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쓴 이(By): phase (강 윤 석) 날 짜 (Date): 1993년03월02일(화) 21시46분24초 KST 제 목(Title): 우등고속버스에 관한 고찰.. 얼마전부터 우등고속버스라는게 생겼다. 서울 - 포항 노선의 경우, 일반고속버스의 요금이 8,000원 가량인데 비해서 우등고속버스는 13,000원 정도한다. 5,000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 LP 한장 값이다 ! ) 그 정도 더 내고 타는 우등고속버스는 정말 편하다. 우선 좌석 수가 예전의 45석이었던 것이 30석이 안 될 정도로 줄어들었으므로 ( 정확히 세어보지 못했음 ) 옆으로도 넓고, 앞뒤로도 많이 떨어져 있어서 좌석을 뒤로 많이 제낄 수 있다. 잠잘때 정말 좋다. 게다가 머리 닿는 부분이 움푹 패여 있어서, 잠을 자다가 일어나도 목이 안아프다. 일반고속버스를 타고 한두시간쯤 자다 깨면, 자는 동안 머리가 어떻게 굴러다녔는지(?) 목이 뻐끈~한데.. 우등고속은 전혀 안그렇다. 그리고 한동안 뜸했던 비디오 상영도 한다. 서울 - 포항 노선의 경우 2개 정도 틀어준다.( 나중에 '특등고속버스'가 생기면 또 없어질 지 모르겠지만 ) 웬 우등고속버스 예찬론 ? 이라고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이 우등고속버스가 생겨서 좋은 점이 또 있다. 서울 - 포항 ( 다른 노선은 타본 적이 없어서.. ) 노선의 경우 대체로 한시간에 한대꼴로 우등고속버스가 있다. 그리고 타려는 사람도 제법 많기 때문에, 터미널에 가면 대충 한시간 넘게 기다려야 탈 수 있다. 지난 주말에 서울에서 포항에 올 때도,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오전 11시 반에 도착했는데 표는 오후 1시 것이 제일 빨리 출발하는 것이었다. 즉, 싫건 좋건간에 우등고속버스를 타고 다니려면 터미널에서 한시간 넘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바로 이점이 우등고속버스를 타고 다님으로써 생긴 좋은 점이다. (이건 또 무슨 헛소리??) 우선 버스표를 사고 나서, 지하에 있는 대일레코드로 간다. 물론 종로3가 보다는 비싸지만, 그래도 CD는 제법 많은 편이다. Pop, Jazz, Classic 등 각 part별로 돌아다니면서 A부터 Z까지 한장씩 뒤져보면서 나중에 살 판을 찍어놓는 경우도 있고 (이렇게 하면 정말 시간 잘 간다. 전에 이짓 하다가 버스 놓쳐서 두시간 더 기다려야했다. 애고애고..), 지갑을 뒤져보면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사는 경우도 있다. ( 이경우 중간에 휴게소에서 버스가 서도 버스에서 내릴 필요가 없어서 좋다. 판 사느라고 거지되었으니까.. :) 그리고 입구에서 공짜로 가져가라고 놔둔 신보소개는 빠짐없이 챙겨온다. 웬지 그래야 본전을 뽑은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 그 다음 코스는 역시 지하에 있는 한가람문고다. 이 서점은 터미널에 있는 서점치곤 제법 넓고, 저 쪽 구석으로 가면 원서도 있다. (물론 이런데서 원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만..) 소설, 시 쪽에 가서 요즘 사람들이 많이 본다는 책, 혹은 읽고 싶었는데 아직 못 읽은 시집 같은것을 또 뒤적거린다. 책은 아무리 비싸도 판보다 싸니까.. 레코드점에서는 살까말까 한동안 망설 이지만, 책은 과감하게(?) 살 수 있어서 좋다. (혹 이 글을 읽는 출판업자 들이 '아니, 그럼 책이 판보다 못하단 말이냐' 하면서 책값 올릴 생각을 할까봐 걱정이다) 나는 책을 좀 빨리 읽는 편이기 때문에 난해한 책 - 예를 들어 '한가람문고와 강윤석과의 관계 : 변증법적 고찰' 같은 거 - 이 아니라면 서울서 포항 오는데 대충 두 권정도 읽으니까, 두 권정도 사면 심심하지 않게 5시간(길이 막히면 6시간이 될 수도 있다)을 보낼 수 있다. 예전에는 내가 편집한 테잎을 잔뜩 들고 버스안에서 소형카세트로 듣기도 했는데.. 차가 달리면 엔진 소리도 제법 나고, 대부분의 운전기사님들께서 좋아하시는 뽕짝을 틀기도 하시기 때문에.. 조용한 음악을 들을 수가 없다. (내가 바라는 것 중에 하나가.. 운전기사님들의 세대교체(?)이다. 설마 지금 젊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 지금 운전하시는 분 정도의 나이가 되면 뽕짝같은 거 말고 다른거 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어본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승객중에는 좋아하는 사람 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는 옆에서 굿을 해도 잘 모를 정도로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 그런데 왜 소설책 읽을 때는 이게 잘 되는데 전공서적은 해당이 안되는지 아직까지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졸업하기 전 에 알아내서 나랑 같은 증세를 나타내고 있는 후배들한테 치료법을 알려 주면 좋겠는데 말이다. ) 요즘에는 버스 안에서 주로 책을 본다. 책보는게 무조건 좋지는 않다. 우선 버스가 흔들리므로 눈이 나빠질 수 있고 ( 그런데 이것도 말이 안된다. 차라리 컴퓨터를 멀리 하는게 훨씬 눈 건강에 좋을텐데.. 아쉽지만 앞으로 오락실에 가면 보글보글은 하지 말아 야지. 백원 넣고 끝까지 가려면 화면을 한참 들여다 봐야하니까.. :) 또 한참 책 보다가 버스 앞에 달려 있는 TV를 봤을 때, 아저씨가 틀어주신 비디오가 상영되고 있는데, 야한 장면이 막 지나간 경우.. 입맛만 쩝쩝 다셔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아저씨한테 좀전에 그 장면 다시 틀어달라고 할 수도 없고 크크..) 지난 주말에 서울서 내려올 때는 무라까미 하루끼 - 이 사람에 관한 글은 다른 board에 올린 바 있음 - 의 단편집을 사서 읽었다. 여기도 그 유명한 '양사나이'가 나온다. 서울 - 포항 사이를 운행하는 많은 노선이 있는데.. 비행기 : 30,000원 가량. 처음에 이륙하고 나서 잠시 바이킹 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중간에 마실 것도 준다. 그러나 학교에서 공항까지 나가는 교통편, 공항에서 집까지 가는 것을 따져 보면 그리 빨리 가는 것도 아니다. 비행기 안에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50분 정도인데.. 공항에 미리 가서 대기하고, 수속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그나마 대학원 들어오고서는 20% 할인 되던것도 없어졌다. (난 양심바른 사람이라서 학부학생증 내보이면서 할인 은 못하겠다. 정말이다. 지난번 설악산 가서 입장권 끊을 때만 썼다. 음.. 서울에서 극장표 살때도 썼군.. 음.. 이러다간 계속 나올까봐 그만두어야겠다.. :) 돈이 많아서 주체를 못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일반고속 : 포항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바람에 고속버스는 정말 신물나게 타봤다. 8,000원 정도. 요즘 서울 - 포항 노선에 투입되는 버스는 너무 낡은 듯한 느낌이 든다. 차안에서도 이상한 냄새 가 계속 풍긴다. 물론 비디오도 안 틀어주고.. 게다가 좌석이 옆사람하고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 옆에 앉으면 좀 불편할꺼다. 흐~ (그런데 또 말이 빗나가지만.. 내 옆에는 왜 예쁜 아가씨는 한번도 안 앉는 것일까.. 아무래도 고속버스 터미널의 표파는 아가씨가 질투를 하는것같다. '옆자리에 누가 앉을까' 하고 기대를 해보지만.. 막상 내 옆자리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껌 짝짝 씹는 아줌마, 구두 벗어서 발 냄새 풍기는 아저씨들뿐이다. 이런 기대를 안해도 되는 점이 우등고속의 또 다른 장점이다. :) 새마을호 : 이건 한번도 안타봐서 모르겠다. (서울 - 대구는 타봤지만.. 아직 서울 - 포항은 못타봤다. ) 타본 사람 말에 의하면 포항서 대구까지 가는데 동네마다 다 선다고 한다. 그리고 기차의 안좋은 점 중에.. 수레 끌고 먹을 것 팔러 통로를 왔다갔다 하는 홍익회 사람들이다. 겨울에 입구 근처에 앉아 있을 때나, 화장실칸쪽으로 난 문 근처에 앉아 있을 때, 그리고 입석의 경우 그사람들이 왔다갔다 할때 정말 짜증난다. 시외버스 : 이건 포항 - 오산 - 수원 - 인천 으로 다니는 버스다. 학교와 가까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탈 수 있어서 좋지만, 일반고속버스보다 더 낡은 버스인데다가, 지정좌석제가 아니라 재수없으면 하루 종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두시간에 한대꼴로 있어서 시간을 잘 맞춰가지 않으면 한참 기다려야한다. (참고로 시외버스터미널에는 서점이나 레코드점 도 없으니.. 그렇게 기다리는게 정말 지겹다. ) 수원 - 인천 사이에서 정말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린다. 운전석 뒷자리에서 잠시 달리는 것을 지켜본 후에는 잠을 잘 수 없다. 혹시 내가 깜박 조는 사이에 사고 날까봐.. 땀난 손으로 안전벨트를 만지작거리면서 혹시 있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다행히도 사고 한번 안 당했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우시나보다. :) 전에 한번은 포항 - 인천을 4시간만에 간 적도 있었다. 요컨대, 우등고속버스만큼 괜찮은 것을 아직 못봤다. 정말 괜찮은 버스다. 이글을 쓴 사람하고 고속버스업자하고 물론 관계가 있기는 하다. 사업자와 손님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이글 썼다고 할인되는 것도 아닌데.. 흐흐~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어서 한번 써봤는데..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phase 강 윤석 '음악이 좋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