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ejim (주영이이모�) 날 짜 (Date): 1995년10월07일(토) 10시34분27초 KDT 제 목(Title): 공포 영화 <Little Mermaid> 전화를 받은 주영이 느닷없는 인어 공주 얘기를 한다. "이모, 나 인어 공주 봤다." - 주영이가 걷지도 못할 때 내가 주영이 안고 인어 공주 본 건 기억 못하는군. "그런데 마녀가 나왔어." - '으응, 마녀가 노래 부르지?' "아니, 마녀는 노래 안 부르고 인어공주를 죽일려구 해" - '어어, 나쁜 마녀구나.' "그런데 왕자님이 구해 주었어." 언니의 뒤이은 해설에 따르면 인어 공주를 보고 울었단다. - 뭐, 나도 울었었는데, 역시 내 조카야. 왜 울었냐면, 마녀가 무서워서. - 꽈당. 오늘 전화에는 또 마녀 얘기다. "이모, 백설 공주에도 마녀가 나와." -'으응, 무서운 마녀가 또 나왔어?" "마녀가 백설 공주를 죽일려고 하는데 왕자님이 구해줬어." 저번과 같은 이야기네. 멀리서 나는 주영이의 교육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다른 집에 초대받아가서 버릇없이 짜증 부리는 아이들을 보면 혹시나 남의 조카를 우리 언니나 형부가 잘못 키울까봐 걱정도 한다. 주영이가 왕자님 얘기하는 걸 들으니 어릴때부터 왕자님과 공주님의 왜곡된 이미지를 갖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번에 한국엘 가면 주영이에게 인어 공주를 왕자가 구해 준 게 아니라는 걸,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서로서로 구해준 거라는 걸 같이 인어공주를 보며 가르쳐 주어야 겠다. 우리의 교욱현장이 가장 의식없고 보수적인 영역이라는 것을 나의 국민학교 시절을 통해 기억하는 이모는 주영이가 학교를 갈 무렵이면 더욱 가까이서 지켜 보아주어야 겠다는 생각밖에 안타까운 마음에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국민학교 시절 아직 '여성'도 아닌 여자 아이들에게 다가오는 선생님들의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는 성차별적인 교육이 지금은 많이 여과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to the lonely sea and the sky, And all I ask is a tall ship and a star to steer her by, And the wheel's kick and the wind's song and the white sail's shaking And a grey mist on the sea's face and a grey dawn breaking. - J.Masefiel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