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usan ] in KIDS 글 쓴 이(By): kidaran (기다란구슬�x) 날 짜 (Date): 1995년08월11일(금) 22시21분04초 KDT 제 목(Title): 망상(妄想) 망상(妄想) 커피숍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테이블마다 연인들 은 저마다 행복한 얼굴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치 햇살 비치는 아침, 나무가 지 위의 한쌍의 새들처럼... 만나기로 한 친구는 비가와서 그런지 30분이 지나도록 오지를 않고있다. ------ Overlap ------ 지금으로부터 5년전, 우리들은 낭인(浪人)이라 불리었고, 어디도 소속되지 못함 을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깊은 만남으로 위로하고들 있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 우리들은 지쳐 있었고, 타인이 보기엔 한낱 싸구려에 지나지 않을 외로움에 시달리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술집, 지금은 간판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이문열이 명명했던 '쩌그노트의 주점'까지는 되진 않았지만, 막걸 리 한 사발에 우리는 충분히 감상에 빠져들 수 있었고, 그러한 자신들을 스스로 사랑하고 있었다. 노가가 말문을 연다. "만약에 언덕 위에 공주가 하얀 손수건을 들고 있는데, 그 손수건을 갖는 기사가 공주와 결혼할 수 있다고 합시다. 언덕 양편에서 두 기사가 올라갑니다. 한 명은 공주가 보기에 썩 마음에드는 이상형이었고, 다른 한 명은 공주의 마음을 사로 잡을 만큼은 되지 않는 기사였어요. 그런데 불행히도 그 맘에 들지 않는 기사가 먼저 올라와서 손수건을 달라고 합니다. 그 공주가 손수건을 과연 누구에게 줄 까요? 형들 같으면 어케 하겠어요" ------ Overlap ------ 친구한테 삐삐를 쳤다. 기다리는데 지쳐서가 아니라 다른 연인들에 비해 혼자 앉아 생각에 빠져있는 나를 쳐다보는 써빙보는 아가씨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서였다. 10분이 더 지나도록 친구에게서 연락이 없다. 아마 차 안에 있는 모양이다. ------ Overlap ------ 신가가 답을 한다. "나는 내가 맘에 드는 사람이 올라와서, 내가 들고 있는 손수건을 빼앗아 가줬으 면 좋겠다." 완전히 문제의 가정을 뒤엎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대답은 정답이었다. 어쩌면 우리들 모두는 이처럼 사랑하기보다는 사 랑받기를 원하는 지 모른다. 사랑하는 행위 그 자체가 이미 사랑받기 위해 존재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너를 이만큼 사랑하는데 너는 그런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간혹 다투는 연 인들을 흔히 볼 수 있듯이, 그건 이미 무언가의 보상을 전제로한 행위인것이다. 모든 행위 자체는 어떤 반응을 위한 것이고, 아무 반응 없는 행위는 무의미하다. 따라서 역으로 생각하면, 모든 사랑의 행위는 그 반응인 사랑을 받기 위함이고 따라서 어떤 댓가를 바라는 사랑은 순수한 사랑이 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순수 한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아무런 행위 없이 그냥 가슴 속에 그 마음을 고이 간 직하고 있을 때만 그것이 가능하다. 누군가가 내게 소개해 준 시가 있었다. '벌레의 별'인가하는 제목을 가진 시인데, 벌레의 눈 속에 있는 별을 보여주기 위해서 방 안으로 그 벌레를 가져오는 순간 벌레의 눈 속에 별이 사라지고 전등불만 들어 있더라는 이야기가 담긴 시이다. 이렇게 순수는 그대로 가만히 내버려 둘 때, 진정 순수할 수 있는 것이고, 사랑 은 사랑하는 그 마음을 그대로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을 때, 그것은 영원할 수 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사랑의 행위가 반응 없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을 때, 그는 몹시도 슬프고, 외로우며, 괴로울 것이다. 위의 논리대로라면 그 사람의 사랑이 순수하 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랑받지 못하여 괴로워하는 것이 순수하지 못한 사랑이기 때문일지라도, 나는 반응 없는 순수한 사랑보다는 서로가 맘껏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랑을 하고싶다고... ------ Overlap ------ 친구가 비에 젖은 머리로 커피수을 들어섰다. 차가 많이 밀리더란다. 친구의 생일. 저녁 식사를 위해서 우리는 그 커피숍을 나왔다. 내 망상만 남겨 둔채... 망:상(妄想) (명사) ①이치에 어긋나는 망령된 생각. ②<심>정신 장애에 기인하는 불합리한 주관적 신념. � 처음 만나도 열번 만난것 처럼 편안하고, 열번 만나도 처음 만난것 처럼 신선합니다. ====== 기다란 구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