 썩이지 마!!! 헤헤.. 구여븐 울 동생.... 그때.. 내가 우리 어머니 가슴을 덜컹 무너지게 했던 그때... 난 우리 어머니 이마에 주름만 늘려 드렸고 난 맛있게 바나나를 먹으며 어머니께 한 입 드시라고 권하지도 않았는데... 집에 가서.. 그 바나나를 먹으며.. 울 엄마한테 가서 엄마.. 이거 드셔 보세요.. 라고 억지로 드렸다... 애가 갑자기 왜 이래.. 하시며 피식 웃으시는 그 얼굴 위로 한 줄 더 생긴 주름살이 웬지 마음에 걸리던 느낌은 무엇이든지... 엄마... 제가 엄마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죠?? 엄마.. 사랑해요... 누구나 잠든 얼굴은 연민스러운 법이지. 잠든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을 미워할 수 없지. 깨어나면 같은 얼굴일텐데 자는 동안엔 지치고 창백하고 순해보여. 사람에게 그런 모습이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 peterk, alias Pipe, peter@ucad.postech.ac.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