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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ejim (주영이이모)
날 짜 (Date): 1996년03월01일(금) 15시43분20초 KST
제 목(Title): 나무들이 잘리웠다.



나무들이 잘리웠다.
2층 내 방 창문을 가득 메워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하던 나무들이
왠 이유인지 오늘 아침 다 잘리웠다. 
처음 이사 왔을 땐 바람에 나뭇가지 창문을 긁어대는 소리가
폭풍의 언덕 (제목 맞남?)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했었다.
요즘도 바람이 심하면 이 나무가 지르는 소리에 알곤 했었는데
이젠 바람이 심해도 방 안에선 모를 것이다.
거기엔 새 집도 있었다. 똥똥하고 작은 참새들이 아침 저녁 시간 맞춰
찍찍 댔는데, 한참 부엌에 쥐가 나와서 노이로제 상태였을 때는 새 소리도
쥐 소리로 들렸었다. 이젠 조용해 지겠군. 오늘 저녁 퇴근한 그들은
집이 없어져 얼마나 황당했을까. 새들은 집이 없어지면 어디서 잘까?

마치 내가 대머리가 된 듯한 느낌이다. 창 밖으로 훤히 드러난 맞은 편 
건물 창문에 켜진 불들이 이제는 방안에서도 정숙한 차림으로 생활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그나마 전망이라고 할 만한 것은 침대 위에 까치발로 서면 앞 건물 머리위로
간신히 금문교의 두 기둥 꼭대기만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단하지?

그러고 보니 오늘이 삼일절이었다. 
에고 나라도 아프지 말아야지.

 
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to the lonely sea and the sky,
And all I ask is a tall ship and a star to steer her by,
And the wheel's kick and the wind's song and the white sail's shaking
And a grey mist on the sea's face and a grey dawn breaking.  - J.Mase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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