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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Ace (슈르르까~)
날 짜 (Date): 1993년02월20일(토) 17시29분33초 KST
제 목(Title): 그냥 잠시..타이핑 연습.....보시던지 마시던지요.. :)






    - 성전의 입구에 서서 -

                        - 칼릴 지브란


나는 두 입술을 성화로 깨끗이 하였노라.
사랑을 말하고자 함이었지만 아무말도 못했노라.

내가 사랑을 알게 된 순간,
그 말은 가냘픈 마지막 숨결 속으로 사라졌노라.

나에게 사랑을 물어온 그대여.
나는 사랑의 기쁨과 경이를 알기는 했으되
이젠 사랑의 베일 속에 휘휘 감겼으니,
오히려 그대에게 사랑의 행로와 신비를 물어야 하겠노라.

내 물음에 답할 자 그 누구인가?
나는 내 마음에 묻노니,
나는 내 자신을 알고자 함이노라.

내 본질을 나 자신에게,
또 내 넋을 그 넋에,
제시해 줄 수 있는 자, 너희 중에 있는가 ?

사랑의 이름으로 답해주오.
내 마음을 불사르고
내힘을 들이삼키고
내 의지를 산산조각내는 저 불꽃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내 영혼을 휘어잡은
부드럽고도 거칠은 신비한 손길은 무엇이며,
내 마음 가득 채운 쓰라린 기쁨과
달콤한 고통으로 뒤엉킨 포도주는 무엇인가?

남몰래 지켜보면서,
밤의 고요 속에
내 베개 위를 맴돌고 
잠못 이루게 하는 저 날개짓은 무엇인가?

내가 한참을 응시해도 보이지 않고,
암만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고,
느끼려 해도 억지로는 느껴지지 않는 감정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가?


내 한숨 속에는,
웃음의 메아리보다도 아름답고
기쁨보다 황홀한 슬픔이 어리도다.

동터 올라 햇살이 침실을 환히 비춰 줄 때까지,
나를 죽이고 또 재생시키는 미지의 힘에
왜 내 자신을 맡겨야만 하는가?

불면의 망령들이 둔해진 눈꺼풀 위에서 떨고 있고
몽상의 그림자들이 내 흐뜨러진 침실을 맴돌도다.

도대체 사랑은 무엇인가?
모든 자각을 가득 채워주되 
아직껏 세월 속에 은밀히 숨겨져 있는
그 신비가 무엇인지 내게 말해주오.

모든 것의 기원이요,
동시에 결과인 
이 깨달음은 도대체 무엇인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삶보다 더 묘하게 죽음보다 더 심오한 꿈을 지어내는 
이 불침번은 도대체 무엇인가?

친구여 말해다오,
설사 사랑이 그대 영혼을 손끝으로 스친다 해도
삶의 선잠에서 깨어나지 않을 자가
그대들 중에 있는가를.

그대들 중에
진정 사랑하는 여인의 부름에
부모의 곁을 떠나지 않을 자가 누구인가 ?

영혼을 바쳐 선택한 여인을 만나려 하면
바다가 넓은들 건너지 않고,
사막인들 가로지르지 않고,
험준한 산인들 오르지 않을 자가
그 누구인가?

향기로운 숨결
달콤한 목소리
그리고 마술같은 부드러운 손길의 여인에게
영혼이 빠져버렸다면,
이 세상 끝까지 그녀를 따라가지 않을 젊은이가
있더란 말인가?

나는 어제 
사랑의 신비와 그 진가를,
성전 입구에 서서
지나는 행인들에게 물어보았노라.
마침 수척하고 우수에 잠긴 노인이
내 앞을 지나치며 한숨쉬며
말했노라,
" 사랑은
  최초의 인간 아담에게 물려받은 타고난 약점이니라."
그러나 혈기와성한 한 젊은이가 대꾸하기를,

" 사랑은 
  우리들의 현재를 과거와 미래로 연결시켜 줍니다."

그러자 비통한 표정을 짓고 한 여인이 한숨지며 말했노라,
" 사랑은 굴 속에서 기어나온 검은 독사들이 주입하는
  극약이노라.
  그 독은 이슬처럼 신선해 보여
  목마른 영혼이 악착같이 마셔버려,
  첫 모금에 중독되어 병들고 시름시름 죽어가노라"

그러자 양볼에 홍조 띤 아름다운 아가씨가
미소지으며 말했노라,

" 사랑은 
  강건한 이들을 더 강하게 하여,
  그들에게 별이라도 따게끔 해주는
  여명의 신부들이 부어주는 포도주"

그 아가씨 다음에
검은 예복에, 수염 기른 사람이 찡그리며 말했노라,
" 사랑은 
  청춘이 이것으로 시작해서 이것으로 끝이나는
  맹목의 무덤"

다른 이가 미소지으며 말했노라,

" 사랑은 
  사람들이 신만큼 볼 수 있게 해주는 신기한 지식"

그러자 지팡이로 길을 더듬어가던 장님이 말했노라,
" 사랑은 
  영혼이 참모습의 비밀을 알아채지 못하게
  눈을 가리는 안개와 같아서,
  마음은 산중에서 서성이는 욕망의 유령들만 보며
  적막한 계곡에서 우리른 울부짖음의 메아리만
  들을 뿐이노라"

한 젊은이가 비올을 켜면서 노래했노라,
" 사랑은
  영혼의 깊은 곳에서 불타올라 이웃을 밝혀주는,
  빛의 근원한 신비의 빛이노라.
  사랑은 
  하나의 깨달음과 또다른 깨달음 사이에 놓인
  아름다운 꿈인 인생을 터득하게 해주는 것이노라"

두발을 넝마처럼 질질 끄는 나약한 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노라,
" 사랑은
  무덤의 적막 속에 뉘어진 육체의 휴식이며
  영원의 심연 속에 자리한 영혼의 평온이니라"
뒤이어 다섯살난 아이가 미소하며 말했노라..
" 사랑은 내 어머니 아버지이며,
  부모님 외에는 사랑을 아는 자
  아무도 없어라"


이처럼 성전 입구를 지나간 자
모두가 사랑을 자기들 희망과 실망의 형상으로 말했으되,
사랑은 여전히 태고적 신비 그대로였노라.
그때 성전 안에서 울려오는 목소리를 들었노라,









































" 인생은 두쪽으로 나뉘니,
  반쪽은 얼어붙고
  나머지 반쪽은 불타고 있도다.
  그 불타오르는 쪽이 곧 사랑이니라 "




아....  팔이 우리하고 개운 하다...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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