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NU ] in KIDS 글 쓴 이(By): moondy (문디자슥..) 날 짜 (Date): 2000년 2월 4일 금요일 오전 06시 35분 42초 제 목(Title): [문디의 결혼일기]-1.야외촬영 잘 들 사시죠 ? 부대 보드가 너무 썰렁해서... 그냥 저의 결혼 이야기를 올릴까합니다. 3D 업종에 종사하다 보니 시간도 안나고... 계속 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짬나는 대로 써 볼랍니다. 재미없어도 그냥 봐주세요. 싫음............ 말구..... -_-;; ------------------------------------------------------------------------ 일곱살 차... 만 4년간의 연애... 종착역은 결혼. 서른 잔치는 시작되었다 !! 나이 어린 여자란 사귄다는 건... 남들이 침 질질 흘려가며... 도둑놈 소리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내뱉는 것을 감내할 만큼 그렇게 좋은 것.......................................................... ...............................이다. (* 아 무서버라... 마누라의 눈빛, 그 펀치 !! ^^;) 4년 연애 기간 그렇게 지겹게 들었던 도둑놈 소리를... 이제 3개월이 되는 새 직장에서 또 그렇게 지겹게 들을 줄이야... '우씨... 왜 어린 여자랑 사귀면 도둑놈이 되는 거야. 내가 뭘 훔쳤어? -_-' 4년 연애 동안 어느샌가 우린 나이 차이를 잊은 듯하다. 동년배의 연인들 처럼 티격 태격... 돌아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유들로 참 많이도 싸웠던 것 같다. (물론 그런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 4년 연애사를 통틀어 후세에 길이 길이 빛날(?) 특별한 경험담이 몇가지 있지만... 좀 더 나이가 들어 내 얼굴이 더 두꺼워지고(내 배가 좀 더 나오고...-_-;), 우리 마누라가 한국의 제 3의 성 '아줌마'로 굳어질 때까지 유보하기로 한다. 한 5년 뒤에 그 기가 막힌 사연들을 한번 써 보리라. - 야외 촬영.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날짜가 언젠지도 확실히 모르겠다. 11월 첫째 목요일이었던 것 같다. 결혼을 간단히 뭐 이런 저런 절차 생략하고 하자고 계획했었건만... 결국 야외 촬영이란걸 우리도 하게 됐다. 첨엔 그냥 결혼식장에 걸어 놨다가 나중에 방안에 걸어 둘 큰 액자 사진 하나만 찍으려고 했는데... 그거 한장은 달랑 안 찍어준다며 어차피 그 사진 찍을려면 의상비, 화장비, 현상비 등등 다 들어가니까 그냥 야외 촬영하는 하시라는 웨딩 이벤트사의 속보이는 말에 못 이긴 척 야외 촬영을 하기로 했다. 그건 언젠가 "형... 그거 완전히 여자 공주 만들어 주는 거라예. 근데 그거 안하면 평생 바가지 긁 힐 껍니더." 라고 말한 나보다 결혼 선배인 대학 후배의 말이 언뜻 생각났기 때문이다. 암튼... 야외 촬영을 하기로 하고... 나는 월차 휴가를 내고 부산으로 갔다. 아침 7시까지 오라는 통에 아침 잠을 설치고, 재빨리 머리를 감고 연산동에 있는 이벤트사로 향했다. 아침 7시 5분쯤 이벤트사 도착. '에잉 ? 이게 누꼬 ?' 거기엔 가수 이소라의 변신만큼이나 현란한 변신(-_-;)을 한 신부가 있었다. 전통 미스코리아 스타일의 땋아서 얹어 놓은 머리 스타일하며(*그 지경(?)으로 만드는 데 가발 2개가 들어갔다.(4만원...T_T)), 얼굴을 두껍게 덮고 있는 파운데이션과 검붉 은 립스틱. 그런데... 뭐니 뭐니해도 하이라이트는 가짜 쌍꺼플 !! ^^; " 니 누꼬 ? " 퍽 !! 나의 야유 섞인 물음에 결코 애교스럽지 않은 그녀의 주먹이 답을 대신한다. 그런데 그 변신 작업(?)은 그녀만의 것은 아니었다. 신랑 미용비를 아껴볼려고 전날 동네 미장원에서 깎았던 내 머리를 본 이벤트 전속 미용사가 대뜸, " XXX 신랑님 드라이 하셔야겠네요."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 그리고, 그 미소 뒤에는 이미 나의 얄팍한 속셈을 파악했다는 듯한 자신감이 묻어 나오는 듯 했다. (* 참고로... 이 때부터 나의 호칭은 XXX 신랑님으로 통용되기 시작한다. XXX는 현재 내 마누라의 이름. -_-;) "아... 예..." "커트는 안하셔도 되겠네요." "예... 어제 했...는데..." "그런데 여엉 바란스가 안맞는데요." 그러더니 나의 머리를 마구 마구 주무르고, 빗질하고, 스프레이를 뿌리고, 드라이로 말리고, 머리칼을 말았다 폈다 난리를 치는 것이다. 그래도 프로는 프로였다. 확실히 동네 아줌마들의 감각을 능가하는 면이 있었다. 머리 손질을 마치고 나니, 신부는 한창 드레스를 고르고 있다. 먼저 시집가는게 미안하지도 않은지 언니까지 데려와선 같이 드레스를 고르느라 정신 을팔고 있는 철없는 마누라... -_-; "오빠야 들어와서 바봐라." 드레스를 고를 때 마다 자꾸 나보고 괜찮냐고 봐달란다. "음... 좋네." 잠시후... "이건 ?" "음... 좋네." 같은 일이 서너번 반복되고... 나는 그게 그거 같아 보이는데 자꾸 물어보길래... 음... 좋네...만 되풀이했다. 나의 대답이 성의없어 보였는지 째려보는 마누라의 눈빛 !! 아... 다가올 나의 불안한 미래여 !! -_-; 결국 드레스를 하나 선택하고... 드뎌 야외 촬영장으로 출발. 아침은 촬영장 가는 길에 송정에 잠시 들러서 김밥이랑 오뎅으로 때우고... 촬영장으로 갔다. 부산시 기장군에 속해 있는 그 웨딩 이벤트 사의 야외 촬영장 세트는... 비포장 길을 한 십여분 들어가 사방에 산으로 둘러쌓인 곳에 'XXX 야외 촬영장'이란 푯말이 있고, 거기엔 인공으로 만든 연못과 건물 한동이 있었는데 마치 무슨 갈비집 같은 느낌을 주었다. 촬영장 여기 저기에는 촬영에 쓰일 외제 차, 초가집, 자건거, 벤치, 물레방아 등이 자릴잡고 있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모회사의 휴대폰만 겨우 안테나가 뜨고, 나머지는 '통화권 이탈'이 되어버리는, 인적이라고는 오로지 촬영하러 오는 사람들만 있는 그런 동네 였다. 실내 세트 촬영, 야외 촬영... 생전에 다시는 입을 일이 없을 턱시도니 뭐니 하는 것들을 이것 저것 걸치고... 카메라 앞에만 서면 왠지 엄숙해 지는 얼굴을 억지로 웃어 보이며... 그 날의 난리는 시작되었다. "신랑님... 웃으세요." 씨익... "아니요. 이빨만 보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그참 우습지도 않은데 뭘 웃으란 말이야 ? "신랑님! 방긋!!" 나와 동년배인 듯한 사진기사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은지 애교를 부린다. '우왝이다. 임마 !!' 나는 비웃어 주었다. -_-;; 나는 자꾸 그놈의 '신랑님'이란 호칭이 귀에 거슬린다. 무릎을 펴라, 굽혀라, 손을 모아라, 주머니에 넣어라, 신부를 가볍게 감싸라, 몸을 옆으로 기대라... 이것 저것 주문도 참 많다. "어깨 펴고... 주머니에 손 살짝만 넣고... 자... 스마일..." "신랑님 입술만 억지로 벌리지 말고... 스마일..." "신랑님 그게 아니고... 부드럽게... 왼쪽 손으론 신부 허리를 감싸고..." "고개 왼쪽으로 살짝! 턱 좀 숙이시고..." 휴... 이거 장난이 아니네. "오빠야 잘 해라 좀!" 사진기사가 자꾸 나의 포즈를 바로 잡느라 촬영이 잘 안되자 신부가 한마디 쏘아 붙인다. "야... 똥배나 집어 넣어!" 순간 나의 살갗을 파고 드는 고통. 으윽... '아...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항상 고난이 따르는구나. -_-;' 시간이 점점 흘러... 촬영을 시작한지 서너 시간이 넘게 되자... 그나마 처음에 장난처럼 나오던 웃음도 나오지 않고, 점점 피로가 쌓이기 시작했다. 안되는 표정을 억지로 하다보니 얼굴도 땡기고, 카메라 앵글에 맞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자꾸 취하다보니 팔, 다리, 어깨, 허리, 무릎... 온 삭신이 쑤셔 왔다. 이윽고 점심 시간 무렵. 그 사진기사가 "도시락 싸 오셨어요 ?" 라고 묻는다. "아니 여기서 판다고 하던데...?" 신부의 당황하는 듯한 대답을 듣고 그 기사 아저씨는 "여긴 뭐 잉어탕 이런거 밖에 없는데... " 그러더니... "사실 여긴 비싸고... 맛도 없어요." 사람 좋아보이는 사진기사는 자기 회사가 운영하는 식당을 너무나 솔직하게 혹평해 주었다. "그렇게 배 안 고프시면 촬영 끝나고 나가서 드세요." 정말 비싸고, 메뉴도 영 우리 취향과는 틀려 우린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야외 촬영 나와서 도시락 준비 안해왔다고 싸우다가 헤어진 커플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 말을 하는 의도가 뭐지 ?' 분위기를 틈타 준비성 없는 신부를 한번 째려봤다가 괜히 한대 더 맞았다. T_T 김밥으로 겨우 아침만 때운 채 촬영은 오후 4시가 넘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배 고픈걸 잊은건 오래고, 정말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 나가는 듯했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촬영장은 온통 드레스와 턱시도의 홍수였고, 여기 저기서 '신랑님' '신부님' 어쩌고 하는 사진기사들의 외침과 따라 나온 사람들의 재잘거림이 어지럽게 그 조용한 촌 마을의 정적을 깨고 있었다. 사진 한장을 찍는데도 왜그리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주문이 많은지... 촬영 시간이 여섯 시간을 넘기자 이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같이 점심도 못 먹고, 촬영에 열심인 사진기사 아저씨한테 미안하기도 해서... 억지로 포즈를 취해보지만... 자꾸 얼굴과 몸은 굳어져만 간다. "신랑님!! 표정이 너무 굳었어요. 밝게... 스마일..." 삼십대 사진 기사의 애교도 이젠 하나도 재미없다. "오빠야! 좀 웃어라!!" 계속 나 때문에 사진 촬영이 지연되자 신부가 짜증을 낸다. '내가 실성했냐 ? 뭐 재미가 있어야 웃지 ?' 나는 왜 내가 이걸 하자고 했을까 후회가 물 밀듯이 밀려왔다. 피로가 극에 달해올 무렵. 사진기사 아저씨도 지쳤는지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는다. 촬영장을 산그림자가 다 덮을 때 쯤 촬영이 끝났다. "수고했습니다. 같이 저녁이나..." 나는 점심도 못 먹고 근 일곱시간을 중노동에 시달린 사진기사 아저씨에게 정말 저녁 한끼라도 대접하고 싶었지만, 맘 좋아 보이는 그 아저씨가 극구 사양을 하는 바람에 우리 일행만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신랑도, 신부도, 함께 따라 나왔던 신부 언니랑 친구도 모두 지쳐있었다. 해는 벌써 뉘엿 뉘엿 땅거미를 드리고 있고... 핸들을 잡은 나의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내가 다시 이 짓을 하나봐라 !!' 문디는 피맺힌 절규를 속으로 삼켰다. T_T ------ 후기 1. 모델하는 사람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2. 고생은 무지 했어도... 나중에 앨범을 보니 찍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린 항상 듣고자 하는 것만 듣고 보고자 하는 것만 본다. 내가 못 듣고 내가 못 보는 그런 것은 없을까 ? 가끔 자신에게 물어보자 ! .................................문디자슥...........아직도 안 짤렸네.......^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