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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NU ] in KIDS
글 쓴 이(By): scyun (윤 석 찬 )
날 짜 (Date): 1995년10월23일(월) 23시26분24초 KST
제 목(Title): [자보] 학부제 그 진정한 의미는?


   학부제, 그 진정한 의미는?
   -자연대 각 학과의 학부통합 신입생모집을 보면서

 96학년도 부산대학교 입시요강을 보면 전산과와 치·의예과를 제외한 전 학과
를 자연과학부로 통합하여 신입생을 모집한다고 한다. 과히 전국적으로 불고 있
는 학과통폐합, 학부제 도입이 이제 우리학교에서도 모습을 들어내고 있다. 우리
학교는 이미 기계공학부, 전자컴퓨터공학군, 생명과학과군 등으로 신입생을 모집
하기 시작 하였고 이제 자연대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결
정한 것으로 사료된다.
 일단 원칙적으로 학부제의 도입에서 오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음을 인정한다. 
유사학과의 과목중복개설, 실험기자재 이용, 교수의 강의 시수 과다, 학과별 
중복투자, 학생들의 학문적 요구 저하 등 기존의 세분화된 학과체제의 문제를 
어느정도 해소해주고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분야를 접하게 함으로서 적성
에 맞는 분야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을 드는 이유는 우리가 학부제 시행에 있어서 간과해서는 
안될 많은 문제점들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학부제라는 것은 연구중심대학에서 표방하는 학부운영의 한 방식으로 기존의 
대규모 Department나 School과는 다른 개념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처럼 유사
한 학과를 묶는 개념이 아니다. 기존의 학과군(Group)은 진정한 의미의 학과제
도 학부제도 아니며 쓸데없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1학년때만 교양
을 같이 듣고 2학년때 전공을 나누는 방법을 사용하므로, 기존의 학과제를 보완
한다지만 2학년 때부터는 학과로 환원되며 실제 학과군이라는 것이 외부적으로
는 통합되어 있는 듯하나 내부적으로는 기존 학과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
기 때문이다. 
 학부제(Division)의 개념은 소규모의 연구중심대학에서 학부생을 묶는 단위로서 
학부제를 가장 잘  이용하고 있는 Caltech의 경우 6개의 학부를  가지고 있다. 
Division of Geological and Planetary Sciences의 경우 Geology, Geochemistry, 
Geophysics & Planetary sciences의 세 가지 전공(Option)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교과과정표를 보면 3학년때 까지 물리, 화학, 생물, 수학, 인문학 컴퓨터등
의 과목들이고 3학년 부터 한두과목씩 전공을 배우는데 그것도 포괄적으로 묶여
진 과목을 배우게 된다. 즉, 학부에서 이들은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연구를 할 수 
있을 기본 배경을 형성시켜준다. 여기서 바로 첫번째 문제가 생긴다. 학부제는 
우리나라 각 대학의 학과별 전공심화교육에 비추어 볼때 학부과정의 기초과
학 교양교육으로의 전환이 없는 한 현실성이 없다. 우리나라 대학은 너무 전공
위주의 교육을 한다. 학부에서 교양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부에서 이렇듯 많은 전공교육이 기초 과학교육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것은 외
형적인 통합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즉, 유사학과의 커리큘럼을 통합적으로 처리하
여 편성하지 않는 학부제는 교양과목을 1학년때 같이 듣고 2학년 때부터는 각 학
과(아마 ○○전공으로 부르겠지만)로 흩어져 각자 자기팔 자기흔드는 꼴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재와 같이 학부제를 통해 학과를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시도는 실제
로 1970년대와 80년대초에 대학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대학의 기초과학교육(교양교육)이 이루어 질수 없는 우리대학의 문제점은, 첫째 
학생수는 많고 교수수는 적다는 문제이다. 우리대학은 전문분야의 교수는 많지
만 교양교육을 할 교수는 적다. 1:2.5 내지 1:10정도의 비율을 가진 외국의 학부
제가 1:40의 우리대학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겠는가? 둘째, 기존 학과의 이기주
의가 커리큘럼조정(교양교육을 강화할)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Caltech보다 
조금 더 큰 학교인 MIT의 경우 몇 가지 분야가 한 학과를 이루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MIT의 Dept. of Earth,  Atmosphere, Oceanography and Planetary 
Sciences의 경우 지구과학의 전 분야를 한 학과가 커버하면서 그 학과에는 다양
한 전공교수들이 함께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해양학, 대기과학, 지질학 아울러 천문학도 공부하는 셈이고, 물론 1-3
학년의 대부분은 기초과학교육을 받는다. 3-4학년 때 자기가 원하는 분야의 교수
로 부터 2-3명씩 짝을 지어 배우게 된다. 일단 우리처럼 전공교육이 심화된 학과
체재가 통합되면 중복된 과목은 합쳐지지만 학과별로 심화된 교과목도 없어져야
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교과과정상 과목수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일정량 이상의 
교과목을 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학교의 대기과학과와 해양학과 지
질학과를 묶는다면 중복과목은 거의 없고, 교과목 수가 150개 정도가 될것인데, 
이것을 줄여야할 판이다. 따라서 심화된 교과목은 삭제될것이고 그러면 교수님들
의 강의시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자신의 전공분야의 과목을 강의하지 못하는 사
례가 생기게 된다.  강사들은 어떤가? 강사들이 맡을 수 있는 과목수는 더 제한 
될 수 밖에 없다(각 학과들은 이 문제도 심각히 고려해야 될것이다.) 교수님들의 
강의시수가 줄어드는 것이 좋을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의 현실상 역효과가 날 
우려가 더 크다. 즉, 교수들에 대한 연구지원 및 강사들에 대한 연구비 지급등 
재정적인 안정된 지원대책 없이 이런일을 무모하게 시도하면 안된다. 외국에
서는 TA나 RA도 1-2만불을 받는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동떨어
져있다.
 학생수는 줄여들지 않으니 A,B,C반을 나눠 계속해서 대형강의가 이어질 것
이고, 선후배라는 독특한 한국적인 관계가 변화할 것이다. 학부제의 관건은 
학과통합시 학생수를 줄여야만 가능하다. 재정이 여의치 않으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교과목 조정에서 오는 이기주의를 극복해야하는데 이를 위한 방법은 안
정된 교수 연구지원과 학부 재정지원이 될 수 밖에 없고, 이 또한 현실적 대안은 
없다.
 이러한 기초적인 문제해결 없이 어떻게 학부제를 한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떨
쳐 버릴 수 없다. 필자가 쓰는 학부제의 개념이 교육부와 학교의 학부제 개념
과 다르기를 기대할 뿐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학부제붐이 대학입시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앞
으로 대학입시의 변화와 매우 관련이 깊다. 대학들이 기존의 학과를 학부제로 모
집하면 어떤 자구책이 나온다고 굳게 믿는 모양이다. 교육부에서 지원을 한다고 
하고, 또 명문대학들이 어쩔 수 없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우수한 학생
들을 학과 차이없이 몽땅 뽑겠다는 의도이다. 이는 마치 2학년때 부터 전공별로 
반배정하겠다는 고등학교 입시나 다름없다. 이것은 1970년대로의 회귀이지 
결코 진정한 의미의 학부제로의 전환이 아니다. 각 대학은 자신있는 분야를 특
성화하고 중점지원해야 앞으로의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학부제는 소규모의 연구중심대학에서나 있을 수 있는 제도이지, 우리처럼 2만명
이 넘는 대규모 대학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내면의 변화없이 그럴듯한 외형변화
를 발전이라고 말하지 말자. 
 이제까지 학부제와 그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진작 이러한 결정이 있을
려면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학교의 자연과학부 
통합은 교수-학생-대학 간의 충분한 논의없이 이루어졌음이 매우 우려된다. 
학교는 교육부의 지원이라는 명목 때문에 일방적으로 제도를 함부로 시행해서는 
안될 것이고, 교수님들은 학부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셔서 문제해결을 주장
하셔야 한다. 학생회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없었고 내부적으로 학생회 활동이 위
축된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지양해서 가장 올바른 결론을 도출
해 내야 하며 그렇게 되기를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바란다. 
 * 위에서 우리학교는 부산대학교를 우리대학은 국내대학을 통칭한 것임. 4일 후 자진 
철거하겠음
      - 自然科學大學 地質學科 4學年 尹 錫 璨(scyun@hyowon.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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